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옛말이 있다. 넉넉히 가지지 않았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봉사를 통해 사람들은 존재 가치와 더불어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 봉사활동에 주목하는 요즈음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나눔과 섬김의 기쁨을 느끼며 봉사활동을 하는 훌륭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봉사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사연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오전 9시. 방화2 종합사회복지관에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출근하시는 세 할머님들이 계시다. 1929년생의 김노미 할머니와 1930년생이신 이경숙 할머니, 그리고 1938년생 막내 이인숙 할머님이 바로 그분들. 세 할머니들께서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20년 동안 봉사를 함께 해 오신 오랜 동지들이다. 봉사로 맺어진 세 분의 오랜 인연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을 가꾸시는 세 할머님들의 멋진 봉사활동을 만나보았다.
20년 동안 함께 봉사를 실천하는 세 할머니
“봉사는 내게 활력소 같은 것이지. 두 다리 멀쩡한데, 집에 앉아 놀고 있으면 뭘 하나. 누군가한테 도움이 줄 수 있으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 나이 먹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으니 너무 좋지.”
김노미(84) 할머니는 방화2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한지 15년째라고 한다. 그 전에는 강원도 영월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던 할아버지와 함께 강원도에서 사시다 할아버지께서 퇴직하시고 자식들이 있는 서울에 오신지는 20년 남짓. 다른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다가 이곳 방화동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오면서 복지관 봉사를 시작하게 되셨다고 한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상도 여러 번 받으셨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김노미 할머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연세 드셔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으시단다.
이경숙(83) 할머니는 김노미 할머니와 같이 봉사를 하신지 20년째라고. 이곳 방화2 종합사회복지관 이전부터 봉사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어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로 20년을 함께해 오셨다고 한다. 젊은 시절 한 미모하셨다는 이경숙 할머니는 여든이 넘든 연세임에도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고운 자태로 복지관에 식사를 하러 오신 다른 어르신들을 위해 부지런히 음식 준비와 배식 봉사를 하고 계셨다.
세 할머니들 중 가장 젊은 나이의 이인숙(75)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연세지만 복지관 봉사활동을 하시는 세 할머니 사이에서는 매력 넘치는 막내이시다. 이인숙 할머니는 복지관 봉사를 하신지 8년째. 다른 분들보다 복지관 봉사 경력도 막내지만 1년 365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8년 동안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드님과 사신다는 이인숙 할머니는 “집에서 아들만 바라보고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하는 일이 있어서 더욱 좋다”고 말씀하신다.
시련과 역경도 극복하게 만드는 봉사의 힘
여든 셋의 연세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하시는 이경숙 할머니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교통사고를 경험했다고 한다. “나이 62살 되던 해에 친구들과 길을 가고 있는데 후진하는 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어. 넘어져 크게 다쳤었는데 그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었는지 지금도 날만 궂으면 온몸이 쑤시고 아파. 하지만 희한하게 여기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아픈 것도 다 낫더라구. 봉사가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
이경숙 할머니와 김노미 할머니는 현재 독거노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이경숙 할머니의 교통사고 당시 좀 더 치료하라고 자상하게 말씀해주셨던 할아버지께서 먼저 세상을 뜨시고 현재는 혼자 사시면서 봉사를 낙으로 삼고 지내신다고. 기쁨으로 다른 두 할머니들과 매일 매일을 함께하시는 것이 좋으시다는 말씀이시다.
김노미 할머니는 아들 둘을 앞세우는 아픔을 경험하였다. “자식을 앞세우고 손자와 살다가 손자가 커서 독립하면서 혼자 살게 되었지. 하지만 여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모두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 집에서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사람들도 만나고 당신이 잘하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젊어지는 것 같단다.
“봉사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즐거움에 참여하게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이 아닌 내 삶 속에서 활력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제는 ‘중독’이 돼버렸어요.”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복지관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활동하시는 이인숙 할머니에게 봉사는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다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함께하고 싶은 일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인연으로 맺어진 세 분.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은 조금씩 다른 분들이지만 남은 여생은 봉사라는 같은 뜻을 실천하면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할머니들의 열정은 전혀 식지 않으셨다.
세 분들 모두 크고 작은 봉사상을 많이 받으셨다. 하지만 당신들의 활동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도 크게 상을 자랑하려하지는 않으셨다.
“세상 사람들 다 하는 봉사인데, 나이 많은 나한테 상까지 주는 거 보니 더 열심히 하란 뜻이겠지. 남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주는 것이 더 많다고 하지만 실은 내가 얻는 게 더 많아. 늦게나마 봉사를 하며 삶의 즐거움을 알게 돼 정말 행복하네.”
오랜 시간 함께 봉사활동을 해오신 세 할머니들은 앞으로 건강만 허락된다면 계속 봉사활동을 하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들보다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경로식당에서 매일 식당 조리와 수급어르신 식사 수발 봉사 및 도시락 포장, 배달 봉사를 하시는 분들. 가진 것이 많아도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이 가난한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보다 힘든 이웃을 위해 행복을 나누시는 멋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노미, 이경숙, 이인숙 세 분의 할머니들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봉사를 실천하며 행복을 나누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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