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90대와 노예 사건 관련, 학부모·교사들의 반응

“교사는 매가 없어도 교육할 수 있어야…

일제고사는 처음부터 부작용을 예고한 시험

지역내일 2012-07-06 (수정 2012-07-06 오전 9:44:16)

파행수업, 체벌 등 일제고사를 치는 날까지 교육현장은 멍들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치른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국의 학교는 정상수업을 시작했다. 일제고사 하나를 기점으로 극명하게 바뀐 학교의 현실이다.
지난주 1000호에 보도한 ‘회초리 90대와 노예 사건’과 26일 치러진 일제고사에 관련하여 천안아산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성적만능주의가 양산한 현실 =

“어른들이 반성할 문제”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에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힘들어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담는 그릇 모양에 따라 바뀌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성적과 점수가 우선하는 세상에 살면 그 가치관을 그대로 닮게 된다. 어른들이 반성할 문제다. - 김진영(아산 모종동)씨

“일관성 있는 교육 펼쳐야…”

현재 교육이 일관성이 없다.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체벌하지 마라 남겨서 공부시키지 마라는 공문은 따로 내려 보낸다. 교과부에선 교육감을 압박하고 교육감은 교육장을 압박하고 교육장은 교장을 압박한다. 그러니 교사들이 압박받지 않을 수 없다.
매로 길들인 아이들은 갈수록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일제고사 대비 시즌에 아이들 눈이 풀려있었다. 정말 가슴 아팠다. - 아산 장문일(가명) 교사

“교사 개인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개인적으로 그 교사를 알고 있다. 참 좋은 사람이다. 열정이 있어 단기간에 어떻게든 성적을 올리고자 마음이 앞서 도가 지나친 과정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 사기가 떨어졌다. 그 교사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왜 이렇게 공부를 안 시키냐, 때려서라도 가르쳐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가 무능한 것 같아 신경 쓰인다. 이번 일이 잘 했거나 억울하다는 건 아니지만 교사들의 입장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 - 아산 남성철(가명) 교사

“일제고사 준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결과로만 평가하는 교육이 빚은 슬픈 현실이다. 맞은 아이들도, 때린 교사도, 엄마도 모두 피해자다.
일제고사 문제는 3년 동안 교과서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번 국어 문제도 교과서에서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수학은 문제풀이를 많이 하면 조금 결과가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을 많이 읽고, 폭 넓게 이해하는 힘이 있어야 일제고사도 잘 볼 수 있다. 일제고사는 학습부진학생들을 잘 지도해서 평균에 가깝게 하면 되는 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제고사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달라졌으면 한다. - 천안 송지혜(가명) 교사

학교의 역할을 바로잡아야 =

“학교에서 편법을 가르치면 안 되죠”

전국적으로 실시한 일제고사는 처음부터 파행수업과 부작용을 예고한 시험이었다. 일제고사가 이미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고 교사들의 능력 발휘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하는 학교에서 편법과 요행, 계급을 가르치는 부조리한 학습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 양은영(아산 신창면)씨

“학교는 공부만 시키는 곳이 아니다”

그동안 학교가 제 역할을 다 못해서 학원이 성행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어야 한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 학력에 관한 부분은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아이들의 인성, 사람됨을 먼저 살펴야 한다.
좋은 대학 많이 보내면 좋은 학교로 평가 받는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높은 점수를 받게 하는 곳이 학교가 아니다. 좋은 아이, 행복한 아이를 만들어내는 곳이 학교다. - 최송민(가명)씨

“우리 모두가 잘못된 교육현실 방조한 공범”

아이가 맞아서 말을 듣는다는 건 순전히 교사나 학부모 입장에서 판단한 일이다. 학교는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체벌로 인해 교사가 두렵고 수치심이 일어난다면 정상적인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맞으면서 큰다고 오해한다. 아이들이 잘못하는 경우는 주로 무엇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 결국 어른들이 잘 알려주지 못해서다.
교사가 전문가라면 매가 없어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잘못된 교육현실을 방조한 공범이라는 뜻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엘빈 토플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 아산 정경현(가명) 교사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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