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랑에 빠진 우리 동네 주부독서회

지역내일 2012-10-13 (수정 2012-10-13 오후 2:16:55)


뻔한 일상에 날개를 달아주다






소설가 박범신은 말했습니다.

책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고. 영혼을 깊이 발효시켜 향기롭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 파괴적인 얼굴로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요. 하지만 뻔하고 습관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길 역시 독서라고 그는 말합니다. 끝없는 일상의 권태와 무위를 그는 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세계가 너무 조직적으로 짜여 있어 책 말고 더 이상 새로운 모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말입니다.
자고 나면 강산이 변하는 속도경쟁 속에서도 책이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빛을 발하는 가을입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1인 다(多)역을 소화하는 주부들에게도 책이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며 비로소 ‘나’를 찾는 주부들에게 책읽기는 더 이상 고상한 취미가 아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통렬한 자기인식입니다.
굳이 힐링을 붙이지 않아도 책이 주는 충만감으로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우리 동네 주부독서회를 만나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 수지도서관 독서회 ‘flow’






종착점인 ‘나’를 찾아 떠나는 책 여행




때는 가을. 초록 잎사귀에 하나둘 연갈색 물감이 번질 무렵, 용인시 수지 도서관 세미나실 한편에 모여 있는 주부들.
누구 엄마, 아내라는 계급장 대신 위풍당당 본명이 적힌 종이 명패를 앞에 두고 독서회 6명의 회원들이 토론 삼매경에 빠져있다.
조용한 듯 맹렬히 토론을 이어가게 만든 오늘의 책은 중국작가 위화의 풍자소설 ‘허삼관매혈기’다. 책을 추천한 윤명로(51)씨는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보았노라 고백한다.
자신의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중국의 시대상이 절절하게 다가왔노라고.
권정숙(44)씨 역시 요즘 뜨고 있는 ‘싸이’의 ‘아버지’란 노래가 생각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한다. 우리네 아버지들도 어렵던 시절을 일구어 내며 자식들을 위해 온갖 험한 일을 마다치 않았을 터라고.
2년째 같은 장소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수지도서관 독서회 ‘flow’.
10명 남짓 회원들은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문학주부(?)들이다. 이들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 읽는 책읽기에선 경험하지 못한 충만한 세상과 만나게 된다며 이구동성이다.




