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기획5-대안(代案)이 아닌 학교(學校)가 필요하다.
대전지역 학부모 두 명중 한명 ‘공립 대안학교’ 희망
편의점 알바도 고교 졸업장 필요…“대안학교가 공교육의 소금역할 할 것”
대전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에 위탁된 학생(7명)들이 지난해 9월, 14박15일 일정으로 ‘로드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네팔에 다녀왔다. 학생들은 로드스쿨 여행 중 고아원 봉사활동, 히말라야 등반, 자립심 미션 등을 통해 자기 성찰, 자존감 회복을 이뤘다. 가정형Wee센터는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목적으로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위탁교육을 하는 대안교육기관이다.
<사진제공 : 대전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
대전지역 학부모들 절반정도가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학부모연대가 2010년 5월 대전지역 초중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대안학교는 교육비가 비싸서 보내기 어렵다(51.5%) △가까운 곳에 교육비가 저렴한 곳이 있으면 보낼 것(47.7%)이라고 응답했다.
정기현 대전학부모연대 대표는 “대전지역 학부모들이 대안교육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분석해보면 대학입시 경쟁을 가중시키는 정부의 정책보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대안교육에 대한 희망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지역에도 학업부적응 등의 이유로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을 위한 혁신학교 또는 공립 대안학교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탈학교 청소년 수는 2009년엔 7만 1000여명에서 2011년 7만 6000여명으로 증가했다. 대전지역의 학업중단자도 누적인원 1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배움을 지속할 공립 대안학교가 대전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전지역에서 대안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권’도 마련해야 =
2011년 6월 7일 ‘대안교육연대’가 주관한 ‘대안교육 한마당 심포지엄’ 간담회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운 상황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기준을 그어놓고 그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수준미달이라는 시선이 무서워요. 친구가 학교를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를 하려했지만, 편의점에서 졸업장을 요구해 알바를 못했어요. 고교 졸업장이 없으면 편의점 알바도 못하는 세상이에요. 편의점 알바하는데 미적분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고교 졸업장 없는 설움이 커서 저도 검정고시를 볼지 말지 고민중이예요.”
“중학교 때 대안학교에 갔어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공부 잘 한다는 자부심도 있고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데 왜 대안학교를 보내느냐’고 부모님에게 뭐라고 하더라고요. 공부방(학원)선생님도 부모님에게 따지 듯 말했고요.”
“대안학교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안학교를)설명하면 ‘아~’하고 이해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요. 대안학교에 대해 심한 편견이 문제라고 봐요. 불량학생이 다니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른 교육을 원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검정고시 시험 방식을 바꿔야 해요. 국영수 중심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소양과 성향을 알아보는 제도로요. 학생들의 창의성도 살려주고 사회에 나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요. 국영수는 좀 부족할지 모르지만 다른 과목은 열심히 했거든요. 성적평가와 등수로만 제단을 하니 억울해요.”
“청소년센터에는 초등생과 아줌마들만 많아요. 청소년센터가 아니라 아줌마 센터잖아요. 청소년들이 모여 토론하고 고민하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고요.”
19대 국회, 대안학교 관련 법 개정해야 =
제도권 교육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즉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금산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은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홈스쿨링이 합법화될 것이다. 그러면 수십만 명의 학생이 홈스쿨링을 선택할 것이고, 수천 개의 다양한 새로운 학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대안교육기관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민주당 김춘진 의원 발의)’을 제안하고, 정부가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2009년 11월이었다.
김춘진 의원(민주당)은 2009년 당시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들의 숫자는 소수이지만, 이들이 공교육의 소금 역할을 하며, 공교육과 상생모색을 통해 공교육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로써의 역할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노동부의 인정을 받은 153개 사회적기업 중 방과 후 교육서비스 외에 순수 전일제 교육을 제공하는 인증된 사회적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안기획 4회차(대전내일신문 901호)에 보도한 영등포 ‘하자센터’내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사회적기업육성법’상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돼 지원을 받기 시작한 것도 김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가능했다.
