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들 사랑방에서 만드는 레알 즐거운 시간
주부들을 주축으로 신생단지에 꽃피운 자발적인‘문화사랑방’
보평 또는 봇들은 삼평동의 옛 지명이다. 마을 서남쪽 운중천에 축조되어 있던 화랑보, 재찬보 등 보(洑)가 있는 판교동 너더리 마을 서쪽 들판이라는 뜻이다. 봇들마을은 분당구에 판교신도시가 들어오면서 조성된 신생마을이다. ‘판교 드림’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에게 서먹서먹하고 낯선 마을에서 성남문화재단 후원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활발하게 자발적인 활동이 이어지는 애놀과 줌마세시봉을 합쳐 봇들문화사랑방으로 정식동아리 등록하고 학교와 마을을 잇는 문화공동체의 기초 마련을 시도했다. 문화예술프로그램의 홍보는 송현초등학교의 협력으로 삼평고등학교는 마을공연장의 역할을 했다. 봇들마을 통장 지강진씨는 “봇들문화사랑방에서 아이들이 우리 동네에서 행복한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예술을 매개로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주민공동체 역할도 충실히 해내겠다”며 동아리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다짐했다.
줌마세시봉에서 자아를 발견하다
문자알림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메시지.‘레알 즐거운 수요일입니다~. 오늘 11시 줌마세시봉 수업 안 잊으셨죠?’가벼운 발걸음으로 기타를 둘러매고 삼평동 주민자치센터로 향한다. 그새 또 보고 싶은 삶의 활력소, 줌마세시봉 친구들 만나러.
지난해 7월 삼평동 주민센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평범한 주부들이었다. 세시봉 음악을 사랑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통기타에 대한 로망에 도전한 낭만적인 아줌마들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 11월엔 시장님과 국회의원, 시의원, 1000여 명의 이웃 주민과 가족들 앞에서 노래하며 연주했다. 삼평고등학교에서 열린 봇들골 마을축제에서 데뷔한 후 동네만들기 페스티벌, 하늘꿈터 오픈파티, 삼평중학교 축제, 올해 들어선 숯내 정월대보름 축제까지 3개월 동안 다섯 번의 공연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서울민예총에서 연극, 공연을 하는 안계섭(42)씨는 당초 3개월간 재능나눔 수업을 약속했지만 자발적으로 벌써 1년 넘게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줌마세시봉은 처음과 비교해 음악적 실력을 넘어서 인간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정을 쌓아가는 그들의 기타는 즐기는 문화생활의 매개체이다. 음악은 선율의 정확함보다는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공연활동을 통해 자아를 성장시키고, 더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전문 음악인의 고민을 시작하고, 나눔의 계획을 실천해 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게 한다.”
지강진씨는 “같은 취미로 만나 같은 마을에서 같은 뜻을 모아 더 좋은 마을, 더 좋은 성남을 만드는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되어 보람 있었다. 앞으로 축제 무대에 서거나 경로당에 찾아가는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삼평동 주민센터에서 연습하는데 소리를 듣고 수강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8월 개설 예정인 통기타 기초반과 함께 공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이들은 앞으로 하늘꿈터에서 열릴 1주년 기념 콘서트 준비로 맹연습중이다. 맏언니 유해영 씨는“막내들이 회장과 연락을 맡고 애교 넘치는 메시지를 보내준 덕분에 모임이 1년 넘게 활발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20년의 나이 차이에도 서로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줌마세시봉 회장 송윤재(40)씨는 “엄마로 살아온 10년 만에 찾아온,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함께하는 줌마세시봉 언니들과의 인연은 참으로 귀하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세월들을 이미 지나온 언니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 며느리로서 걸어가야 할 길의 멘토가 되어준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끊임없는 칭찬과 웃음소리에서 이들의 모임이 지속가능한 이유와 원동력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단합에 빼놓을 수 없는 도움을 준 또 하나의 공로자는 성남문화재단의 사랑마루 황정주 총감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줌마세시봉 모임을 기획하고, 환상궁합의 강사를 배정했으며 수업 전날이면 정겨운 문자를 보냈다고. 황 감독은 “주민중심의 운영위원회가 회칙을 만들며 지속적인 커뮤니티로 관계가 이어지는 데는 강사와 주민들 간의 돈독한 관계가 한몫했다”며 올해는 내실을 다져 더욱 행복한 마을이 되기를 기대했다.
