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창덕여고 3학년 서동현

지역내일 2012-08-14

“나는 나의 꿈을 믿습니다”

 축구, 배구, 피구, 발야구, 배드민턴, 탁구, 재즈댄스, 기계체조, 리듬체조, 수영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스포츠 마니아. 게다가 밴드부 경험에 피아노, 바이올린까지 연주할 만큼 음악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과학, 역사 등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줄도 안다. 이처럼 좋아하는 스펙트럼이 다양한 서동현양. 무엇보다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줄 아는 용기와 주관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10대였다.


성장의 힘은 ‘승부욕’ 
 인생의 방향성을 또래보다 빠르고 탄탄하게 세운 성장 과정이 궁금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서양의 초등학교 시절은 유난히 욕심이 많았다고 한다. 남 앞에 서서 박수 받기를 좋아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획표 짜서 매일 공부할 만큼 일찌감치 자기 관리법을 터득했다.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엉엉 울 만큼 유독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초등 6학년 때 우연히 학교에서 단체로 양로원 봉사를 다니면서 ‘따뜻한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인체에 흥미가 많았던 자신의 적성과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의 접점을 찾다 보니 ‘의사’라는 직업에 방점이 찍혔다.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이었다.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서양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의 나이테를 두텁게 만들어나갔다.
 아산병원으로 자원봉사 나가 외래환자 접수와 신체 계측, 문답지 작성을 도우며 병원 시스템을 익히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요양병원에서는 노인 환자 말벗을 하며 허드렛일을 도왔다.
 “여러 병원에서 각양각색의 환자를 만났어요. 휠체어를 밀어드리니까 화 내시는 노인도 계셨어요. 당황하는 내게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남을 돕는다는 건 ‘상대방이 필요한 걸 해야 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배운 셈이죠.” 서양은 어른스럽게 말한다. 의사란 직업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명의> 등 의학 다큐멘터리를 꼼꼼히 찾아보았다. 또한 대학별 의대의 특장점을 치밀하게 자료 조사하며 본인의 진로를 설계했다.

‘의사가 내 길일까?’ 답 찾으러 다니다
 얼마 전 국내 의대 연합동아리 AMSA 코리아에서 주최한 전국 규모의 의학토론대회에 참여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팀을 짜서 신종플루를 주제로 의료기관, 정부, 일반인, 언론 등 서로 다른 입장에서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의료 정책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열정적으로 팀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우수상이라는 값진 선물도 얻었다. 무엇보다 의대생 선배와 의학도의 생생한 일상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등에 집착했던 성격도 점차 바뀌었다. “시험은 ‘딱 공부한 그 만큼’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 이치를 깨달은 뒤부터는 안달복달하지 않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중2 무렵 잠시 과학고 입시에 매진했었다. 화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필요한 스펙을 차근차근 쌓아나가던 중 마음을 고쳐먹었다. “특목고 열풍이 상위권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어요. 문득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 의사가 꿈인데 왜 휩쓸리듯 과고 준비를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과고 입시준비를 접었죠. 주위에선 여태껏 준비한 게 아깝다며 시험만이라도 쳐보라고 성화였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동아리 통해 배운 실천력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왜?’라고 자문해 본 뒤 납득할 만한 답을 얻은 뒤에는 물불 안 가리고 실행에 옮긴다는 서양. 공부든 교내 동아리와 봉사 활동 모두 마찬가지다.
 고교 입학 후에는 선배와 함께 화학동아리를 새로 만들어 멋진 경험을 다양하게 했다. 실험 약품 준비를 위해 아침 7시까지 등교해 점심시간, 방과후 등 틈날 때마다 실험에 매달렸다.
중학시절 올림피아드대회를 준비하며 화학 이론을 미리 공부한 덕분에 실험 과정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동아리 지도 선생님이 무척 열정적이세요. 실험 보고서 한줄 한줄 꼼꼼히 읽은 뒤 코멘트 달아주시고 잘못된 실험은 원인을 찾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늘 말씀하지요. 한달 내내 똑같은 실험만 한 적도 있어요. 인내심, 집중력, 팀워크 같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자질이 화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길러진 셈이죠.”
 그의 고교시절은 공부뿐만 아니라 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출전, 대학생 멘토와 물리 공부 등 흥미진진한 활동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낙천적인 성격, 타고난 추진력이 내 장점이에요.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죠. 고2 무렵 영어 점수 때문에 고전할 때는 100개의 영어지문을 몽땅 외우며 극복했어요.” 
 그가 꼭 닮고 싶은 인생의 멘토는 일명 ''닥터 V''로 불리는 인도 안과의사 벤카타스와미다. 빈민층을 위한 혁신적인 병원 운영 모델을 성공시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아라빈드 병원을 설립한 사람이다. “나로 인해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비전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서양은 수시원서 준비와 수능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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