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초등학교 이색 방과 후 수업 ‘발표기술 독서 아나운서반’
바른 자세·발음으로 또랑또랑 발표해요
자기표현의 시대다. 대학 입시에서도 구술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발표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전에 없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학교나 가정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란 쉽지 않다. 대부분 문화센터 등 사설 기관을 찾게 되는데 공교육 현장에서 진행되는 사례가 있어 찾아가 보았다. 행신동에 있는 무원초등학교(교장 김송득) 방과 후 수업인 ‘발표기술 독서 아나운서반’이다. 밝은 표정과 똑똑한 목소리, 표준 발음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생각을 체계적으로 말하는 방법 배우다
어릴 때부터 많은 양의 정보를 얻는 요즘 아이들. 그러나 풍성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과 말과 글을 잘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말과 글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가진 생각이 빛나기도 하고 오히려 본래 뜻을 왜곡시키거나 깎아 내리기도 한다.
무원초 ‘발표기술 독서 아나운서반’ 김현영 강사는 “생각의 70%를 표현하는 것이 말”이라고 강조했다. 품은 뜻만큼이나 말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24일 찾아간 무원초 방과 후 교실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이 한창 모둠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나운서처럼 독서퀴즈를 진행할 차례였다. 두 사람이 짝을 이뤄 독서 퀴즈를 진행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문제를 푼다. 진행자는 마이크를 들고 나와 인사한 다음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문제를 내고, 풀기 위해 손을 든 사람을 호명하고, 마무리 인사까지 두 사람이 짝이 되어 진행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발표하는 친구들을 평가한다.
“진희 언니는 발음이 좋고 태도는 조금 안 좋았어요. 표정은 보통이고 진행 점수는 10점을 줬어요.”
1학년 슬빈이가 2학년 진희에게 매긴 점수다. 발표 자세, 발음, 진행 등의 항목이 어려울 법도 하건만 1학년들도 제법 매서운 눈으로 심사한다.
말로 하는 논술 교육 프로그램
‘발표기술 독서 아나운서반’ 수업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수업이 시작되면 밝은 표정을 만들기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훈련을 한다. 윙크하기, 눈동자 굴리기, 활짝 웃기로 얼굴 근육을 활성화 한다. 똑똑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복식호흡도 연습한다. 표준 발음법에 따라 유창하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 학교의 좋은 점 말하기’, ‘우리 가족 소개하기’와 같은 주제를 제시하면 교재에 떠오르는 것을 메모한 다음, 순서대로 정리해 발표하는 훈련도 한다.
다음은 이야기 듣기 시간이다. 강사가 이야기 한 편을 읽어준다. 교재에는 그 내용이 순서 없이 섞여 있는데, 학생들은 그것을 다시 차례에 맞게 배열한다.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서 퀴즈를 진행한다. 그 밖에 낱말 기억하기, 주어진 낱말로 문장 만들기,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으로 문장 만들기, 뉴스 원고 발표하기, 독서연극, 독서토론 등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술을 다양하게 배운다.
어린 학생들이라 집중 시간이 짧아 중간 중간에 퀴즈를 자주 활용한다. 1분 안에 20개 단어 외우기 등을 진행하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어휘력도 덩달아 높아진다. 말로 하는 논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말하기를 즐기는 아이들
“자신감이 높아지고 발표하기를 즐기게 돼요. 독서토론을 할 때 배역을 정하는데 아이들이 서로 진행자 역할을 맡으려고 욕심을 내기도 하고요. 연상 퀴즈, 끝말잇기 등 게임을 자주 하니 문제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도 생기죠.”
김현영 강사는 ‘발표기술 독서 아나운서반’의 수업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고학년들은 말하기보다 글쓰기에 초점을 맞춘 ‘발표기술 독서 신문반’ 수업을 진행한다. 책 한권의 내용으로 광고, 시, 일기, 편지, 이야기 잇기, 만화 등으로 독서 신문을 만든다. 독서록에 들어가는 다양한 형식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보통 방과 후 수업은 학기 초에 붐비다가 학기 말에 이르면 시들해진다. 이 수업도 방학 즈음에 수강생이 줄었지만 학기 초에는 30여 명에 이를 만큼 인기 강좌였다.
학부모 강지희 씨는 “역할을 나눠 소리 내 읽기 연습을 하니 발표 능력이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정선희(초1) 양은 발음이 좋아져서, 설승환(초1) 군은 발표 태도가 좋아져서 만족한단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능력이 충분한데 자신감이 없어서 끄집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 친구들은 생각을 말하고 책을 읽고 퀴즈를 꾸준히 하다 보면 수업에 자신감도 생기고 발음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김현영 강사)
집에서 해보세요! 김현영 강사가 귀띔한 어휘력 놀이
▲자음으로 단어 만들기 : 자음을 제시한 후 그에 맞는 단어를 만드는 놀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ㄱ, ㅇ’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가을’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문제를 낸 사람이 생각한 단어와 답한 사람이 말하는 단어를 비교해 보아도 재밌다.
▲연상게임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서 말하는 놀이다. ‘여름은?’ ‘더워’ ‘더우면?’ ‘아이스크림’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말하면 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