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저녁, 중국집 개업 후 처음 가는 소풍에 한껏 들떠있는 춘래원 식구들. 분주한 일과를 마치고 소풍준비를 하려는데 늦은 시각 배달주문이 들어온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 신작로는 영업이 끝나 고고장을 가려는 배달원 만식에게 배달을 시킨다. 고고장에 갈 야릇한 복장을 한 채 하기 싫은 배달을 나간 만식.
잠복근무중인 군인에게 불시에 검문을 당한 만식은 배달 가는 음식을 먹겠다는 군인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국가의 명령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린다. 대항하는 만식과 위협하는 군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그 와중에 엉겁결에 총이 발사되는데….
연극 <짬뽕>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치밀한 연출과 연기로 빚어낸 순수창작극이다.
30여 년간 처절하고 진중하게만 다뤄졌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황당한 해프닝으로 시작하지만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조화로 관객들은 즐거이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중국집으로 도망 온 만식이 춘래원 식구들에게 군인들과 싸운 이야기를 하지만 춘래원 식구들은 만식의 말을 믿지 않는다. TV에서는 광주 지역에 폭도들이 출현해 중국집 배달통까지 동원해 국군을 공격,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광주에 출현한 폭도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들이라면서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이른다.
연극 <짬뽕>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마음속에 소박한 꿈을 키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꿈을 찾는 이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 재료로, 풍부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입맛을 돋우는 서민들의 음식 짬뽕 한 그릇과도 닮아 있다.
질펀한 남도 사투리를 이용한 풍자와 익살로 광주의 비극성을 강화하고 계엄군을 또 다른 피해자로 그려내는 등 치밀한 구성력도 만끽할 수 있다.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일시 : 7월 21일(토) 오후 3시, 7시
장소 : 아산시청 시민홀
문의 : 아산문화재단 공연예술팀 53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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