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였어요?”
“사장님이 욕하는 거요.” “돈 제대로 안 주는 거요.” “아저씨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요.”
지난 12일 목천고등학교 강당, 강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저마다 대답했다. “알바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아 달라고 했더니 나가라고 했다” “못 받은 돈을 받을 수 있나” “갑자기 그만두라고 한 다음에 마지막 달 월급을 안 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질문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날 목천고등학교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알바와 노동인권’ 특강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특강을 계획한 황선성 교사는 “지난해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일이라며 집중해서 특강을 들었다”며 “아이들의 아르바이트가 많아지고 있어 정당한 대우에 대해 알려주고, 또 아이들도 어떤 자세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지 알게 하려는 생각으로 올해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9월 12일 천안 목천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청소년알바와 노동인권’ 특강.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특강은 “알바를 할 때는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받으려면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등 아르바이트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진행했다.
아르바이트 월급 대신 치킨 주기도 =
학생들은 특강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특강에 참석한 김지민(가명) 학생은 “분식집 고깃집 치킨전문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았고 치킨전문점에서는 월급 대신 치킨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며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고등학생 정도면 대부분 한 번씩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부가 조사한 ‘2011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도 나와 있다. 청소년 285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23일~7월 28일까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830명에게 처음 아르바이트를 한 시기를 물은 결과 13세 이전은 16명(1.9%), 14세는 51명(6.1%), 15세는 127명(15.3%), 16세 이상은 636명(76.6%)으로 답했다. 고등학교 이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학생이 있고, 고등학생의 경우 70%를 넘는 비율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다는 결과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가 지난해 6월 11일부터 8월 26일까지 실시한 ‘천안시 청소년·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209명 중 178명인 85.2%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목천고등학교에서 실시한 청소년 알바인권 특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강을 진행한 김민호 공인노무사(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상임대표)는 “프랑스 영국 등은 교과목에 노동법을 두어 학교에서 아이들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한다”며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니 아르바이트는 안 된다는 인식을 전환하고 아이들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 상 어려움 표하는 학교, 정책 마련 필요 =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 아르바이트에 대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천안시내 특성화 고등학교인 ㄱ고등학교 학생복지부 교사는 “아이들 아르바이트 현황을 파악하려고 해도 실상 아이들이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규정 상 아르바이트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조사하거나 부서를 따로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사는 “학교 특성 상 취업한 학생에게는 교육청에서 마련한 교육 등을 이수하도록 하지만 아르바이트의 경우는 교육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어쩌다 부당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노동부 등을 찾아가라고 조언해준다”고 덧붙였다.
인문계열 고등학교의 경우 상황은 더 어렵다. 아산 ㄴ고등학교 학생복지부 부장교사는 “인문계열의 경우 공부가 우선이라 아르바이트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드러내놓고 교육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며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금지하는 걸 악용해 아이들에 부당한 대우를 하는 업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교육부처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충남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성화고의 취업 및 진로지도에 대한 부서는 마련되어 적합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에 대한 내용은 별도의 관리 부서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민호 상임대표는 “여러 실태조사 결과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고등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오는 만큼 이제라도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며 “학교마다 상담센터를 만드는 등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이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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