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진정한 순기능 ‘타자와의 공감’

지역내일 2012-08-30

바둑의 진정한 순기능 ‘타자와의 공감’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바둑학원을 오시는 계기는 보통 이렇습니다. 열에 아홉은 바둑을 시키면 아이의 집중력이 좋아지고 산만한 아이가 차분해 질 것 같아서 라든지 바둑 학습이 실제로 뇌에 좋은 영향을 주어 두뇌 개발에 좋다는 뉴스나 광고를 보시거나 듣고 오신 분들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바둑을 배우면 집중력과 사고력, 공간지각력, 두뇌개발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바둑교육이 가진 순기능임에 분명합니다. 



 바둑 배우면 집중력 등 두뇌 개발에 좋아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순기능에 가려진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바둑의 진정한 순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타자와의 공감’입니다. 이 타자와의 공감에는 여러 가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해, 배려, 판단, 결단, 승부호흡, 냉정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물으실 지도 모릅니다. 둘이 겨뤄 승부를 겨뤄야하는 바둑에 무슨 이해가 있고 배려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바둑은 본질적으로 내가 혼자 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도화지에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그림 그리기가 아닙니다. 하나의 바둑판에 흑과 백이 서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것이 바로 바둑입니다. 흑과 백이 서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 바둑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매력입니다. 바둑은 단순히 상대방과 싸워서 이겨야한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이 하나의 바둑판 안에서 교감하고 소통함으로써 상대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방향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내 멋대로의 생각과 상대의 생각을 무시하면서 두어가는 바둑은 결코 좋은 바둑으로 기억되지 않으며 결과 또한 좋지 않을 것이 자명합니다. 한 판의 바둑의 끝이 설령 승과 패로 나뉠지언정 그 끝을 향해 서로가 치열하게 달려간 과정들은 대국이 끝난 후에도 짜릿한 전율로 남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 바로 공감의 능력


앞서 서두에 말했던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왜 타자와의 공감이라고 했을까요? 저는 바둑을 가르치면서 요즘 아이들이 가장 뒤 떨어진다고 생각했건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는 것 이었습니다.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의 영향이 있기도 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말들만 쏟아내기 바쁘며 거꾸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는 분명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둑교육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바둑의 다른 말은 수담(手談=손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들은 저마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바둑판에 놓여 있습니다. 그 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아이는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해 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단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요구됩니다. 이 또한 받아들이는 아이에 따라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의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요즘 바둑교육의 추세는 과거의 일류 승부사로 키우기 위한 스파르타식 교육이 아닌 바둑교육만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들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부모님들께서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보편적인 바둑의 순기능을 넘어 아이들이 바둑을 통해 진정으로 ‘타자와의 공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말입니다.                     

홍성현 원장
청솔바둑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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