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맞는 악기 궁합은?

감성교육을 위한 Point~! 악기교육

지역내일 2012-09-21

 미국에서는 악기와 스포츠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깨인 엄마들은 악기교육에 은근 열심이라고 하는데. 반드시 전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악기 하나는 가르치고는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게 된다. 하지만 과연 어떤 악기가 우리 아이에게 맞는 악기일지 가르칠 악기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기만 하다.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악기교육의 장점과 특징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해금을 연주하는 월촌초등학교 6학년 김윤영 학생

 요즘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어릴 때 피아노 학원 한 번 안 다녀본 학생 찾기 힘들다. 아동기 악기 교육은 음악적 소양을 높일 뿐 아니라 두뇌개발을 위한 손가락 운동도 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모두들 관심 두고 있는 서양악기 말고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배우는 학생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월촌초등학교 6학년 김윤영양은 해금을 연주한다고 한다.
 해금은 두 줄로 된 국악 현악기로, 깡깡이, 앵금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공명통 위에 대나무를 연결하여 명주실로 만든 2현을 걸고 이를 활대로 마찰하여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는 악기이다. 윤영 학생이 처음 접한 악기도 피아노였지만 우연히 인천공항에서 서양악기와 우리나라 국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퓨전공연을 보게 되면서 해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윤영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2년에 한 번씩 반 별로 작은 학예회 발표를 하는데 발표회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고민하던 중 해금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친구들 대부분은 자기가 배운 악기를 연주하게 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악기는 겨우 피아노 정도였어요. 하지만 반 별로 진행되는 행사였기 때문에 그나마 할 수 있는 피아노는 사실상 연주 기회를 잡기 힘들었지요. 그래서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플룻, 바이올린, 기타, 가야금, 해금, 단소 같이 부피가 작은 악기를 생각하다가 마침 해금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된 것이에요.”
 TV에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영향 때문이었는지 한때 다른 악기보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환상적인 해금 연주 소리에 반해 해금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울림통 하나에 명주 실로 만든 현 두 줄 사이로 말총으로 만든 활로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어요. 특히 해금으로 아리랑 독주를 할 때 주위 관객들의 반응은 지금도 잊어지지 않을 만큼 열광적이었지요.” 유난히 국악에 관심이 많은 엄마 한숙영(43·양천구 목동)씨도 해금을 배우는 것을 적극 도왔다고 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롯 같은 악기는 배울 수 있는 곳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해금은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래도 윤영 학생은 운 좋게 아빠 직장후배분의 소개로 해금을 전공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해금을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한다. 가르치는 곳을 찾기 힘들다는 점 외에도 해금을 배우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하는데.
 “첫 해금 수업은 아픔이라는 단어 밖에는 생각이 안 나네요. 손가락으로 줄을 누르면서 활로 소리를 내야 하는데 팽팽한 줄에 손가락 끝이 빨갛게 물집이 잡혔고, 내가 내는 해금소리는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게다가 취미로 배우기에는 조금 고가인 해금 때문에 동생과 같이 써야하는 불편함도 있었죠.”
 해금을 배우기 전에는 국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기타, 피아노, 색소폰과도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해금소리를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윤영양은 자신의 멋진 꿈을 이야기했다.


쌍둥이 밴드~!!
일렉 기타(한지성·월촌초6)와 드럼(한윤성·월촌초6)을 배우고 있는 쌍둥이 형제 

 월촌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한지성, 한윤성군은 한창 호기심 많고 알고 싶은 것 많은 쌍둥이 형제라고 한다. 과학과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 형제들은 악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하는데. ‘지성이와 윤성이 모두 왼손잡이어서 오른손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엄마 정소라(43·양천구 목동)씨는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악보 보는 법도 쉽게 익힐 수 있고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악기가 피아노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커서 자기가 원하는 악기 하나 정도는 취미나 특기로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이 각자 원했던 악기였던 기타와 드럼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각자 원하는 악기를 배우게 되었다는 쌍둥이 형제는 이란성 쌍둥이인 탓인지 악기를 고른 이유도,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일렉기타를 하고 있는 지성군은 “피아노를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기타로 피아노곡인 캐논을 변주해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기타로 연주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초등학교 3학년 말부터 시작하게 되었어요.” 라며 기타를 배우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기타줄이 생각보다 아파서 힘들었지만 왼손잡이였던 것이 기타 배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드럼을 배우고 있는 윤성군은 외국에 살고 있는 고모님 댁을 방문하였다가 드럼이라는 악기를 접하고는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드럼은 다른 악기와는 달리 멜로디가 없어서 그냥 박자 맞춰 치면 되는 쉬운 악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수십 가지 패턴을 외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악기예요. 또한 다른 악기와는 달리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를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이동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 드럼을 연주하면 기분 나빴던 일이나 힘든 스트레스도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아 지금은 연주가 정말 재미있어요.” 라며 악기를 배우기 잘한 것 같다고 말한다.
 악기를 배우게 되면 연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니 본인에게 좋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연주할 수 있다는 보람도 있다. “드럼은 밴드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도 협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아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작은 오케스트라 봉사단체와 봉사연주 협연도 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보람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한번 드럼을 연주하면 기분 나빴던 일이나 힘든 스트레스도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윤성군은 말한다.
 “사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초등학생은 학교봉사 외에는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런데 취미로 시작한 기타로 연주봉사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지성군은 윤성군과 함께 앞으로 쌍둥이 밴드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형제간의 우애도 음악과 함께 더욱 돈독해질 듯싶다.


