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선택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여러 기관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 다음이 주위의 경험담과 평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교육 목표가 비교적 분명한 시설과 그 곳을 선택한 선배 맘들의 후기를 모아봤다.
두 아이 모두 예능어린이집 보낸 주현이네
“몰랐던 미술 재능, 어린이집 통해 알게 됐어요!”
김미숙(아산시 배방읍)씨는 두 딸을 모두 미술부문을 특화한 예능어린이집에 맡겼다. 큰 아이가 4세부터 6세까지 다녔고 작은 아이는 3세부터 현재 6세 반에 재원 중이다.
김씨의 경우 이 어린이집을 소개로 우연히 보내게 된 후 아이들의 미술 재능을 발견하게 되어 추천 의사가 더욱 뚜렷했다.
김씨는 “현재 초등 2학년인 아이의 그림을 집에 걸어 놓았는데 사람들이 오면 그림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두 아이 모두 미술에 소질이 있는지 몰랐는데 보내고 난 후 전국 미술 경연 대회에서 상도 곧잘 받아오곤 해서 재능을 뒤늦게 알게 됐다. 아이들이 예능어린이집 다닌걸 아는 엄마들은 모두 어린이집 잘 보내서 상도 받는다며 부러워 한다”고 했다.
이 어린이집에는 미술을 전공한 교사가 전담으로 1주일에 한 번씩 그리기 위주의 미술 수업을 진행한다. 원을 운영하는 이사장도 미술 전공이라 미술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원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김씨의 경우는 만화가가 꿈이라는 큰 아이의 꿈의 싹을 미리 잘 틔워 준 성공적인 케이스 중 하나다.
영어유치부 보내는 지영이네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해요”
외동딸 지영이를 영어유치부에 보내는 김정난(가명·천안시 불당동)씨는 자신의 영어실력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영이에게는 그런 약점을 갖게 하기 싫어 면밀히 검토한 후 영어유치부에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영어를 공부로 접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유치원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원어민교사와 접촉빈도도 빼놓을 수 없구요.”
5살부터 2년째 영어유치부에 보내고 있는 김씨는 대체적으로 만족이다. “길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인사를 건네는 아이를 보면 대견하다 싶죠. 자연스럽게 영어 환경에 노출시킨 것 같아 뿌듯하구요.” 선배엄마들의 말에 의하면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에 확실한 수준차를 보여준다고 하니 그 점도 매력적이란다.
아쉬운 점은 역시 교육비. 김씨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수업료는 사실 부담이에요. 월급쟁이 형편에 아이가 하나니까 가능하지요.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까요. 다른 사교육은 모두 접어둔 상태라고 볼 수 있지요”라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영어유치부에 보낼 예정이란다.
스포츠단 보내는 예준이네
“아이가 활동적으로 변했어요”
예준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고 소극적인 아이다. 연년생 동생 덕분에 엄마 품에서 빨리 떨어진 경우다. 그래서 박진경(가명·아산시 탕정면)씨는 처음 예준이를 동네유치원에 보냈다가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자 스포츠단으로 교육기관을 옮겼다. 박씨는 “보통 활동적인 아이를 많이 보낸다던데 저는 예준이가 변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어서 스포츠단으로 옮겼다”며 “결국 제 기대대로 됐어요”라고 말했다.
예준이는 몸을 쓰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리더십을 배우는 것 같았다고. 게다가 보통 유치원에는 젊은 여선생님들이 많은데 스포츠단에는 상대적으로 연배가 높은 선생님들이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교사들이 많이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육아경험이 있기 때문에 좀 느슨하고 여유있다고 할까. 암튼 예준이는 빨리 적응하고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물론 모든 면에 만족은 아니다. “우리 동네에는 차량이 오지 않더군요. 매일 아이를 태우고 기관으로 갑니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또 가까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방과후에 어울려 노는데 예준이는 동네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박씨는 “아무래도 내년에는 가까운 유치원으로 옮겨야 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병설유치원 보내는 지윤이네
“초등학교 생활이 수월해져요”
지윤이 엄마 신은주(가명·아산시 배방읍)씨는 병설유치원 예찬론자다. 두 아이 모두 병설유치원에 보냈다. 예전에는 싼 교육비 때문에 경쟁률이 높았는데 무상보육 이후로는 입학이 쉬워진 것 같다고. “사립유치원과 달리 학교에 속해 관리하는 곳이라 훨씬 믿음이 갔어요. 5살까지는 집에 데리고 있었고 6살부터 병설유치원에 보내면 초등학교까지 생활이 이어져 아이도 수월하게 적응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사립유치원 교육비도 무시 못 하지요.”
사립유치원보다 여유로운 학사과정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신씨는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과물에 치중하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며 “거의 한달 가량의 긴 방학기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색다른 프로그램을 접하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엄마들은 6, 7세에 들어갈 유치원비를 잘 모았다가 아이들 악기를 장만하거나, 영어학원에 보내기도 하지요.” 교육비가 거의 무료라 가능한 이야기다.
지남주,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공동육아협동조합 천안 ‘모여라 어린이집’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곳’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유아 교육 형태는 싫다는 부모들이 꾸린 새로운 형태의 육아공동체도 있다. 부모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교육을 만들어가는 곳, 천안 ‘모여라 어린이집’을 찾아 그 곳의 교육을 들여다봤다.
‘모여라 어린이집’은 정형화된 기존 교육과는 다른 형태로 우리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확고한 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한 경우다. 잘 짜인 커리큘럼보다 아이들 본연의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놀면서 자연생태적인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현재 4세 남아를 이곳에 보내고 있는 김지연(34)씨는 “원을 보내는 엄마들은 대부분 저처럼 아이들을 잘 뛰어놀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모여라 어린이집’은 오전 8시~10시 사이 자유 등원을 하고 점심시간까지는 나들이 시간을 갖는다. 나들이 시간을 통해 자연을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후 시간도 정해진 커리큘럼에 아이를 고집스레 끌어들이기보다 아이 개개인이 어떤 활동에 몰입 중인가를 먼저 살펴 충분히 깊이 놀도록 활동 시간을 조정한다. 많은 인원을 일사분란하게 규제하기보다 적은 인원에게 충분한 정서적 시간적 배려를 둔다.
커리큘럼은 씨름, 윷놀이, 비석치기, 국악 놀이 등과 계절에 따라 화전, 쑥떡 해먹기 등 자연 생태적이고 전통적인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
‘모여라 어린이집’ 현인적 시설장은 이곳의 교육을 한마디로 “교사가 주도하지 않고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직접 만들어가며 기호에 맞게 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라고 별칭하는 부모 모임은 어린이집 청소부터 방모임, 일일 교사로 어린이집 교육 참여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집을 이끌어 가는 실제적인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이루어지는 어린이집 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서 재원생 엄마 김지연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모자란 편인데 ‘모여라’는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을 모두 충족시켜 준다”며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종일반 개념으로 납부하는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비교적 등·하원 시간이 폭넓고 선택권이 자유로워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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