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대학교 후배가 있다.
언젠가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형! 형 생각에는 비만 클리닉에 뚱뚱한 여자들이 치료받으러 다닐 것 같지? 날씬한 여자들은 치료받으러 다닐 것 같지 않지? 실은 반대야. 뚱뚱한 여자들보다 날씬한 여자들이 더 많아. 남들이 보기에 전혀 비만치료를 받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여자들이지. 완벽해지고 싶은 그 여자들의 마음을 형은 이해할 수 있어?”
의외였다. 비만클리닉이 뭐냐? 뚱뚱한 사람을 날씬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냐? 후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맞아 형. 맞는데 틀리기도 해. 비만클리닉은 늘씬한 사람을 더 늘씬한 사람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야지. 뚱뚱하다 늘씬하다 하는 것은 엄청 주관적인 거야. 남들이 보기에 늘씬해 보여도 막상 본인은 뱃살, 허릿살을 고민하느라 밥도 제대로 안 먹는 게 현실이야.
아하, 그렇구나. 내가 운영하는 남성 클리닉에서 음경확대술을 받는 남자들이 꼭 음경이 작아서 수술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 남성 클리닉에서 음경확대술을 받는 남자들 중에 병적으로 물건이 작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아 보여도 정작 본인은 왜소하다고 느끼고 있고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정말 자연그대로도 누가 보기에도 우람한 물건인데도 확대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 속으로“ 있는 놈이 더 해요” 할 정도다.
6개월 전에 음경확대술을 받은 사람과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키우니까 어때요?”
“좋습니다.”
“뭐가요?”
“뭐 특별한 건 없지만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괜히 좋아집니다.”
날씬해 보이는 여자가 비만 클리닉에 가는 이유와 꽤 큰 물건을 가진 남자가 남성클리닉에 가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 남들은 이해 못하지만 자신들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길맨비뇨기과의원 최민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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