바이올린, 기타에 드럼까지 연주 가능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익히다 - 성재중학교 3학년 김동헌 학생

 안양시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던 어머니 덕분에 일찍부터 악기를 배웠다는 성재중학교 3학년 김동헌군은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에 드럼까지 연주하는 ‘악기 좀 한다’는 학생이다. 하지만 동헌군은 처음부터 억지로 많은 악기를 배운 것은 아니라고. 5살 때 배우기 시작한 바이올린 이후 관심 있는 악기들이 조금씩 더해져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단다.
 학업에 열중하면서 취미로 악기를 하고 있다는 동헌군은 공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악기를 통해 풀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확실히 악기를 하면 기분이 잘 가라앉고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아요. 악기를 연주할 때면 잡념이 떠오르지 않고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되지요. 혹시라도 본인이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한다면 악기 배우는 걸 꼭 추천하고 싶어요.”라며 감정조절에 악기연주가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동헌군에게 바이올린을 권했던 엄마 강외숙(49·강서구 가양동)씨는 “아이들은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학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현악기인 바이올린은 왼손과 오른손이 전혀 다른 동작을 하기 때문에 두뇌 발달을 촉진하지요. 그래서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음악을 했었기에 악기를 배운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자란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동헌군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다.
 동헌군에게 악기를 배우면서 힘든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바이올린을 할 때는 손가락을 떨면서 소리를 좀 더 아름답게 하는 비브라토를 할 때 손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잘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기억나네요.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할 때는 하도 열심히 해서 굳은살이 빨리 생겼지만 여섯 줄 전체를 검지 하나로 잡는 하이코드를 연습할 때는 소리가 울리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또 드럼을 배울 때는 발과 손이 따로 노는 게 약간 힘든데 제 경우 드럼을 칠 때 치는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배울 때는 힘들었지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는 동헌군의 소년다운 솔직한 답변이 참 매력적이다. 음악을 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덕분인지 반듯하고 건강한 중학생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친구다. 주변에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져 인기도 꽤 많아졌다는데. 학교 축제 때도 쓸 수 있으니 유용하고, 화날 때 마땅히 풀 곳이 없으면 악기 연주로 자기만의 비상구를 만들 수 있어서 참 좋다는 것이다.
 엄마 강외숙씨는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뿐 아니라 무대경험의 기회도 제공하니까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교육에 악기가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아이가 생활 속에서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속마음을 전한다.


미래의 캐니 G를 꿈꾸며
색소폰을 연주하는 - 우신고 2학년 최재원 학생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어린 학생들이나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악기. 하지만 우신고등학교 2학년 최재원군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 악기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막연히 예전부터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재원군은 학교 관악부에 입단하면서 악기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는데. 학교 오케스트라 팀에서 색소폰을 먼저 시작했던 친구의 권유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친구의 도움이 컸습니다. 저보다 먼저 관악부에 들어와 색소폰을 배웠던 덕분에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친절하게 답해주곤 하였지요. 물론 학교 오케스트라 지도 선생님 덕분에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요. 거의 몇 십 년 동안 관악부를 이끌어 오신 선생님이신데 대단하신 분이세요. 부모님께서도 제가 악기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항상 제가 좋아하고 즐겨 부는 악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을 적극 찬성하고 계세요.”
 초등학교 시절까지 피아노를 배우다 그만 둔 후 늦게 배운 색소폰으로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재원군은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부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악기 연주를 통해 풀 수 있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고. 오케스트라 팀에 들어와서 대회에 출전도 하고 재능기부 봉사를 할 수도 있었던 것이 큰 보람이 되었다고 했다.
 “매년 5월쯤에 저희 학교 운동장에서 ''평남도민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애국가 같은 국민의례곡을 연주하는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제가 익힌 실력을 많은 사람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고등학생이 악기 배우기에 눈을 돌리는 것이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재원군은 학업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관악부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친구들 또한 악기를 통해 성실함을 몸에 익힐 수 있었던 덕분인지 대부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재원군이 속한 학교 오케스트라 팀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기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1인 1악기는 필수 항목이라고도 하는데. 음악을 통해 정서를 함양하고, 다른 사람과의 협연을 통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악기교육이 인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감성교육의 역할도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할 때 확실하게 하고 연습할 때 성실하게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재원군의 이야기가 참 멋지게 들린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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