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터들넥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생수병을 들고 나타나 신제품을 설명하는 스티브잡스. 전 세계 수많은 애플 광팬들로부터 신제품 구매를 이끌어내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현장을 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티케이션에 의해서 좌우 된다’는 피커 드러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넓은 의미로 ‘청중의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를 뜻하는 프레젠테이션. 지난 7월 개최된 ‘2012 대한민국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며 우승한 ‘대룡중학교’ 2남 2녀 팀과의 즐거운 만남을 소개한다.
4인 4색 개성 넘치는 2남 2녀
공감과 소통의 달인 최승리(16), 마이다스의 손 박상원(16), 아이디어뱅크 임지민(15), 멀티플레이어 김선화(15)까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똘똘 뭉친 2남 2녀 팀. 쟁쟁한 고등학교 팀까지 제치며 ‘2012 대한민국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우승한 이들의 비결은 다름 아닌 각자의 강점과 개성을 서로 믿고 존중한 팀워크였다.
“본선 대회를 앞두고 밤새며 만들어 놓은 것을 지민이가 갑자기 엎자고 하는 거예요. 식상하다는 것이었죠.” 본선 대회 당일 아침, 발표를 5시간 앞두고 내놓은 지민이의 제안을 모든 팀원들은 받아들였다. 정보수집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좋은 지민이의 판단을 믿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5시간 내에 새로운 파워 포인트 자료를 만들고 발표 준비까지 마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다른 팀들은 준비가 끝난 상황. 하지만 2남 2녀 팀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상원이는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비상사태까지 해결하며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화면 속에 만들어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함께 컴퓨터 작업을 함께 한 선화는 잡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승리는 쉬지 않고 발음 연습을 하며 팀원들의 생각과 소통하고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세대 간의 소통을 주제로 우승
본선 주제는 ‘우리는 어떻게 통할 것인가’. 2남 2녀 팀은 자신들이 매일 겪는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았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기성세대와 자신들의 소통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접근이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발표로 탄탄한 논리를 펼쳐나갔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에도 개성 넘치는 답변을 내놓았다. 점수는 95점. 94.7점을 받은 대원외고 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사실 다른 팀들이 만반의 대회 준비를 해온 것에 비하면, 2남 2녀 팀은 예선 마감 이틀 전에야 팀을 만들고 준비를 시작했다.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예선 마감 1분전에야 스마트 폰으로 파일을 보내기도 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대회 당일까지 참여 여부를 몰랐을 정도.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한번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것이 팀원들의 생각이었다.
나의 꿈을 프레젠테이션 해볼 수 있는 기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단련된 느낌이예요.” “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어요.” “뭐든지 나만의 무기가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한 2남 2녀 팀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과 1천 만원이라는 상금도 큰 선물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밝혀내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승리,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상원이. 그리고 해커가 되고 싶다는 선화와 과학 분야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지민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하자, “엄마, 상금 얼른 넘기세요.” “여자도 교복 바지 입게 해주세요.” “우리 노래방 가도 되요?”라며 밝은 웃음을 보이는 평범한 중학생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1등만을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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