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변했다

지역내일 2012-09-04
2008년 비뇨기과 전문의 취득이후 개업을 하면서 약 5년 동안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남자이다. 한 여성으로부터, 그것도 결혼을 앞둔 여자로부터 상담전화를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여보세요. 상담하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아, 네. 그런데 여기는 남성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비뇨기과인데 혹시 다른 보험진료 상담 받으시려고 전화하셨어요?
“아뇨, 거기가 남성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으로 알고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여자 분께서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결혼을 앞 둔 미스인데요, 신랑 물건이 너무 작은 것 같아서 해결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럴 경우 대부분 인터넷에 가명으로 문의를 하는데, 이 아가씨는 당당하게 병원에 전화해서 신랑 될 남자의 물건 사이즈가 업그레이드되기를 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동안 늘 남자들을 만나 상담하고 남자들 편에서 성을 바라보던 나에게 이 전화는 조금 충격이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은 옛 날 여성들처럼 성에 대해서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남자니 여자니 하는 성의 벽이 모든 분야에서 허물어진지 오래다. 많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많은 활약상도 볼 수 있다. 최근 올림픽에서도 여자 선수들이 더 잘하는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여자가 먼저 전화에서 자기 남편 될 사람의 물건 사이즈를 언급했다고 해서 의아해 하는 나야말로 답답한 사람인 것 같다. 
“어떤 걸 알고 싶으시죠?”
“많이 키울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 분께서 자신의 성기 사이즈가 작다고 생각하느냐 입니다. 본인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조금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제가 불만인데요.”
“알겠습니다. 남자 분께 솔직히 말씀하시고 동의하면 다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전화를 받고 3일이 지났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둘 사이에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걱정되는 건 여자가 먼저 민감한 부분을 언급했다가 속이 좁아터진 남자가 자존심 상해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꽤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남자들이 여자보다 더 속이 좁아 보일 때가 있다. 더구나 성기 사이즈나 성 능력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다.  



길맨비뇨기과의원 최민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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