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동북고 3학년 김우중

수학사에 이름 올리고 싶은 수학 마니아

지역내일 2012-08-08

 입시 관문 통과에 중요한 열쇠인 수학. 수학을 ‘잘하는’ 고교생은 많은데 정작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김우중군은 숫자에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수학마니아다.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가 나의 우상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중도 포기해 300년간 미제의 증명식으로 남아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증명에 성공했거든요. 다들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지레 포기했는데요. 그의 도전정신과 집념에 매료되었습니다.”


수학을 향한 무한 애정
 동북고에서 김군은 친구들 사이에 ‘수학의 신’으로 손꼽힌다. 고2 시절 교내 경시대회에서 고3 형들을 제치고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교시절 치른 10번의 모의고사에서 수학은 단 한 문제만 틀리고 모두 100점을 맞았다.
 그의 ‘수학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습지를 풀면서 처음으로 수학에 맛을 들인 김군은 또래에 비해 숫자 감각과 논리력이 앞섰다는 칭찬을 듣자 공부에 가속도가 붙었다. “무척 얌전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게 되자 ‘나는 수학을 잘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점차로 뭐든지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심어졌지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다른 과목 공부에도 선순환 역할을 한 셈이죠.” 김군의 어머니가 털어놓는 아들의 공부 스토리다.

독특한 수학 공부법
 김군의 공부법은 다소 독특하다. 수학 공부의 불문율인 오답노트가 따로 없고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지 않는다. 개념 설명을 자세히 해주는 수학 강의는 지루해 한다. 통상적인 수학 공부법과는 거리가 있다.
 “수학의 키포인트는 사고력입니다. 나는 주요 원리만 알려준 다음 학생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며 원리를 적용해 보고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강의를 선호해요.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다 보면 이해가 아닌 ‘암기’로 흐를 수 있습니다.” 김군의 설명이다.
 그는 평상시 수학을 공부할 때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보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풀이 과정이 복잡한 무리방정식을 풀 때도 방정식이 아닌 기하의 원리를 응용해 정답을 이끌어내요. 문제풀이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 보는 거지요.”
 쉬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은 고난이도 수학문제를 들고 김군을 찾는다. 그도 기꺼이 풀이법을 가이드해 준다. “수학을 공부할 때는 혼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문제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공식을 활용하면 좋을 지 방향을 일러주죠. 나 혼자 일사천리로 풀어 답을 찾아주면 그건 내 공부지 친구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는 중학교 때부터 과학고 입시를 준비했다. 그때 외국 경시대회 문제를 비롯해 기하, 정수, 계수 등 분야별 심화문제를 다양하게 접해 보았다. 그때 쌓은 실력이 어떤 수학 문제가 나와도 술술 풀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수학 뿐 아니라 과학 과목에도 관심이 많아 중학교 생물올림피아드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과고 입시에 떨어진 게 내 인생 첫 좌절입니다. 중1 때부터 꽤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며칠간 속상해 하다 툭툭 털고 일어났어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그 때의 아픈 경험이 고교생활을 충실히 하게 만든 ‘보약’이 된 셈이죠.” 차분하게 속내를 밝힌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가르침
 사고력, 논리력을 중시하는 그의 공부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휘해 전교 1,2등을 다툴 만큼 상승곡선을 탔다. “최상위권 성적이 나오니까 막연하게 의대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다 수학경시대회 시상식에서 교장선생님께서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덕담을 해주셨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군요.”
 그 후 김군은 진지한 자기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학문은 의학이 아닌 수학이었다. 은근히 의대 진학을 기대하는 부모님께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수학자로 진로를 굳혔다.
 고2 겨울방학 때는 서울대에서 진행한 ‘대학과목선이수제’를 신청해 미적분학 강의를 들었다. “대학 전공 과목이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전국에서 올라온 60명의 또래들과 미적분 심화 과정을 공부한다는 사실이 즐거웠어요. 1년 뒤 꼭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간절해 졌지요.”
 고3 여름방학을 맞아 김군은 집 근처 독서실과 학원을 오가며 공부의 고삐를 죄고 있다. 언어, 수리, 외국어는 매일 공부해야 ‘감’ 잃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 특히 언어와  영어는 속독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여느 고교생처럼 김군 역시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고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수학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요즘은 꾹꾹 눌러 참고 있다. “공부가 짜증날 때마다 내가 수학사의 난제를 풀어내는 상상을 해봐요.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골드 바흐의 추측을 꼭 내 손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거든요.” 수줍게 말하는 김군에게는 꿈을 향한 의지가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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