백 마디 훈육보다 스스로 변화하게 만들어라!!

지역내일 2012-10-26

  백 마디 훈육보다 스스로 변화하게 만들어라!!
  장성중학교 교사학습동아리 ‘자판기와 스펀지’


 
  
  2007년 장성중학교(교장 최홍규) 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학습동아리 ‘자판기와 스펀지’(이하 자스)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학생들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교육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처음엔 “웬 UCC?" 하던 학생들이 요즘엔 “다음 UCC는 언제쯤 만들어지냐?”고 할 정도로 재미있다는 동영상,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일단 재미있어야지요. 아무리 좋은 교육내용이라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이 지루해하고 받아들이지도 않아요. 백 마디 말보다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자판기와 스펀지가 추구하는 교육입니다.” 자스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자 교사는 학생들보다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뱅크로 소문난 선생님. 자스가 제작한 UCC가 처음 시작할 때 등장하는 미국 영화사 MGM의 포효하는 사자를 패러디한 인물도 최 교사다.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무장해제 시킨 후, 20분 분량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은 보는 내내 교실을 웃음 짓게 만든다. 가장 최근에 ‘언어폭력’을 주제로 제작된 ‘욕TV’는 TV개그프로의 ‘용감한 형제들’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지난 해 ‘진로탐색’을 주제로 한 UCC는 ‘무릎팍 도사’를 패러디해 집중도를 높였다. “여기가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장성중학교 자스팍 도사?”로 시작하는 ‘진로탐색’ UCC는 실제 많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의 계기가 됐다. 

교사들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학생들이 열광하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만든다. “우리 회원들은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영상제작을 위해 코믹분장을 불사하고 랩과 댄스도 마다하지 않지요. 처음엔 그저 재미있는 UCC 한 편 봤다 하던 아이들도 어느 사이 저희가 전하고 싶은 교육메시지를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더군요. 그런 변화된 모습들이 자판기와 스펀지를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게 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동적인 ‘자판기’가 아니라 능동적인 ‘스펀지’가 됐으면
‘자판기와 스펀지’는 최정자 교사를 비롯해 조경진 홍진영 서성수 이장우 김미희 한송희 이예지 등 8명의 교사가 의기투합, 자투리 시간을 쪼개 스스로 연구 자료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등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판기와 스펀지’란 이름은 학교문화와 교육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이들 교사들의 철학을 담은 것. 학생들이 누르기만 하면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라 스스로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같이 능동적인 인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이런 교육철학에서 가장 교육적인 효과가 큰 방법을 찾다 택한 것이 동영상. 백 마디 훈육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영상은 학생들의 주의도 끌고 또 생생하게 주제의 실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동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어요. 전문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획부터 시작해 배우도 해야 하고 촬영이며 편집 등 20여 분 분량의 동영상이 나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의 비화가 많답니다.” 최정자 교사는 처음엔 전문지식이 없어 틈틈이 영상제작에 관한 공부도 하고, 특히 편집 작업을 할 때는 밤을 새는 일도 많았단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배우고 깨우치며 하다 보니 방과 후 몇 시간으론 일이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보니 ‘자스’가 이어준 커플도 있을 정도(웃음)”라는 최정자 교사. 서성수 교사는 초창기 함께 ‘자스’의 회원으로 활동한 동료 교사와 결혼했다고 귀뜸한다.

이런 열정으로 ‘자스’ 회원들이 만든 교육 영상은 ''기본 생활습관 형성''(2007), ''예절교육''(2008), ''학력 향상''(2009), ''건강''(2010), ''진로 탐색''(2011)에 이어 2012년 자스 1편-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왕따), 2편-더삥투하츠(금품갈취), 3편-욕TV(언어폭력) 등 20여 편. 학생들은 바른 말 고운 말 관련 동영상에서 욕의 뜻을 알고 난 후 욕을 거의 쓰지 않게 됐다거나, 진로 관련 동영상을 보고 막연했던 미래의 꿈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을 갖게 됐다는 등 기대했던 것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경기도교육청 고양교육지원청과 2008년 경기도교육청에서 각각 학습동아리 부문 장려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경기도교육청 선정 우수학습 동아리에 선정됐고, 2011년에는 고양교육지원청으로부터 표창도 받는 등 대외적으로도 모범적인 교육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동영상 출연 덕분에 교사와 학생간의 벽 허물고 유대감 생겨
    자판기와 스펀지를 통해 학생들만 변한 것이 아니다. 자스 회원들은 교사들 스스로도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시간이 많이 뺐기는 일이라 억지로 하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솔직히 최 선생님의 제안으로 자의반 타의반 시작했는데, 활동을 통해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로j서 보람을 느낍니다.” 서성수 교사의 말에 이장우 교사도 밤늦게 작업할 땐 이튿날 수업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교육효과가 생각보다 커서 또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조경진 교사는 “처음 이 학교로 전근해와 아이들과의 유대감도 별로 없었던 때 자스 덕분에 아이들과 익숙하게 되고 학교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중학교는 초등학생과 달라 담임이나 학과를 맡지 않으면 무슨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인지, 교내에서 만나도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는데 그런 벽이 없어졌어요”라고 한다. 이예지, 홍진영 교사는 매번 같은 교과서와 교재로 수업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동영상을 만들며 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됐다고 한다.

최정자 교사는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UCC에 참여하는데, 평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학생에게 숨겨진 끼와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또 다른 성과도 있다고 전한다. 평소 과묵해보이는 3학년 박우호 군은 UCC를 통해 랩과 노래실력을 선보여 교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 군은 솔직히 선생님이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가 있더라고. “욕이나 언어폭력을 하지 말자고 랩을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전보다 행동이 더 조심이 되긴 해요.” 또 ''자스팍도사'' 편에 출연한 3학년 정희원군은 "동영상에 나온 다음부터 알아보는 학생이 많아져 행동이 더 조심스러워 부담스럽기도 해요“라고 슬쩍 불평을 털어놓다 ”하지만 욕 한마디 하는 것도 자제하게 되니까 좋아요"라고 말한다. 또 3학년 기성현 학생은 UCC 작가와 배우로 참여하면서 앞으로 진로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최정자 교사는 장성중학교 홈페이지에 개방되어 있는 UCC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으로 회원들이 더 힘을 모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참신하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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