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역사를 뒤로하고 80년의 세월을 지나온 가게가 있다. 가게 뒤편을 수없이 오가던 기차는 세월 따라 그 모양이 많이도 바뀌었다. ‘칙칙폭폭 뛰-!’ 귀청을 찢던 화통달린 기차부터 디젤 기관차, 그리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력으로 내달리는 고속철까지.
78년 전,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는 그 곳에서 역사를 시작했다. 장인 정신을 이어가며 굳건히 지역 명물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할머니 학화 호도과자’ 심성현 대표를 천안역 본점에서 만났다.
78년 전통의 맛을 이어가며 =
‘할머니 학화 호도과자’는 8·15 해방 직후 지금의 홍익회 전신인 ‘강생회’에 호두과자를 납품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말랑하고 쫄깃한 빵 속에 달콤하고 고소한 팥과 호두가 꽉 찬 호두과자는 기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했던 그 때, 지친 여행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맛이었다. 또한 몇 번을 주고받아도 부담 없는, 남녀노소 누구나 반기는 대중적인 선물이었다.
‘할머니 학화 호도과자’는 심 대표의 고모인 심복순씨가 시작했다. 2008년 심복순씨가 작고한 후 오랜 단골들 중에는 간혹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맛이 떨어졌다”고 하며 할머니가 없는 ‘할머니 호두과자’에 대한 향수를 내비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심 대표는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은 10년에서 30년을 함께 해 온 분들”이라며 “그 분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법으로 과자를 만들고 있다. 고모님이 살아계실 때나 지금이나 맛만은 변함이 없다”고 맛의 철학을 강조한다.
“선의의 경쟁, 상생 이루며 천안의 명물로 자리를 지키겠다” =
호두과자가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후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가게가 천안역 앞에 있다 보니 사람들이 호두과자를 사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기차표를 파는 줄인 줄 알고 마냥 기다리다 엉겁결에 호두과자를 사간 사람도 있었다고.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동안 일꾼으로 가게에 왔다 기술만 익혀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특허권을 주장할 수도 있었지만 심 대표는 “가구가게가 많은 곳에 가구를 사러가듯이, 천안에 호두과자가 특화되면서 여러 곳이 함께 잘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선의의 경쟁으로 지역 특산물로 오래 사랑받는다면 바랄게 없다”고 소박한 소망으로 갈무리했다.
심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변함없는 천안 호두과자의 맛을 나누는데 비전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기차에서 사업이 날개를 달았지만 단가 경쟁으로 맛을 유지하기 힘들어 납품을 포기했던 선대의 맛에 대한 뚝심처럼 그도 ‘천안의 맛’에 대한 고집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호두과자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는 명절,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소리는 그의 일손을 재촉할 것이다. 그는 그 역사(驛舍) 앞에서 80년 역사(歷史)를 안은 호두과자를 굽는다.
문의 : ‘할머니 학화 호도과자’ 천안역점 551-3370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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