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학교폭력 가해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논란
반대- 가해자 인권 문제, 처벌 형평성 문제, 효과 미비.
찬성- 학교 폭력 심각성, 가해자 책임도 교육.
논란의 시작, 그리고 현재 상황은?
작년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리고 올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핵심 대책의 하나로 포함됐다.
이에 지난 3월, ‘강원도교육청’은 가해자 학생의 징계 사항을 경중에 관계없이 학생부에 일괄 기재하는 것이 ''낙인 효과''로 인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는지 인권위에 질의했고,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개방식,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교과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 했다. 그리고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인권위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결정한 만큼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은 보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9월, 교과부는 특별감사에 들어가 강원도교육청의 공문을 직권취소한 데 이어, 학생부 기재를 거부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일선학교 등에 통보했다. 그러자 개재 유보방침을 따르던 학교장 모두 학교폭력 관련 학생의 징계결과를 기재하겠다고 확인서를 썼다. 그리고 교과부는 현재 강원도 내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지 않은 고교는 없다고 밝혔다.
논란의 현장에 서있는 교사들의 입장은?
그렇다면 논란의 현장에 서있는 교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먼저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당장 눈앞에 닥친 대입 입시차질과 학사일정 등 교육혼란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도교육감이 학생부 기재 보류를 즉각 중단 할 것”을 촉구 하고 있다. 물론 선의의 피해자 양산 등 제도가 갖는 문제점은 있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함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학교폭력방지대책이 필요하며, ‘학교 폭력을 하면 절대 안된다’는 교육적 메시지를 담은 제도를 시행도 해보지 않고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일선 교사들도 적지 않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한 중학교 교사는 현 제도의 모순점이 너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예로 폭력의 심각성이나 죄질에 따라 가해학생을 조치하게 되고, 그 조치 사항이 기재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때문에 비슷한 폭력에 대해서도 어떤 학교에서는 서면사과(1호)로 기재되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봉사(3호)로 기재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정말 심각한 일탈행위도 학교 폭력이 아니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는 반면,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생부에 기재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행이 되야 한다면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관성과 형평성을 요구하는 학부모
학교 운영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 자체로 학부모들은 이번 논란이 반갑지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학부모들 역시 찬반이 뜨겁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상담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박미영(43)씨는 원칙적으로 반대라면 현실적인 문제점를 제시했다. “현재 제도대로라면 폭력자치위원에에 회부되는 것만으로 학생부에 기재되야 하는데, 폭력자치위원회 회부되는 것 자체가 대부분 부모님의 성향에 의해 따라 결정됩니다.” 즉, 작은 사건에도 예민한 부모님이 있어 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는가 하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도 피해자 부모가 그냥 넘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가해학생 학생부 기재에 있어 학부모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일관성, 형평성의 문제였다.
하지만 찬성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 폭력이 너무 흔하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해 학생에게 벌을 내리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박정화(50)씨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 내새운다”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교육이며 피해학생의 고통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실제로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이모(16)군은 “물론 학교 폭력은 없어져야 하지만 친구들의 인생에 발목을 잡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싫다”는 이외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제훈(18) 군은 “학교폭력을 행하면 대학 입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동적은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된다”며 바람직하다는 입장. 이처럼 대부분의 찬성의 입장을 밝히는 학생들은 ‘학생부 기재가 학교 폭력에 효과적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는 상황에서는 심각한 폭력은 안 일어난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의문시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학생들은 찬성과 반대보다는 학교 폭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학교 폭력을 없애는 것이 목적 아닌가요? 그런데 왜 싸우고 있는 걸까요?” “오늘도 친구들이 후배 돈 뺏는 것을 보고 왔어요.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오늘도 학생들은 학교 폭력의 그림자 안에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면 방관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 학생들. 그들 모두가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최승리(16) 군의 인터뷰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학교 폭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 중에서는 피해자도 많고, 피해자도 가해자가 돼요.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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