현재진행형 고민 풀어놓고 해답 얻어가는 책 읽기
김현숙(42)씨에게 인생의 의미는 잘사는 것이었다. 20대는 누구보다 치열했던 그녀였지만  결혼을 하고 30대를 거쳐 40대에 이르면서는 가끔 너무 놓고 사는 건 아닌가 싶단다.
“요즘 코드는 재미잖아요. 내가 뭘 해야 재미있을까 찾게 되고 기왕이면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사람들과 같이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하루하루 내일이 더 인간다워지고 싶다는 꿈을 꾸는 한정혜(42)씨는 “이기적인 면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을 지켜가고 싶다”고 전한다.
독서회는 이렇듯 각자가 안고 있는 현재진행형 고민을 풀어놓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바라보며 풀 수 있는 장(場)이 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회원들.
명로씨는 책이야기, 사는 이야기 하다보면 현재의 내 문제가 뭔지, 좀 더 객관적으로 알게 돼서 좋단다. 정혜씨도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함께 읽은 책 읽기가 남는 것이 많다고 전한다.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책을 읽어도 돌아서면 금세 잊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럿이 함께 책을 읽고 그 책을 곱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기억도 잘 살아나요. 예전엔 아이 교육 때문에 책을 읽었다면 요즘은 나를 위해 읽어요. 그러니까 중2 아이가 오히려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연경씨는 책이 좋긴 하지만 혼자 읽으면 편독하게 될 것 같아 독서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하더라고요. 같은 책을 놓고도 내 관점은 이런데 다른 사람들과 차이는 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알고 싶고, 찾고 싶었던 거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들
그렇게 여러 이유로 책을 만나고 그것을 나눌 사람들과 만나 얕은 수다가 아닌 인생을 길어 올리는 이들. 그동안 읽어온 책만 해도 ‘서양미술사’와 ‘열하일기’, ‘장자’ 와 같은 인문학 고전을 비롯해 ‘생각버리기 연습’이나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와 같은 현재 고민들을 푸는 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회원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을 배우고 있단다.
“책을 읽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처음엔 버벅대고 표현력도 짧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말솜씨가 늘더라고요. 혼자 읽는 책읽기에선 얻지 못했던 나를 긍정하는 마음도 생겼고요. 나도 나름 괜찮구나, 사람들 누구나 장ㆍ단점을 갖고 있구나 하고 나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을 조금 더 편하게 보게 된 게 독서회를 통해 얻게 된 결실이죠.” 명로씨의 수줍은 고백이다.
연실씨도 책을 읽으며 오히려 잡념이 줄고 시시콜콜한 일에 집착이 줄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 몰입하고 또 모여서 풀어내면서 나를 객관화하다보니 작은 일쯤은 사사로이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 모임에서 공허해지는 이유가 자기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정혜씨.
“모이면 아이들과 남편, 시댁 얘기는 하는데 정작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건 뭔지 꺼내 놓질 않잖아요. 뭐라도 좋으니 나만을 위한 것 찾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책도 그런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내가 객관화 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나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지게 되더라는 회원들.
2시간을 꼬박 채워 얘기를 나누며 영혼의 충만감으로 꽉 찬 이들의 표정에선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들의 관록이 느껴졌다.
책 속에 녹아든 저마다의 인생에 감동하고 각자의 삶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회원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데 리포터는 애초부터 지는 게임을 하고 말았다.
문의 031-324-8971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Advice 용인지역사회교육협의회 글쓰기 독서회 강사 이지연 
“한사람의 열권보다 열사람의 한권이 더 의미 있어요”




열사람이 가진 배경지식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요.
독서도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만큼만 흡수되기 때문이죠. 열사람의 경험과 지혜와 배경지식을 공유할  수 있으니 그만큼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많은 셈이에요.
혼자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을 유용하게 확장하기도 어려워요. 귀찮아지면 쉽게 책을 놓기도 하고 독서가지가 탄탄하게 뻗어 나가기 어렵죠.
요즘은 독서환경이 무르익어 책을 좋아하고 조금만 의지가 있다면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수월해 졌어요. 집근처 도서관에서 하는 모임도 좋고, 학교 도서관에서 엄마들 모임을 해도 좋죠. 엄마들이 책 읽고 나누다가 사서도우미 봉사를 하거나 아이들 책 읽어주는 봉사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시작은 책모임이지만 유익한 활동으로 확장되기도 해요.
책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 도서나 인문학적 배경이 요구되는 책이나 답이 정해진 책, 명확한 의도를 가진 책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열린 책이 좋아요. 그림책이나 가벼운 소설책으로 시작하면 무리가 없죠. 그러다 생각이 무르익고 구성원들 간에 합의가 되면 점차 깊이 있는 책 읽기로 뻗어 나가면 됩니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각자의 생활, 삶을 나누려고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책모임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 구미주부독서회
가을에 만난 주부들의 이유 있는 책읽기



“위기의 순간에 트라우마에 의해 자기 방어적으로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모든 나쁜 사람의 과거엔 그럴 수밖에 없는 경험이 녹아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주부들의 대화라기에는 수상한 내용이 오간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고 벌어진 토론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하기 어려울 만큼 빌려가는 사람이 많은 소설이지만 보통 주부들이 범접하기 힘든 흥미진진하고도 살벌한 내용이라 저마다 공포감을 극복해가며 읽었노라는 무용담(?)이 이어진다. 게다가 영화로 만들면 어떤 배우를 캐스팅할지까지 토론의 범위는 무한대다. 책은 각자의 상상력과 경험을 이끌어 내 영화보다 다이나믹한 토론을 만든다. 현재 이슈가 되는 실제사건들이 소설 속 사건들과 믹스 매치되어 가상이 현실로 튀어나온다.




