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갓 지난 딸은 온몸이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했다. 팔, 다리, 관절이 접히는 부분은 특히 발진이 심해졌고 가려움증을 못 참고 긁다보니 몸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밤에 잘 때는 딸 옆에 누워 긁지 못하도록 손을 붙잡거나 아예 손 싸개로 딸의 손을 감싸기도 했다. 이처럼 아토피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의사 아빠’ 김정현 우보한의원 잠실점 원장이다.
김 원장은 이때부터 아토피 등 피부 질환 연구에 집중했다. 10년간 수많은 아토피환자를 치료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담아 한의사들과 함께 <아토피 처방전>이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 중 3인 김 원장의 딸은 집중 치료와 철저한 식습관 관리 덕분에 아토피 걱정 없이 편안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소아아토피 다른 알레르기질환으로 전이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이 심하고 재발 또한 잘되기 때문에 피부질환 중에서도 치료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자동차 배기가스 증가 등 갈수록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환자는 계속 늘어 현재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꼴로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양방에서 아토피 치료는 주로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하면서 습진 등의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맞춰져 있다. 환자들이 많이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증상을 빨리 가라앉혀주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을 자주 바를수록 내성이 생기며 부작용도 염려된다.
이에 반해 한방은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발병 원인을 파악, 맞춤 치료로 체질을 바꿔주면서 면역 기능을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의식주 생활습관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지만 치료효과는 좋다.
“소아 아토피 환자는 점차 알레르기 천식 증상을 보이다 4~5세 무렵에는 알레르기 비염으로까지 악화되는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전이될 확률이 높습니다. 의학용어로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하죠. 따라서 아토피를 고질병이라 여기고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가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성장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유아와 어린이 환자 치료에 경험이 많은 베테랑 한의사다.
아토피 한방치료는 정확한 진단부터
한방에서는 아토피 치료에 개인의 체질 특성과 함께 피부증상의 악화 요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우선 비위 소화기 기능이 약하면 음식물이 체내에서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고 이로 인해 발진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비위장 기능을 강화시키는 한약처방과 함께 철저한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황산화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좋다.
“두 돌 된 쌍둥이 환자였어요. 형은 괜찮은데 유독 동생만 심했어요. 전신에서 진물이 나고 온몸을 긁어 엄마가 잠을 거의 못자고 심할 때는 아예 손을 침대에 묶어 놓기 까지 했어요. 서울에서 공기 좋은 남양주로 이사까지 갔는데 호전이 되지 않았죠. 진찰을 해보니 소화기관이 약하더군요. 우선 장을 튼튼히 하는데 집중 치료를 하고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자 1년 뒤에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어요.” 김 원장이 소아 아토피 환자의 사례를 들려준다.
그 다음은 출산이나 과로로 인한 피로 등 갑자기 원기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아토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인삼, 황기 등이 들어간 한약재로 원기를 보강해 주면 호전된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도 아토피의 악화요인이 될 수 있는데, 피지 분비가 늘고 상체 쪽에 열이 많아져 얼굴이 붉어지는 피부 질환이 생긴다. 중고생이 시험기간만 되면 갑자기 아토피가 심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럴 때는 한약으로 심장의 화를 비롯해 상체 쪽의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20대 중반의 직장여성이 부산에서부터 찾아왔어요. 고3 때 수능시험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아토피가 시작되었는데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안 해 지루성 피부염 등의 합병증까지 나타났지요. 우선 심장의 열을 내려주는 한약을 집중적으로 복용하도록 했지요. 환자분의 성격이 내성적이라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을 권했지요. 3개월 지나니까 많은 차도를 보였어요.”
피부질환 노하우 많은 90년 전통 우보한의원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으며 90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보한의원은 난치성 피부질환에 임상경험과 치료 노하우가 풍부하다. 또한 일본 연구소와 연계, 전통 한의학에 항산화요법을 접목하여 각종 피부질환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토피, 건선, 백반증, 두드러기, 지루성 피부염 치료에 특히 강하다. 전국 15개 지점의 한의사들은 정기적인 연구모임을 통해 치료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드는 등 전문가 네트워크도 잘 갖추어져 있다.
“아토피 등 피부질환은 어느새 ‘국민병’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에 따른 한약 처방과 함께 한약재로 만든 연고와 보습제로 꾸준히 관리하고 식습관을 바꾸면 충분히 좋아집니다.”라며 김 원장은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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