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거부할 수 없는 일상

지역내일 2012-08-16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90년대, 물 부족함을 체험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 누군가가 앞으로는 물도 사 먹는 시대가 올 거라는 말에 코웃음 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이 현실로 되고 말았다. 수돗물은 마시는 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그래서 이제는 물을 사먹는 것이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는 산업인 플라스틱병속에 담긴 생수에 대한 환경적 의미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쯤 짚어 보고자한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보틀마니아>(Bottle Mania:사문난적 출판사, 이가람역)의 원저자 엘리자베스 로이트는 “생수는 편리함을 좇는 현대인의 습성과 맞아떨어져 건강에 좋은 물, 안전한 물, 맛있는 물이라는 현혹적인 마케팅과 눈길 끄는 디자인으로 대중의 욕망을 건드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질이 꽤 좋은 수돗물을 놔두고 생수를 마시면서 생기는, 지하수 고갈과 물 부족 같은 부작용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사 먹는 대부분의 생수는 암반수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지역의 지하수 고갈이나 폐공 등의 문제를 남겨 환경 파괴를 일으킬 뿐 아니라 플라스틱 병으로 인한 환경호르몬이나 안티몬이라는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도 한다.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카리 미첼스 교수 팀은 플라스틱 병으로 물을 마시면 BPA의 체내 수치가 상당히 올라가게 되고 이것이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자극시키면 심장근육 중 칼슘이온을 다량 품고 있는 근육 소포체(sarcoplasmic reticulum)가 칼슘 이온을 과다하게 방출하고, 이렇게 방출된 칼슘 이온이 심장의 불규칙 수축을 일으키며 이런 현상이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을 들여 생수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과 쉽고 간편한 사용 때문이다.
생수는 지나치게 많은 플라스틱 병 쓰레기를 남기는 한편 자연적 샘물에 압박을 가해 환경 피해를 부른다. 또한 생수를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 외에도 병에 물을 담고 포장, 저장, 유통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병 생산이 가져오는 환경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 먹는 생수로 인해 지구는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 세계에서 1년에 생산되는 페트병은 약 15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생수병을 만드는 데 드는 석유량은 1700만 배럴. 이는 자동차 130만 대를 1년간 움직일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그러나 페트병 재활용률은 23%, 나머지 77%는 쓰레기로 버려져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페트병 사용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에너지 문제를 염려하는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페트병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 부족국가 대한민국!
보리, 옥수수, 둥글레 등을 넣어 끓여마시던 수돗물을 대신하는 플라스틱 병 속의 생수는 정수기와 더불어 수자원낭비에 적잖게 영향을 미치는 공신들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라 하겠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더욱 일상이 되어버린 생수!
그것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 속에 담긴 물에 불과하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환경교육강사  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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