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초등학교 이색 방과 후 수업 ‘그림책출판교실’

지역내일 2012-08-16

양일초등학교 이색 방과 후 수업 ‘그림책출판교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림책, 내가 직접 만들어요



이유진(양일초5) 양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유진이는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소박하게나마 그 꿈을 이루었다.
“혼자서는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는데 그림책출판교실에서 해보니까 책도 만들고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유진이는 두 번째 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마법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에이리의 이야기다. 유진이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양일초등학교(교장 홍향화)의 방과 후 
프로그램인 ‘그림책출판교실’ 수업 덕분이다. 


책을 소재로 한 독특한 수업
수업을 이끌어 가는 이는 강사 이정미 씨다. 그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독서논술 등 글쓰기 관련 수업을 수년 간 진행하다 우연히 그림책 출판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의 자녀 때문이었다. 이 씨의 자녀는 어릴 때 부터 종이를 접어 그림을 그리고 자기 책이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마침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만들어 출판하는 학원이 있었고 이정미 씨는 자녀를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고가의 비용, 긴 시간, 글쓰기보다 그림에 치중하는 수업 내용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직접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응용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소량 출판을 적당한 가격에 할 수 있는 출판사가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출판사를 직접 만들었다. 그 결과 아이들이 만든 책을 편집 디자인까지 이 씨의 출판사에서 완성하고 인쇄소에서 책으로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분기마다 그림책 1권 완성
아이들이 만든 책을 펼쳐보았다. 두툼한 표지가 튼튼해 보였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간직할 책이라 제본도 튼튼하게 마감하려고 신경 썼다는 것이 이정미 강사의 말이다.
분기별로 모집해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의 특성상, 그림책은 분기별로 한 권씩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비용은 수업료에서 출판에 소요되는 것까지 모두 합해 14만 원이 든다.
수업은 저학년반과 고학년 반으로 나뉘어 각각 주 2회씩 진행된다. 인원은 한 반에 10명 안팎이다. 강사가 학생들 개개인의 작업을
 지도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면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림은 크게, 채색은 풍성하게
수업 첫 날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쪼개어 10~12단락으로 나눈다. 다음은 그림 그리기가 진행된다. 이야기의 특성에 맞춘 그림을 스케치한 후 머메이드 용지에 직접 그리고 채색한다. 색을 칠할 때는 풍부한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수채용 색연필을 사용한다.
“나무 하나를 그릴 때도 갈색 한가지 보다는 진한 갈색, 연한 갈색, 황토 색, 이렇게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쓰게 해요. 훨씬 입체적인 느낌을 줄 수 있죠. 책이 나오면 우리 아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나 얘기하는 부모님들도 있어요.” (이정미 강사)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각자의 기질이 드러난다. 소심한 학생들은 그림을 작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불안감이 있는 학생은 바닥 기저선을 반드시 그리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정미 강사는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미술치료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학생들이 그림을 더 크게 자신 있게 그리도록 강조한다. 학생들도 그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감을 얻어 가기도 한다.


내가 만들어 더 소중한 그림책
그림책출판교실에서는 그림 못지않게 이야기에 힘을 쏟는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주제는 동물, 친구, 모험, 그리고 성공 스토리다. 저학년들은 동물에 자신을 투영한 이야기를 종종 만든다. 토끼나 강아지는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다. 판타지 등 모험 이야기는 고학년 학생들이 즐겨 쓰는 주제다. 특히 여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성공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친구가 없어 외롭던 아이가 친구를 만난다는 이야기도 단골 소재다. 고학년들은 기존의 동화를 비틀어서 새로 써보기도 한다. 잘 알려진 동화를 전혀 다른 결말로 만드는 작업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키우고 통쾌함을 준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낸 이야기를 만들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는다. 출판은 대개 2권 이상을 하게 되는데 자신이 만든 책이라며 뿌듯해 한다. 친구 생일 선물로 자신이 만든 그림책을 주기도 할 만큼 소중하게 여긴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좋아 재수강 비율이 높은 수업이기도 하다.
이정미 강사는 “책의 모양새나 편집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소중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이 나오면 더 좋아하는 것은 부모님들”이라면서 “아이들이 책하고 친해지게 하는 데
 좋은 수업”이라고 말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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