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수학학원 기고

예비 중학생의 수학 학습법 제안

수학의 ‘사필귀정(事必歸正)’

지역내일 2012-10-23

글 : 그수학학원 김지선 원장


▶왜 문제를 푸는가?
수학 교과서나 참고서를 펼쳐 보자. 많은 부분이 <예제> <유제> <연습문제>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수학을 공부할 때도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문제’ 들과 씨름하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흔히 수학공부는 곧 문제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인가?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것이 진정한 수학 공부의 전부인가?


▶‘진짜문제’와 ‘연습문제’의 정의
어떤 문제가 주어졌다고 하자. 지금까지 같은 형태의 문제를 본 적이 없다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창의적으로 적용하여 풀어야 한다. 이것을 ‘진짜문제’ 라고 부르자. 수학자들은 말하자면 지금까지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문제는 모두 진짜문제이다. 다른 학문이나 산업, 일상생활에서도 무엇인가 의문을 갖고 해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진짜문제’ 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미 풀이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숫자만’ 바꾸거나, 약간의 변형만이 가해진 문제라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풀이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문제는 그 풀이법을 반복적으로 숙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것을 ‘연습문제’ 라고 부르자. 영어로는 ‘문제’를 problem 이라고 하지만 연습문제는 특히 drill 이라고 불러 구별하는 경우가 있다.


▶‘진짜문제’의 중요성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문제는 물론 ‘진짜문제’이다. 즉,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짜 맞추고 자기 나름대로의 풀이 방법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 바로 그것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을 공부할 때 풀이 방법을 모르는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풀이 방법을 창조 또는 발견해 내는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고 수학, 더 나아가서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진짜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대개 ‘예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아래에 풀이가 나와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은 예제를 읽고 나서 곧 그 풀이를 읽는다. 그럼으로써 몇 안 되는 ‘진짜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수학 공부를 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풀이’를 보지 말라. 몇 시간, 며칠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라. 풀이를 읽는 순간 진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이다. 그것은 남이 가르쳐 주는 대로 퍼즐을 맞추는 것에 비교할 수가 있다. 퍼즐의 묘미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며, 수학 문제도 그렇다.


▶‘연습문제’의 필요성
그렇다면 풀이 방법을 이미 아는 문제인 ‘연습문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연습문제’의 최초의 예는 아마도 구구단 외우기일 것이다. 구구단을 못 외워도 4×5 같은 것은 계산할 수 있다. 즉, 한자리수 곱셈으로 끝나버린다면 굳이 구구단 암기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두 자리 수, 세 자리수의 곱셈, 나눗셈, 소인수분해, 식의 계산, 인수분해, 고차방정식의 풀이 등을 공부하는 것은 구구단을 완전히 외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구단을 반복적으로 숙달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연습문제’의 역할을 바로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인수분해나 미분법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고 여러 형태의 문제를 다루어 보고 하여 그 ‘기능’을 숙달함으로써 그 다음 단계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습문제를 반복해서 풀이하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수학 공부의 전부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초등학교 공부는 아주 조금만, 중학교에서는 조금만 하고, 수학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 ‘바른’ 수학공부란?
수천 년간에 걸친 인류의 수리적, 논리적 사고의 기록인 수학을 다시금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수리적, 논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해결할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수학책에 나와 있는 ‘문제’들을 그런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남이 풀어 놓은 것을 보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올 때 적용시키는 방식으로는 결코 진정한 공부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은 빠른 시간 안에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괴로운 공부 방법이다.
스스로 풀이를 발견하고 교사나 지도자는 견인차 역할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틀 동안 밤낮으로 그것만 생각했는데도 풀리지 않으면 도움을 받되 대개의 학생은 채 2분이 안되어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안타깝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나중에는 비축된 수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가속이 붙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되므로 결코 힘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어쩌면 ‘진짜문제’ 들을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특히 학문적이거나 전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수학적 사고력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다시 제대로 된 수학공부를 시작해도 조금도 늦지 않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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