독서토론은 힐링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3년 반째 구미주부독서회의 주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이정진 독서지도사와 회원 대여섯명으로 시작해 들고 나며 현재 13명에 이르는, 자리잡힌 독서회로 성장했다. 책으로 성과를 얻기보다는 순수하게 책을 즐기는 모임으로 욕심없이 안빈낙도를 누리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김철수 주부는 반포동으로 이사 간 후에도 매주 이곳을 찾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두른다고 한다.
“사람을 접하면 사건이 생기 듯 책을 접하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학부모회, 입시전문가들과 만나 자식교육,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마음이 불안해지죠. 현실적 인간관계, 경쟁에서 잠시 피해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정신적 휴식을 얻을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전남주 씨 역시 일상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동의한다.
“주부독서회가 있는 도서관이 흔치 않아요. 서울에서 수년째 실버독서회에 다니시는 어머니(83세)가 추천해 주셔서 독서회를 찾게 되었어요. 고립되고, 죽음에 두려움을 갖기 쉬운 노년에 정신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꼭 필요한 취미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으로 토론하고,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기 쉬운 노년기에 다양한 직업군에서 은퇴한 분들이 경험을 나누는 사교의 장 역할을 하니까요.”
김애란(죽전동)씨는 독서회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양숙향(금곡동)씨와 이순화(분당동)씨는 독서는 아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잊고 살던 감정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상에 감정이 무뎌지는데 책을 통해 새삼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 책을 읽으면 그동안 잘 살아왔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회원들은 책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해결책도 찾아보는 토론이 즐거운지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가 아닌 나로 돌아가기
강정아(정자동)씨는 아이 독서프로그램 접수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가 주부독서회가 있는 걸 알고 등록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나를 위한 오롯한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여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남은 인생의 동반자로 책을 선택했어요. 독서회는 책 내용 외에도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지요.”
팀의 막내 김희원(서현동)씨도 “아이가 아직 어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지만 다 못 읽고 와도 얻어가는 것이 많기 때문에 비록 늦더라도 가능하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의 교육관, 인생관이 달라 사고의 유연성이 커지는데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학이 전공이라 죽기 전에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라는 김문주(구미동)씨는“나이 들어 책 읽는 목적은 위안과 치유를 얻기 위한 절실함”이라고 말한다. 아이 키우며 책에서 손을 놓게 되었는데 인위적으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지로 도서관을 찾았다고.
리포터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책에서 꿈을 찾는 주부들을 만나보았다. 저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자신을 위한 시간에 투자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가을, 아이가 아닌 책과 함께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누릴 줄 아는 감각적인 여자가 되어볼까? 
문의 010-7797-0215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Advice - 이정진 독서지도사
독서도 함께하면 좋아요





독서는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다듬는 작업은 바로 삶의 질과 연결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지만 하루에 한 시간정도 책과 함께 하는 일상 탈출을 통하여 또 다른 삶의 색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독서도 함께 하면 더욱 좋습니다. 혼자 가는 길은 살짝 외로울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토론이 잘되는 책은 등장인물의 특징이 살아있는 소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우리가 직접 상상하여 하나의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거든요.
독서회는 이끄는 수업이 아니라 나누는 수업 이예요.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다른 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도서관을 찾은 분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한 분 한 분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진행이 되는 편이지요. 


구미독서회가 추천하는 가을에 읽기 좋은 책




미하엘 엔데의 <모모>
소녀시절 이미 읽었더라도 그 때랑 달라졌기 때문에 느낌이 또 다를 것이다. 책은 그대로지만 그 책을 읽는 내가 계속 변하고 따라서 느낌도 변하니까. 이것이 바로 책읽기의 묘미 중 하나다.




이무석 <30년만의 휴식>
경쟁적인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유서. 아이 키우는 엄마, 며느리에게 추천한다.




