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라고 특별한 교육을 하지는 않아요.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이 겪어 나가야 할 유년시절을 찾아주려는 거죠. 학교 끝나면 밖에 나가서 고무줄놀이하며 노는 것이 우리 어릴 때는 당연한 것이었죠. 행복한 어린 시절을 줄 수 있는 것이 이 학교라고 생각해요. 공교육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어요.”
국호준(고양우리학교 2년) 군의 어머니 성미경 씨는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고양우리학교는 행신동에 위치한 미인가 초등대안학교다.
줄 세우지 않는 교육, 아이들이 좋아해
“받아쓰기 백점 못 맞는다고 혼나고 줄 세우고 평가하는 그런 학교에 보낼 자신이 없었어요. 학교에 쫓아다닐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대안학교는 아이가 원하는 걸 배울 수 있고 그것에 대해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배우니까 좋아요.”
성 씨는 2년 전 첫 아이를 보낼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사립학교는 교육 환경은 좋은데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공립학교도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초등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미인가라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지만,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정말 잘한 선택이라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고양우리학교는 국정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교과부에서 지정하는 수준의 교육 과정을 택하고 있다. 선행학습 없이 적절한 진도 수준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고양우리학교에는 사교육이 없다.
스스로 자라는 교육
고양우리학교의 하루는 스트레칭, 아침 산책, 책 읽기 등 요일별로 정해진 아침열기 활동으로 시작된다. 교과는 말과 글, 음악, 수와 셈, 공예, 미술, 자연이야기, 체육, 나들이로 이루어진다. 한 학기에 아이들이 직접 선정한 몇한 가지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는 주제집중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을 배울 때는 직접 돋보기를 들고 숲으로 나가고 사회를 배울 때는 직접 마을을 돌며 동네 지도를 그린다. 우리말은 ㄱ, ㄴ, ㄷ부터 하나하나 배운다. 40분 수업에 쉬는 시간은 20분으로 충분히 쉬고 실컷 움직이며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학년 당 정원은 10명 안팎으로 아이들 개개인에 맞춘 수업이 가능하다. 2010년에 문을 열어 현재 3개 학년을 운영 중이며 각 학년 담임교사가 있지만, 수업은 교사별로 담당 과목을 진행한다. 생태, 미술, 풍물, 음악 과목은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음악 수업은 3학년 이상의 경우 기타와 피아노를 선택해 배울 수 있다. 한 학년이 끝날 때면 부모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 솜씨를 뽐낸다. 음악 이론을 알게 하기보다 음악을 즐기는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고양우리학교 수업의 목표이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자연 친화 교육
고양우리학교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자연 친화 교육을 지향한다. 학교 가까이에 있는 산과 개울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이자 배움터가 되어 준다. 봄에는 진달래 화전과 봄나물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 학교 근처에서 개구리 알을 직접 키우며 관찰한다.
나들이도 수업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도서관 나들이를 자주 다닐 수 있는 것은 적은 규모의 인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고양우리학교의 장점이다.
영양교사를 두고 유기농 급식을 시행하고 있어 먹거리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릴 걱정도 없다.
정규 수업은 3시 반4시에 끝나고 방과 후 수업은 마을 도서관 느티나무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오후 6시까지 느티나무가족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공예나 미술, 뮤지컬, 북아트 활동을 하며 퇴근하는 부모를 기다린다.
마을 공동체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고양우리학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 단지, 대중교통과 밀착된 지역이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 서로 바쁠 때는 아이들을 돌아가며 돌봐 주고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등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다. 또한, ‘더불어 기금’ 제도를 운영해 경제적인 이유로 대안 교육에 참여를 주저하는 가정이 없도록 실천하고 있다.
“고양우리학교에서는 매년 겨울 방학식을 하는 날 온 가족이 모여서 아이들이 얼만큼 자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이 때 모든 아이들이 상과 박수를 받습니다. 일 년 동안 잘 자라줘서 고맙고 수고했다는 의미지요. 시험을 치르되 점수로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치릅니다. 남들보다 시험 점수가 얼마나 높고 상을 몇 개 더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성미경 씨)http://cafe.naver.com/kywoori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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