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락에 얼쑤, 흥겨움 실어 봉사도 얼쑤~
아직 더위가 채 가시기 전인 지난 8월 중순. 용인 상현동 주민센터 앞마당에는 왁자지껄한 풍물소리가 늦여름의 여흥을 돋아 주고 있었다.
우리네 풍물가락은 언제 들어도 어깨를 들썩이고 엉덩이를 살랑거리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폭염이 가시지 않은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우리가락의 흥겨움에 빠져있는 이들. 상현동 주민센터의 시니어 풍물동아리 회원들이다.
지난 2009년 20명 남짓의 회원들이 모여 결성한 이들은 올해로 만 3년째 장구와 꽹과리, 북채를 잡고 열정을 두드리고 있다.
평균 나이 60세를 전후한 시니어 회원들이지만 얼마 전,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가 흥겨운 풍물 마당으로 웃음보따리를 풀어놓고 왔단다.
작은 선행이었지만 동아리에 모여 연습을 하고 지치지 않고 풍물을 배우게 되는 동력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가락이라 유전자 안에 대대로 물려 내려온 것처럼 자연스럽고, 흥겨움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들 회원들의 풍물 연모 담을 들어보았다.
풍물이 좋아 시작한 동아리, 올해로 3년째 운영
“운동도 많이 되고 내가 이거 배우면서는 배가 다 들어갔다니까. 가락을 늘 외워야 하니까 머리도 유연해져 치매예방도 되고요.” 서경순(58)씨의 풍물예찬이다.
“상현동 주민센터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풍물 수업을 듣던 회원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이제 3년째가 되가니 가족처럼 서로 스스럼없어지고 야유회도 가고 하니 이만한 여가 활동도 없지요.” 강정석(72)씨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7월 25일엔 인근에 위치한 요양센터에 가서 뜻 깊은 행사를 치렀다는 이들.
정성스런 다과도 준비하고 민요단을 섭외해 함께 봉사 공연을 다녀왔다.
“비록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지만 흥겨운 우리 가락을 전해 주니 얼굴이 다들 환해지셨어요. 가락에 맞춰 박수도 치시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발적인 동아리 모임으로 시작한 이들, 실력을 좀 더 갖춰 지역 곳곳으로 봉사 다닐 꿈을 꾸고 얼마간은 그 꿈들로 들떠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다들 오합지졸이었죠. 나이가 드니 머리도 안 따라주고 외워야 하는 장단은 수없이 많고… 장구를 매고 1시간 이상 연습하면 어깨가 뻐근할 정도예요. 그래도 우리 선생님이 멀리서 오셔서 친절히 가르쳐 주시니 꾀를 부릴 수가 있나. 하하하”
우리가락이 주는 신명에 즐거운 인생
회원 대부분은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우리 것이 좋아진 경우다.
한광운(53)씨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듣고 자라던 풍물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것을 잊게 됐다”고 전한다.
“그런데 자꾸만 우리 것이 사라지니 안타까운 거예요. 그래서 동네 지인들과 뜻을 모와 주민센터에 풍물 수업을 열게 됐죠. 수원에서 진떼배기 농악으로 유명한 안봉현 선생님도 모셔오고요.”
풍물단의 상쇠로 맹활약 중인 한 씨는 회원들의 열기가 대단하다고 덧붙인다.
“제가 조금만 틀려도 잡아먹을 듯 난리가 나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회원들 모두 즐거워하니까 흥도 나고 3년을 유지시킨 비결은 풍물가락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골에서 농악을 자장가처럼 듣고 자랐다는 이억기(69)씨는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놓고 갈 수 있어 즐겁다고 전한다.
“회원 중에 남자는 몇 명 안 되고 여자회원들이 많아. 그래서 우리가 엄청 이쁨 받는다구. 만날 먹을 것도 챙겨주고 관심 가져주니 여기 나오는 게 좋을 수밖에. 하하하.”
30대부터 우리가락이 좋았다는 유경숙(55)씨는 “문화센터에서 배우려고 했지만 당시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어울리지 못해 미루게 됐다”고 전한다.
“하고 싶은 걸 꾹 참다가 50살이 넘으니 이젠 나도 나이가 제법 된 거에요. 함께 섞여도 상관없는 때가 온 거지. 마침 동네 주민센터에 풍물반이 생겨 냉큼 신청했어요. 처음엔 덩덕쿵도 모르고 와서 한 1년은 엄청 고생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버티니 뭔가 하나씩 알게 되고 익히게 되더라고요.”
지역사회에 복을 길어오는 풍물패 되고파
모시고 살던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을 앓던 오영희(56)씨도 풍물로 위기를 극복한 경우다.
“여기 와서 장구 치고, 북을 두드리면서 마음속에 응어리들을 다 풀고 가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지고 언제 그랬나 싶게 우울증도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유치원에서 풍물을 배우는 손자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소재가 생겨 반갑다는 송정순(65)씨 등 회원들은 저마다 풍물을 배우고 익히며 얻게 된 소소한 행복꾸러미들을 꺼내놓는다.
“60살이 넘었지만 나도 뭔가를 배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풍물을 통해 얻었어요. 아이들 보는 곳에서 악보연습도 하고 사각 휴지통 앞에 놓고 장구 연습도 하면서 가족들에게 티도 ‘팍팍’ 내곤 했죠. 엄마가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자랑하려고요. 취미로 시작해 이제는 회원들과 친구처럼, 가족처럼 잘 지내니 외롭지 않고요. 아유, 좋은 걸로 치면 끝도 없어요.”이혜숙(60)씨의 마무리 멘트에 회원 모두는 저절로 신명을 드러낸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풍물연습을 더 해야 한다며 장구를 고쳐 메는 상현동 시니어 풍물단 회원들. 실력을 더 쌓아 지역사회에 즐거운 흥을 돋아주고 복을 길어오는 풍물단이 되고 싶단 마지막 포부를 찐~한 풍물 소리에 실어 전해주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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