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기획4-다시, 교육이 희망이다!
‘죽돌’과 ‘판돌’이 창의성 높이고 미래 삶 설계
하자센터, 한사람을 위한 창의적 학습 추구하는 마을
대전내일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대안이 아닌 학교를 말한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대전시 초중고 학생 학업중단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무조건 문제아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이들을 미래 인재자원으로 생각하고 대안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대안교육'' 논쟁이 뜨겁다.
대전내일신문과 대전시교육청은 교육기본권`대안교육의 명암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싣는 순서
1. 교육기본권을 말한다.
2. 대안학교 들여다보기1-간디 학교(금산)
3. 대안학교 들여다보기2-꽃피는 학교(공주)
4. 다시, 교육이 희망이다!
5. 대안이 아닌 학교가 필요하다.
‘죽돌’과 ‘판돌’이 창의성 높이고 미래 삶 설계
하자센터, 한사람을 위한 창의적 학습 추구하는 마을
대안교육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면서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센터’(하자센터)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정(19·휴학생)양은 고2때 학교 게시판을 보고 이곳 하자센터에 왔다. 김 양은 지금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양은 “하자센터는 삶에 대한 가치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줬다. 꿈을 실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는데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아 휴학 했다. 배움에 대한 절심함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면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1992년 12월 18일 개관한 하자센터(이하 하자)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지만, ‘스스로의 삶을 업그레이드 하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하자’ 등 자율과 공생 원리를 모토로 하기에 ‘하자’로 불리고 있다.
하자에서는 선생님, 강사, 학생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자 스태프는 청소년과 대중을 위한 판을 짜고 돌린다는 의미로 ‘판돌’이라 부른다. 하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소년을 ‘죽돌’로 부르는데 죽치고 앉아 자기주도적인 작업을 해낸다는 의미다. 판돌은 일방적인 수업이나 강의, 사업을 하지 않고, 죽돌과 함께 기획하며 배움을 주고받고 소통한다.
아프리카의 ‘한 아이를 온전하게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하자센터도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어울려 한사람을 위한 창의적 학습을 추구하는 마을이다.
지난 6월29일 서울시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영등포 달시장’ 행사에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경계 없는 예술센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주민벼룩시장, 오가닉마켓, 별시장, 먹거리 장터, 워크숍 등 77개의 부스가 달시장을 꽉 채웠다. 6월 달시장은 특별히 쓰레기 제로(ZERO)에 도전해 친환경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달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텀블러와 에코백이 필수품이다. 달시장은 5, 6월에 열리고 더운 7월에는 쉰다. 하자센터는 8월 달시장을 더 풍성히 준비할 생각이다.
하자센터 대안학교를 품다 =
하자센터에서는 △학교밖 10대를 시민 문화작업자로 키우는 ‘하자작업장학교’ △도보여행을 하면서 인문학을 배우는 ‘로드스꼴라’ △10대에 사회진출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연금술사 프로젝트’ △요리를 통해 꿈과 자립을 실현하는 ‘영세프’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집 밖에서 유유자적’ 등 총 5개 대안학교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영세프 학교에 다니는 김이정(가명)양은 “1년 동안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요리를 두 달씩 배운다. 직접 만든 음식을 하자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팔기도 한다”며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현실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웃었다.
현재 하자 내에는 5개 대안학교 외에도 10여개의 청소년대상 프로그램, 문화 예술 분야 등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다수의 청년 문화작업자 집단이 상주하고 있다.
그 중 ‘커리어하자’와 다감각, 통합적 구성 창의학습커뮤니티 ‘C-플랫’ 2대 창의성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커리어하자는 ‘일취월짱’, ‘커리어워크’ 일일직업체험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의 진로설계를 돕는다.
고등학교 2학년 민유리(17)양은 “하자센터에서 열여섯에 사회적기업 창업을 해봤다는 김가영씨의 강의를 들은 후 다르게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어 부모님께 얘기했다가 혼났다”며 “학교에 다니면서 몰래 하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주말여행학교 청소년 ‘지구별여행자’, 청소년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여행인문학, 지역탐색, 여행의 기술 등을 배우고 여행을 떠난다. 9월에 청소년 지구별여행자 3기를 모집한다.
<사진제공 : 트래블러스맵>
판돌, 세상을 보는 관점 새롭게 열어 =
지난해 하자교육팀은 문화예술이나 대중강좌에 관심 있는 죽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현재 동아리 형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조금 다르게 ‘소셜(social)’을 키워드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열고 자기만의 시각을 설계하는 ‘청소년 토요학교 C-plat’을 진행하고 있다.
하자는 일,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실제 ‘일’을 발견하는 과정을 고민한다. 새로운 진로를 개척한 멘토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로의 진짜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공유하는 ‘진로포럼’을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자에 오는 청소년들은 대개 개인적인 성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이 다르다. 학교 안에 있느냐, 학교 밖에 있느냐에 따라 관심분야가 다르지 않다.
