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시행’ 에 대하여

지역내일 2012-10-11

2014년 수능부터 시행된다는 A형, B형 수능 체제에 대해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점은 모든 것이 가상적 상황에서 시행된 점이다. ‘평가’ 라는 전문 용어를 두고 굳이 ‘시행’이라는 용어부터 수험생의 수학능력의 측정보다는 행정 처리의 냄새가 나는 고뇌 어린 용어이다.
아직 3학년이 되지 않았는데 3학년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배우지도 않은 과목을 배웠다고 가정하고, 배울지 안 배울지도 모르는 과목을 배운다고 가정하고, 시행한 시험이 지난 5월에 실시한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시행’이다. 그렇다면 이 ‘가정하고’는 무슨 말인가. 이번 시험(시행)은 현 2학년 학생들이 내년에 ‘화법과 작문Ⅰ, Ⅱ / 독서와 문법Ⅰ, Ⅱ/ 문학Ⅰ, Ⅱ’을 ‘3학년이 되어서 배웠다고 가정하고’ 시행한 시험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EBS 교재 반영률이 70%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출제하는 경향이 현저히 달라지지 않는 한, 학교 현장에서 3학년들에게 70% 수능 연계 EBS 교재를 제쳐두고 한가롭게 화법과 작문Ⅰ, Ⅱ나 독서와 문법Ⅰ, Ⅱ를 가르치는 학교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아무튼 그 시행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 몇 가지를 짚어 보자.
<화법>은 종전의 ‘듣기’ 대본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지필 평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듣기 상황을 가상적으로 설정하고 듣기를 지필 평가를 대체한 것이다. 따라서 종전처럼 휘발성 정보가 아니라서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서 제시한 화법Ⅰ,Ⅱ의 내용 체계를 염두에 두고 적응해 간다면 그리 부담을 느끼는 제재는 아닐 것으로 본다.
<문법>은 종전까지 홀대받은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5문항의 자리를 확보하였으므로 고득점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문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종전의 문항 패턴이나 수준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문법Ⅱ(B형)에서는 국어사(國語史)를 고려한 학습이 고려되어야 한다. 어쩌면 1등급 구분이 여기에서 갈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문학>은 좀 주목할 점이 꽤 있다. 먼저 A형에서 현대시와 고전시가(공통 문항)가 세트 문항이 아닌 단독 작품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내년 6월 모의평가를 치러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아마도 A형만큼은 세트 지문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교현장에서 고전시가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학습이 소홀히 여겨질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시가에서 단독 작품이 제시되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되면, 고시가의 대표 장르인 시조나 가사가 수능에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의평가에서는 향가나 고려가요는 나올 수 있지만, 본 수능에 잡가나 민요, 한시 등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낮추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B형과 달리 A형에서는 공통 문항인 고시가를 현대어로 대폭 풀이해 주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이 점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B형은 거의 원전에 가까운 표기로 익혀야 한다.
B형에서 현대시는 종전의 수능처럼 세트 문항을 유지했으나 작품 수가 세 작품에서 두 작품 세트로 변하였다. 다소의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3문항이기 때문에 애초에 세 작품을 세트로 구성할 수 없으므로 이제부터는 세 작품의 공통점 파악이 아니라 두 작품의 공통점을 파악하는 훈련이 더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A형에 없는 ‘문학사(文學史)’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광수의 ‘무정’은 문학사적 가치가 높지만 그간 작가의 친일 행적으로 인해 수능에 거의 제외되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출제된 것은 이와 유사한 작가의 작품도 눈여겨봐 두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문학Ⅱ(B형)에서는 작가의 행위가 아니라 그 작가가 쓴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먼저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하나는 외국문학 작품과 연계하여 출제하는 경향이 6모에도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독서>에서는 A형에서 ‘예술’ 제재가 빠지고 ‘독서’ 교과 제재를 제시하였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독서’ 교과는 지속적으로 출제되겠지만 예술 제재가 계속 제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B형에서 기술 제재가 제외된 것도 고정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즉 A형 B형 모두 제외되는 제재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근 갑
스토리학원 언어영역
(現)위너스터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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