모건 스콧 펙 <아직도 가야할 길>
뉴욕타임즈 북 리뷰 최장기 베스트셀러. 심리치료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이해하기 쉽게 전한다.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신경숙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여섯 번째 소설집. 세계로부터 단절된 익명의 인물들과 그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해낸 삶의 의미들이 일곱 편의 단편에 실려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외롭고 소외된 존재들이 지닌 인간적인 체온과 연민이 녹아있다. 




<달과 6펜스>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 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속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는 소설.






# 중원도서관 주부독서회
책을 통해 나를 말하고 희망을 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중원도서관 2층 멀티미디어실에서는 주부들의 편안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오늘 토론할 책은 ‘미실’을 쓴 작가 김별아의 백두대간 종주기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이 책에서 ‘산은 타는 척할 수 없고, 삶은 사는 척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깊이 울렸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와 백두대간까지는 안 바라고 지리산이라도 함께 등반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니 절대 산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웃음) 한편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그동안 여러 글의 형태 중 여행기 쓰기가 쉬운 듯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산행 일정에 맞춰 여러 가지 단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글쓰기 방식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부들의 이유 있는 책읽기
독서 후 자신의 생각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누는 회원들.
그 속에는 상처가 되었던 과거의 아픈 기억도 있고, 엄마로서 아이와 나누고 싶은 것도 있었으며, 산행을 통해 얻게 되었던 다양한 치유의 경험도 있었다. 이렇게 같은 책을 읽고도 각자 자기의 경험과 관점에 비춘 이야기들은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생산적인 경험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중원도서관이 2000년에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온 주부독서회는 언제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던 일상의 리듬에서 독서를 통해 삶의 외연을 확장해 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신영은 주부는 “책은 혼자 읽기보다 토론을 거치면 다양한 관점과, 또는 관심이 없던 주제에 대해 눈을 돌릴 수 있게 해주어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며 독서회 참여배경을 전했다. 이은호 주부 역시 독서회를 통한 책읽기의 장점을 강조한다.
“주부들은 일상에 쫓겨 사실 시간이 나도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독서회를 통하면 의무감에라도 책을 보게 되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 독서의 편식도 막을 수 있어 좋고요.”
사회가 복잡 다단해가니 요즘의 화두는 단연 ‘힐링’이다. 사회 전체에 치유가 너무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독서는 그런 ‘치유’의 힘을 키우는 강점이 크다.




나를 확장시키는 독서
심연선 주부는 독서를 통해 조금은 담담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역시 치유인 것 같아요.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슬픔,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며 겪게 된 어려움, 이 모든 것이 상처로 몸 구석구석에 남아있었어요. 사실, 이런 아픔 남에게 내보이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책을 매개로 내 이야기를 꺼내 오픈하면서는 남들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억압했던 상처들을 자연스레 녹여낼 수 있었어요.”
중원 주부독서회를 리드하고 있는 최명숙 강사는 “시, 수필, 담론, 인문학서적에 포토에세이나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한다.
최 강사는 “토론을 할 경우 책의 내용에 따라 분석적일 때도 있지만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엔 기본적으로 독자 수용적 관점을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나면 자기 체화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분석만 하면 의미가 없어요.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되고 또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와 토론이 힘이 되어 독서회를 거쳐 간 회원들 중 취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꽤 있었다. 최 강사는 “독서를 꾸준히 하면 꿈을 다시 찾게 되고 도전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며 “공부를 더 해서 인생 항로를 변화시킨 분들도 많았다”고 귀띔해 주었다.
회원 중 일부는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주최하는 작가 파견수업 등 프로그램을 통해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중원 주부독서회는 소박하지만 1년 동안 독서의 결과물로 시, 수필, 독서 감상문 등을 모아 매년 문집도 꾸준히 내고 있다.
서희영리포터 tjgmldud8082@naver.com 







중원도서관 주부독서회의 최명숙 선생님은
가천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이 대학에서 국문학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제20회 성남시 문화상 학술부문 수상자이며 ''성남의 문인과 작품 연구-수필과 아동문학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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