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자녀시대라서가 아니다. 아버지들의 자녀사랑이 기대와 관심으로 나타나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똑같을 것이다. 단지 표현이 서툴고 소통의 방법을 몰라 망설였을 뿐이다. 요즘 아빠들은 아버지회를 통해 자녀들과 함께할 기회를 찾고, 봉사와 체험활동으로 서로 소통하며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아빠와 자녀 모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로 4년을 맞이하는 ‘서울목운초등학교아버지회’(이하 목운아버지회)는 사회생활을 성실히 해온 아버지들이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활발하게 운영하여 타교에 귀감이 되고 있어 따라가 보았다.
가부장적인 아빠모습을 벗고 함께하는 소통의 장
목운 초등학교 개교와 함께 시작된 목운아버지회는 올해로 어느덧 4년차가 된다. 처음 학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자문역할과 회원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봉사단체로 구성되어 격주 토요일 교통봉사와 교내외 체험활동, 특별강연회 등으로 진행되어왔다. 올해 주5일제 시행으로 교통봉사가 없어지면서, 가족체험학습과 학교캠핑행사에 자원봉사활동을 접목시키게 되었다.
3년간 아버지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아버지회가 해마다 체계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느껴진다는 김선욱 회장(3학년 김형준)은 “처음 선배들이 아버지회를 만들었을 때의 그 순수한 취지로 아버지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또,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버지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들은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고,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라며 가부장적인 아빠의 모습을 벗고 아이와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전한다.
“목운아버지회는 학교운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매년 목동운동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목운 한마음 운동회’에서는 진행에 필요한 사항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라는 김회장. 회원 대부분이 ‘목운 한마음 운동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라고 입을 모은다. 60개 이상의 캐노피를 아버지회에서 직접 설치하고, 행사진행을 위한 줄잡기, 생수준비 등 오전 7시부터 하루 종일 준비하고 마무리 하면서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는 최승홍 총무(4학년 최혁). 아내의 권유로 아버지회에 가입은 했지만, 바쁜 직장생활로 참석하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말에도 일하느라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었는데 학교행사에 참여하면서 담임선생님도 알게 되었고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회모임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혈아빠가 되었다.
언제 아빠가 자랑스러울까?
목운아버지회는 회장 1명, 부회장 6명(수석부회장 1명 포함), 학년대표 6명과 회원관리, 상호연락, 친목도모, 자체행사 진행 등 제반업무를 담당하는 총무이사 1명, 운영에 필요한 재무, 행사, 봉사, 홍보활동 등을 추진하는 이사 15명, 감사 2명 등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Cafe회원만 200~300명이며, 100여명의 아버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녀가 학교를 졸업해도 명예회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는 김성영 수석(3학년, 김현민)은 현민이가 1학년 때부터 아버지회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교육적인 이유와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회원이 되었는데 “역시 가입하길 잘한 것 같아요. 아이와 대화도 많이 하게 되었고, 아빠가 아버지회회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현민이는 아빠가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얼마 전 부터는 친구의 어려움을 아빠에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한 동네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의 잘못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타일러 해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들이 학교주변의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책을 맡고 책임감 때문에 참여했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하게 되었다고.
“회원들이 모두 2~3분 거리에 살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어요. 가족끼리 따로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면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유치원생인 둘째가 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회에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라는 김 수석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언제 아빠가 자랑스러울까? 윤주산 홍보담당(2학년,윤준희)은 “작년까지 토요 격주로 진행되었던 건널목 교통봉사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조회 훈화시간에 아버지가 직접 교내 방송에 출연(생방송, 녹화)하여 아이들에게 정서적 교훈을 전해주는 시간, 스승의 날 1일 명예교사가 되어 40분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등 학교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아이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며 아이에게 비춰지는 아버지교사의 모습은 아이에게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므로 42개 각 학급에서 진행되는 1일 명예교사가 아버지회 사업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아버지회가 주관하여 해마다 달머리 캠핑장에 진행되는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100가족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대가족이 이동하는 행사이므로 차량섭외부터 프로그램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정영 봉사부회장(1학년, 박제민)은 “가족 텐트 야영 체험과 캠프파이어로 진행되는 행사에 ‘물고기 방류체험’을 넣고, 캠프 종료 후에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참여해 봉사시간을 받는 방법으로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도록 하였습니다”라며 이후 가족과 함께 안양천을 걸으면서 했던 하천의 환경유해식물을 제거활동과 EM(Effective Micro-organism) 흙 공을 만들어 던진 안양천 환경 개선 활동은 체험활동 자체가 자연보호로 이어져 더욱 의미 있었다고 전한다.
목운아버지회에서는 서울 에어쇼 체험, 안양천 걷기 마라톤대회, 별자리 관찰 체험, 아버지회 체육대회, 외갓집 체험 등 아빠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막상 자녀와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당황스러운 아버지들을 위해 더욱 유용하다. 해마다 진행되는 명사초청 강연이나 1200여권의 도서 기증 행사 등 행사 하나하나에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직장생활로 바쁜 아빠들이지만, 각 행사마다 담당자를 정해 일을 분산시켜 진행한다는 최 총무는 “여러 해 동안 노하우가 쌓여 완급을 조절하면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빠도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라며 아버지회에 참여를 권한다.
서로 모여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더 친해 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한다는 아버지회회원들. 왠지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서 밝은 미래가 보인다.
성명욱 리포터 timace@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