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어디까지 가봤니? _ ①화정천길
안산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 공단. 그래서 안산을 잿빛 삭막한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 단풍, 겨울 억새의 황금빛까지 안산의 색채는 다채롭다. 안산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전설과 문화를 품은 ‘화정천길’
붉게 물든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져 특별한 가을 정취 만들다
옛사람들은 안산의 땅 모양새를 설명할 때 엄지손가락만 구부린 손을 활짝 펴 내보이곤 했단다. 안산의 주산인 수암봉 아래 4개의 개천이 안산을 가로지르는 지세를 표현한 것이다. 안산을 가르는 4개의 하천 신길천, 화정천, 안산천, 반월천이 바로 그 개천이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 한 개천이 화정천이다.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를 위해 꽃우물 마을 우물까지 물 길러 다니던 어부가 오간 길이 바로 이 화정천 길이었을 것이다.
화정천 주변이 안산시 도심으로 개발되면서 원래 형태는 사라지고 직선으로 남아있지만 최근 생태하천 복원 사업으로 새단장한 후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2008년 시작된 화정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4년만인 지난 6월 완성됐다. 생태복원사업으로 화정천 동편 둔치 안에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됐고, 이 길은 고잔신도시를 거쳐 사동 수변공원까지 이어진다.
선부동과 고잔동 초지동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시화호로 흘러드는 화정천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화랑유원지를 지나 와~스타디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에 가을이 오면 화랑저수지까지 붉게 물들인 단풍과 억새가 만든 스산한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벌써부터 화랑유원지 주변엔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산책객들의 눈과 발길을 끌어당긴다.
화정천 주변에는 문화공간도 많다. 화랑유원지 안에는 경기도 미술관이 있고 백여미터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과 와 스타디움이 마주보고 서 있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산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소장한 안산중앙도서관이 있다. 산책을 즐기다 지치면 전시나 무료공연을 관람하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면 따뜻한 커피한잔을 즐겨보는 것도 괜챦다.
화정천 길에서 만나는 평범한 안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재밌다. 시청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할머니들의 무리. 아이와 함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산책에 나선 한 가정주부. 서류가방을 들고 고잔역으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의 회사원. 나란히 자전거 타고 가며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은 분명 친구와 추억여행 중일 것이다. 이 처럼 가을이 내린 화정천 길에는 일상을 추억으로 바꾸려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가득히 내렸다. 단풍이 짙어지면 우리들 이야기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