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최고 - 천안․아산교사극단 ‛초록칠판’

연극쟁이 교사들, 꿈과 삶을 일구다!

지역내일 2012-08-18 (수정 2012-08-18 오전 1:17:25)

천안시 청수동 청수고등학교 체육관.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연극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충남대표로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인호 교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 지도에 여념이 없다. 직접 시연까지 하며 아이들의 대사 표현을 교정한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이인호 교사와 아이들을 격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사들로만 이루어진 연극 동아리 ‛초록칠판’ 회원들이다.
‛초록칠판’은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2005년 창단한 교사극단이다. 매년 무대에 서는 교사극단으로는 충남에서 유일하다. 회원들은 대부분 대학 다닐 때부터 연극에 심취하며 문화적 열정을 태운 ‛과거’가 있는 교사들이다. 교사라는 직업 뒤에 고이 간직해 온 꿈을 실현한 연극동아리 ‘초록칠판’ 회원들을 만났다. 


* 지난해 강 풀 원작 ‛그대를 사랑합니다’ 정기공연 후 출연진 단체사진 <초록칠판 제공>

일반극단과 비교해도 전혀 눌리지 않는 실력파! =
회원들은 본업인 교사 직무 속에서 늘 바쁜 틈을 쪼개 연극 연습을 한다. 그러다보니 주로 창작극을 공연하는 7월과 정기 공연을 하는 12월로 1년에 두 번 무대에 선다. 1년에 두 번이지만 회원들의 경력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다.
이인호 교사는 무려 30년 넘게 연극 활동을 해오며 희곡집도 냈을 만큼 실력자다. 전장곤 교사도 기성극단에서 활약한 이력과 함께 20년 이상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전 교사는 “첫 공연부터 주연을 맡아 이른바 ‛주연병’에 걸렸다”며 활짝 웃었다. 회원들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또한 초록칠판은 배우는 물론, 연출 대본 무대디자인 조명 음향 의상 사진촬영 등 전 과정을 자체 해결한다. 서울이든 대전이든 좋은 공연도 자주 보러 가며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타산지석으로 삼는다.
안팎에서 내실을 기했더니 공연의 호응도는 기대 이상이다. 3~5일을 연속 공연해도 객석은 빈틈을 발견하기 어렵다. “교사들이 연극한대서 선입견을 가졌는데 대학로 공연보다 훨씬 낫다”며 칭찬해주는 관객도 있다고. 초록칠판 공연을 매년 기다리는 매니아가 생길 정도다.
이인호 교사는 “공연 준비 때는 너무 힘들어 ‘다신 안 해’ 하다가도 한 작품이 끝나면 어느새 다음 공연을 기획하는 나를 보며 웃곤 한다”고 말했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꿈을, 우리는 삶을 가꿉니다” =
회원들은 연극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레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쏟아 붓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연극을 선택한 것이다. 연극반 활동, 축제 등을 통해 함께 호흡하며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연극을 통해 미처 보지 못한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신감에 탄력을 받는다.
김보영 교사는 “학교가 문화적으로 메말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반은 아이들과 소통하기 좋은 장르”라며 힘들어도 뿌듯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태민 교사는 “초록칠판 공연은 주로 학교 안에 산재한 갈등과 어려움을 무대에 올려 공연을 본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또한 “연극은 일상의 탈출구”라고 입을 모았다. 숨 한번 내뱉고 웃어버리면 다시 신나게 학교에 갈 수 있다고.
김보영 교사가 “김경희 교사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연극에 엄마가 나와 놀랍고 행복하다는 자녀의 말을 듣고 감개무량해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회원들이 벅찬 보람을 느꼈던 대목이다.
회원들은 연극을 통한 삶이 즐겁다. 돌아오는 12월, 정기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초록칠판은 또다시 무대를 누빌 채비를 하고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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