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

지역내일 2012-10-19 (수정 2012-10-19 오후 1:14:02)

  진선희 원장
  와튼학원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




             나는 일하는 엄마다. 나의 여러 역할들 중 모든 것에 우선하는 역할. 그것은 엄마라는 역할이다. 늘 연구하고 고민하지만 해온 일들 중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큰 녀석은 이미 어엿한 대학생이지만, 초보엄마 밑에 태어나 자라느라 녀석도 나도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도 녀석을 향한 미안함이 있다. 고맙게도 잘 자라주어 이제는 제법 친구노릇을 해주곤 한다. 녀석이 하는 말이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진 엄마가 뭐든지 완벽하기만한 수퍼 우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엄마도 힘들고, 흔들리고, 애쓰며 살고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시니까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훨씬 좋아요.” 한다. 그렇다! 내려놓으니 나도 편하고 좋다. 애써 잘난 척 안 해도 되고, 가끔은 딸한테 어리광도 부리도, 도움도 청하곤 한다.
  
그저 기다려 주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뭐에 그리 안달과 닥달을 하며 살았던지... 내가 지옥이면 아이들도 지옥인 것을 준비되지 않은 엄마였던 나는 그땐 몰랐던 것이다. 어제 녀석이 22번째 생일을 맞았고 오늘 부턴 교생 실습을 위해 출근을 했다. ‘엄마 같은 선생님 되겠다.’고 말해주고 현관을 나선다. 고맙다. 나의 시행착오들을 너그럽게 감싸주는 녀석의 한마디가 그동안 맘 귀퉁이에 쌓아 두었던 부담들을 털어내 준다. 그리고 희망을 갖는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막내 녀석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는데 큰 녀석이 메시지를 준다. ‘믿고 기다려 보라고, 그러면 좋아진다고...’ 

 우리집 막내는 자사고 입시에 실패하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 부쩍 말이 없고 우울해 하고 있어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달래고 위로하고 하였으나 계속되는 우울감은 좀처럼 좋아지질 않아서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자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어쩌면 녀석의 아픔보다 내 고통 때문에 힘이 든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난 나의 일상에 전념하기로 하고 녀석과 좀 거리를 두었다. 운동도 거르지 않고 하고, 일도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한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아이가 전부가 되어서는 아이도 나도 행복하기가 어렵다. 좀 거리를 둔 채로 우리는 노력 중이다. 녀석도 나도 서로를 믿는다. 오늘 아침 밥을 먹는 식탁에서 예전처럼 웃으며 같이 먹자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며 손을 흔든다.

 이제 돌아오고 있음이다. 물론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어둠속에서 가끔은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씁쓸히 웃기도 하겠지만 나를 잃지 않고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잘 보듬고 있다면 우린 반드시 그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올 테니까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힐링이 필요하다. 지친 심신을 조건 없이 달래주고 품어주는 힐링...
자식 둘을 키우며 누구 못지않게 힘겨운 씨름을 하며 살았다. 그것이 모두 자식을 두었기 때문에, 그것도 누구의 자식보다 힘들게 하는 자식을 두었기 때문이라 생각 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성취 지향적이고, 욕심도 많고,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도 부족한 미숙한 엄마인 나 자신 때문에 아프고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자식을 향한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이제 나는 자식에게 전과는 다른 욕심을 부린다. 예전처럼 몰래 아닌척 하는 욕심 말고 당당하게 욕심을 부리고, 그건 엄마의 욕심이고 선택은 녀석들이 하도록 한다. 때로는 녀석들이 나의 욕심을 모른 척 하여 속상하게도 하지만 전처럼 관계가 서먹해 지도록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왜냐면 녀석들이 외면한 엄마의 욕심을 달래고 위로해 줄 것을 당당히 요청한다. 녀석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비록 나의 바램대로 아이들이 되어주진 않아도 그들은 나의 마음까지 외면하진 않는다.
  
 늘 나는 나의 소망뿐 아니라 좌절도 함께 하도록 마음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엄마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아이들 맘이 곧 내 맘 이니까 우린 서로를 알아 가며 산다. 때론 눈도 흘기지만 때론 달콤한 케익으로 서로를 위로 하면서 말이다. 부족한 내가 다행이다. 부족해서 우린 서로를 어루만지며 산다. 감사한다. 나의 부족함에 그리고 아이들의 너그러움에...




 자녀를 키우며 고민하는 이 땅에 어머니들이시여!!
당당하게 우리의 바램을 말하고, 자식들을 향한 당찬 욕심을 버리지 말고 나를 가꾸고 소중히 합시다. 그리고 언제라도 녀석들에게 솔직한 눈빛과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우리의 좌절과 상처 또한 당당히 표현하고 힐링합시다!!




    어머니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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