지난 6월 7일 대전 ‘청소년대안교육센터’ 발대식에 특별강연회 강사로 나선 국회 교육전문위원 심연미(민주당) 박사는 “획일화 되고 경직된 공교육 현실에서 미인가 대안학교는 끊임없이 공교육에 자극이 되고, 기꺼이 공교육 변화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들의 교육철학과 교육내용이 ''미인가''라는 이유만으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나가려면 이번 19대 국회에서 대안학교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인터뷰-대전시교육청 김신호 교육감
“대안교육도 ‘학교’ 형태를 갖춰야 한다”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은 ‘학교’ 형태를 갖춰야 한다. 학교 안, 학교 옆, 학교 밖 등 다양한 대안교육이 있다. 학교 안에서의 대안교육은 개혁하고 혁신하기 위한 내부의 교육이고,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보충하는 학교 옆 대안교육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대전시교육청 김신호 교육감을 만나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과 학업중단 학생에 대한 대책, 대전시 대안교육 현황, 공립형 대안학교로 추진하고 있는 ‘용문학교(가칭)’ 논쟁에 대해 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전지역 학업중단자가 2010년 2300여명으로 학업중단률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그중 고등학생의 학업중단률이 1.9%로 전국 평균(1.1%)보다 높았다. 현재까지 누적된 수도 1만여 명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업중단 원인은 학교생활 부적응이 45.1%로 가장 높았고, 유학, 이민 등 기타 이유 36.2%, 가사 11.6%, 질병 5.8%, 품행 1.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세계 정보산업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대학교를 중퇴했다. 그들에게 ‘왜, 학교를 그만 두었나’고 물으니, 학교에서 찾을 수 없는 다른 것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봐야한다. 학업중단자들이 모두 학교가 싫어서 그만 둔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식, 기술,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의 다양화로 학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자유롭게 공부하려는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소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식을 갖춘 교육기관의 경계가 무너져 학업중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학교에서 학업중단률이 높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안 학생들의 교육은 교육청이 담당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쉼터’ 같은 곳에서 맡아 운영한다.
대전시교육청에서 위탁 운영하는 ‘은석학교’ ‘시온학교’ ‘가정형 Wee센터’가 학업중단예방을 하고, 미혼모학생을 위해서는 홀트아동복지회에 ‘아침뜰’학교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나이제한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예지학교’도 있다.
김 교육감은 공립학교와 대안교육은 떼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의 교육이 아이들과 학부모에 만족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대안교육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학습자들의 요구와 수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 대안학교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교육이 모든 교육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학교와 대안학교는 상호보완 하는 역할이 있다. 필요에 의해 대안적 교육을 고민해야한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특성화학교(중·고)와 Wee스쿨을 통해 대안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대전시에만 대안교육기관이 없다.
대전시교육청은 서구 용문동에 직업정보고등학교와 대안교육 과정을 담은 ‘용문학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용문학교를 비롯한 공립형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은 보통교과와 대안교과로 분리한다. 보통교과는 일반 교과활동이며 대안교과는 자기관리와 인간관계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사회적응력을 높이고, 직업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로와 직업, 프로젝트 학습, 현장학습 등을 교육한다. 일반학교보다 인성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대안기획 기고5-이길보라
“꽃들마다 다양한 학교가 필요해요”
이길보라(22·한국예술종합학교 미디어학부 2학년)
열여섯 살 때, 여행을 통해 충분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것은 스무 살 이후에나 생각해볼 일’이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제주 마라도 캠프에서 만난 친구가 “뭐 어때? 지금 가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친구의 그 한마다가 나를 길 위에 서게 했다.
그 후로 배낭을 메고 혼자 8개월 동안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다. 나에게 길은 학교였고, 길에서 만난 이들이 스승이자 동무가 되었다. 여행을 통해 세계를 만났고, 역사와 정치를 배웠다. 마음공부는 저절로 따라왔다.
하지만 한국의 길도 같은 길인데 어쩐지 서먹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학교 밖으로 나와서 걷는 길은 마음과 발길이 무거웠다. 각종 공모전과 입시 전형, 학생할인 혜택에서 제외 당했다. 택시운전을 하는 아저씨도 “왜 학교를 다니지 않느냐”며 의아해 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나를 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대안학교와 로드스쿨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부정적이니 내가 놀 수 있는 ‘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웠다. 대안학교 수도 적었고, 입학이 아닌 편입하기도 어려웠다.
대안학교 위치도 애매해 집에서 다니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학교를 아예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며 스승과 동무를 찾는다는 것은 엄청 위험한 선택이었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물음표를 가슴에 품어본다. 하지만 일반학교 밖의 판은 여전히 너무나 흐릿하다.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다니던 학교에 꾸역꾸역 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속에서 난 상처는 점점 곪고 폭탄은 터지고 만다.
흔들리는 꽃이 잘 자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땅을 더욱 비옥하게 하는 것이 참 스승이다. 색도 향도 크기도 다른 꽃들에게는 종류에 따라 환경을 다르게 해야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 꽃들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키워내는 방법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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