애들아! 놀러가자. 우리동네 구석구석
긴머리 질끈 묶은 께끼 선생님의 체험 특강‘숲에서 놀자’는 동네의 다양한 생태를 관찰하고 자연을 재료로 창의성을 표현하여 전시하는 가족 에코프로그램이었다. 참여자는 송현초와 보평초에 다니는 친구들과 그 가족들로 나이, 성별, 학교, 사는 단지가 다른 친구들이다. 제각각인 친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다양한 도구와 활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도 움직였다.
애놀의 박윤희 회장은 “3개월의 교육과정이 끝난 후 고학년은 학업의 문제로 모임이 해체되었지만 엄마와 함께한 저학년은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이어나갔다. 명칭도‘애들아! 놀러가자’를 줄여 ‘애놀’이라고 지었다. 학업에 쫒기는 아이들에게 옛날 동네에서 서로 배려하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었다”며 애놀의 역사를 들려줬다.
매주 수요일 2시간씩 놀이주제를 짜고 엄마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들이 가진 소소한 재주들이 귀한 재능으로 탈바꿈 되었다. 충분히 놀기에 2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수요일이던 모임을 토요일로 옮겼고 전문가들의 단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다 다양하고 밀도 있는 체험교육이 이루어졌다.
송윤재씨는 “애놀 친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유년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하나보다 둘이 더 신나고, 우리라는 이름아래 여럿이 어울려 체험하는 것이 더 재미있음을 안다. 비오는 날은 달팽이 찾기 배틀, 한가한 주말에는 자전거 타고 탄천과 화랑공원으로 라이딩을 떠나며, 바닥분수 시원하게 치솟는 곳에선 망설임 없이 물줄기 속으로 뛰어들며, 놀기의 달인이 된다. 동네에서 누릴 수 있는 이런 자유로운 모습이 애놀 엄마들이 함께 지켜주고픈 즐거움 아닐까? 제 2, 제 3의 애놀이 구성되고 많은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봇들 주민의 손으로 만든 커뮤니티 공간 하늘꿈터
동네만들기 지원센타 사랑마루와 함께 삼평동 주민센터, 봇들문화사랑방이 협력해 지역주민들이 공공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단지 경계가 없이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문화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곳. 창의적 작업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동네 주민으로서 접근하기 편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공공기관의 공간 나눔으로 후보지 중 자원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하고 참여도가 좋은 봇들마을 2단지 이지더원 도서관 앞으로 정해 리모델링했다. 봇들문화사랑방 회원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하늘꿈터’라는 예쁜 이름도 정했다. 이지더원 작은 도서관의 공옥례 관장 역시 도서관 자원봉사를 지원한 마을 주민으로 2010년말 관장을 맡으면서 작은 도서관이 사랑방처럼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랬다. 운영위원들과 함께 다양한 인형극이나 독서치료 등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우수도서관에 선정되었다. 하늘꿈터가 자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지역 미술가와 이지더원 도서관 도우미, 봇들 문화사랑방 회원이 협동해 만든 정성 가득한‘하늘꿈터’는 반원형 베란다에 딱 맞는 반원형벤치를 설치하고 원형테이블도 만들었다. 모두 사랑방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자르고 페인트 칠하고 사포질 하며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하늘꿈터로 올라가는 둥근 계단 벽체에도 수많은 나무조각들을 한조각 한조각 붙여 여백을 채워나갔다.
송윤재 씨는 “하늘꿈터가 완성되어 열리던 날 줌마쎄시봉 연주에 맞춰 축가, ‘넌 할 수 있어’를 불렀다. 잔손길이 많던 작업들도 놀이로 승화하며 즐겁게 참여했던 어린 애놀 친구들의 자랑스러운 마음은 하늘 높이 신명나게 울려퍼졌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에 대한 경험으로 우리 마을에 더욱 애착이 간다. 여러 가족들이 함께 완성한 하늘꿈터는 마을사람 모두의 공간이다. 예술을 통해 순수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장에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길 바란다”며 하늘꿈터가 마을 문화 공유와 소통의 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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