교육팀 판돌 티나(이지민)씨는 “하자에서 일하며 어려운 점은 사회 현상과 화두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 더불어 청소년들과 쉽고 명료하게 하자의 어젠다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이것들을 잘 풀어내기 위해 올해 다양한 주제적 시도와 형식적 실험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자센터 문의 : 02-2677-9200, 홈페이지 www.haja.net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청소년 교육의 희망, 대전에도 ‘하자센터’ 절실
대전시, 30억원 지원 … 학업중단 청소년보호조례제정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을 위한 학습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을 문제아나 낙오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다. 체계적인 지원과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학교 밖 아이들을 어렵게 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8일 ‘학교 밖 청소년 종합지원대책’을 통해 1만2000여명의 청소년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형태는 아니지만 자신의 관심분야에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하자센터도 추가해 ‘제2의 직업체험센터’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대전 복음신학대학원 대학교에서 지난 6월 7일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과 성장을 지원할 ‘청소년대안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발대식과 설립기념 강연회에 앞서 대전힙합연합 ‘나무시모&머리’ 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 민관·산학협동으로 하자센터 열어 =
1999년 문을 연 서울시 하자센터는 ‘민·관·산·학’이 힘을 모았다. 서울시와 연세대는 1998년 몰아닥친 IMF위기를 감지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30대가 되었을 때 고실업에 따른 삶의 활력을 잃지 않도록 고민했다.
이렇게 탄생한 하자센터는 2001년 ‘하자작업장학교’를 시작으로, 2007년 ‘창업 인큐베이팅프로젝트’에서 ‘노리단’이 문화예술분야 1호 사회적 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2008년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하자를 기반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공공의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청소년 지원정책처럼, 대전시에도 증가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광역시 염홍철 시장은 “학교 부적응 위기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공립형 위탁교육기관 설립에 시비 30억원을 지원하고, 대안교육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제도권 교육에 수용함으로써 가정과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회기 때 학업 중단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 ‘대전광역시 학업중단 청소년보호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시장과 교육감의 책무에 관한 사항,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 대안교육지원 및 상담 센터 재정지원 등을 규정하고, 2012년 8월 2일부터 시행토록 했다.
청소년대안교육센터 문 열어 =
대전에서도 지난 6월7일 ‘청소년대안교육센터’ 발대식을 가졌다.(내일신문 897호 6월15일자 참조) 청소년대안교육센터는 ‘다시, 교육이 희망이다!’ 슬로건을 내걸고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대안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청소년대안교육센터 유낙준 센터장은 ‘대전지역 도시형 대안학교 설립운영계획’을 대전시교육청에 제안한 바 있다.
유 센터장은 “하자센터는 대전시 학교 밖 청소년의 대안교육 장(場) 마련과 청년 일자리, 사회적기업 육성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용문학교(가칭)’ 문제로 주민들이 갈등하고 있는 이때가 하자센터를 시작 할 적기”라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대안기고4
새로운 배움의 틀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태욱 (성공회대 외래교수, 복음신학대 겸임교수,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원)
교육학자로서 교육에 대한 가장 뼈아픈 농담은 ‘19세기의 건물에서 20세기의 교사들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농담은 분명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학교’라는 제도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그 실제를 담당하는 교사도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다는 현실.
근대 산업혁명 시대의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춰 설계된 학교는 20세기 후기근대의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에 대응한 변화를 만드는데 실패한 후, 이제 21세기 탈근대 정보화 사회에 와서는 혁신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멸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니 사실 따져보자. 과연 아이들이 문제인가, 아니면 학교가 문제인가? 오로지 한 곳에서 하나의 방식으로만 배움을 강요하는 것은 합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이러다보니 학교를 뛰쳐나오지 않은 아이들조차 배움은 다른 곳에서 구하고 학교에서는 졸업장만을 구하는 이중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학교가 교육의 유일한 방편이라고 믿는 신화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학교를 뛰쳐나온 아이들에게 ‘문제아’ 혹은 ‘탈락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라는 제도 밖에 위치한 아이들에 대한 대책은 오로지 ‘선도’와 ‘복귀’에 맞춰진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는 교육기본권 - ‘누구나, 언제든,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배울 권리’가 있다.
학교 안이든 밖이든 원하는 배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배울 수 있는 형식과 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근본적으로는 학교가 지식전달의 독점적 권력을 내려놓고 정보가 모이고 전달되는 허브로서 역할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고,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은 신음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뉴스에선 어린 영혼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 성적과 학습의 부담으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은 도시에서 시골로, 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점점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급한대로라도 학교밖에 다양한 배움의 공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에 따라 자신의 속도대로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존의 분위기 속에서 학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공적 자금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학부모들이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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