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책읽기
‘독서’에서 ‘피서’를 찾다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들의 개학.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보면 아무리 사랑이 넘치는 부모라도 심신은 지쳐간다. 이럴 때 시원한 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추천할만한 피서법이다.
양서와 만났을 때 무아지경으로 집중하다보면 더위쯤이야 잠시 잊을 수 있다. 소름 돋는 공포소설이나 세계 경제공황이라는 현실적인 공포 다큐를 눈으로 읽어 내려가면 에어컨 없이도 등골이 오싹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경험해 본적이 없어 영 믿음이 안 간다는 분들. 그렇다면 올 여름 일단 한 번 도전해보시라.
요즘은 ‘힐링’이 대세-어른들의 이야기
한 때 ‘자기계발서’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책임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 인기가 다소 누그러뜨려지고 그 자리를 ‘힐링(치유)’이 채우고 있다. 상처가 만연한 시대에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책이 인기다. 그 중심에 혜민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항상 치열하게 열정적인 삶을 살라고 독려하는 글이 언젠가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끔은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한없이 게으름피우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이내 뒤쳐질 수도 있다는 강박증이 현대인들을 짓누른다. 그러다 보니 초조해지고 열등감이 생긴다. 이럴 때 잠깐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살펴보라는 스님의 말씀에 공감이 간다. 마음에 여유가 깃드니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에 한 걸음 다가선다.
‘힐링 도서’는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 읽고난 뒤 공허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독서가 인생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인생의 고비마다 직면하는 문제에 맞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익혀나가는 데 분명 도움을 준다. 내게 와닿는 몇 구절 힘으로 삼으면 성공이다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님의 주례사’,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엄마 수업’,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안철수의 생각’,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콰이어트’ 등이 현재 독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이다.
집에서 즐기는 휴가(休家)-아이와 함께
뜨거운 여름 물놀이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 읽는 책 한 권만큼 심신을 살찌우는 휴가가 또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 책은 차고 넘친다. 그 중 괜찮은 책 골라 읽기가 만만치 않다고들 한다. 세상에 나쁜 책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좋은 책과 덜 좋은 책이 있을 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세상밖으로 나온 책들이니 믿고 읽어도 될 듯하다. 추천도서나 유명 상을 받은 책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결코 유치하지 않은 책들이 많다. 특히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간극이 한 뼘 더 좁아짐을 느낄 수 있다. 소중한 내 아이와의 소통에 독서는 큰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 세계에서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나 ‘마당을 나온 암탉’, ‘마법천자문 시리즈’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청소년들에게는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스티브 잡스 이야기’,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데미안’, ‘시간을 파는 상점’ 등이 인기 순위를 점하고 있다.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정작 그 사람들로 인해 다치고 상처받는 불편한 진실. 평생 숙제인 인간관계 속에서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글.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지친 일상에 쉬어 가라는 문구들. 요즘 출판되는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작금이 힘들고 지쳐 있다는 증거다.
얼마 전 개그프로그램에서 종영된 코너는 ‘더 이상 풍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라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치유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책에서 위안은 얻지만 결국은 위로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따뜻한 세상이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날, 훌륭한 피서법으로 독서를 택한 부모와 아이는 보다 성숙한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게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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