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실천방향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자기주도학습은 동기부여와 계획의 실천, 그리고 습관으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하는 학생들도 있고, 학원이나 방학 중 캠프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에 접근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공교육 현장인 학교에서도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상일여자고등학교의 자기주도학습 도구 플래너 ‘징검다리’와 한영고등학교의 ‘아우멘토’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과 활동을 돕기 위한 학교 차원의 시도. 이들 학교를 방문해 자기주도학습·활동의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봤다.
“생활 습관과 성적 모두가 변했어요.”
-상일여고 자기주도학습 플래너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쓰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뭘 써 넣어야 할지 몰라 힘들었지만 차츰 요령이 생겨 수업 중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것만 추려 쓰게 됐죠. 암기 과목에 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장수현(3 문과)양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흔히 플래너라 하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 점검해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상일여고 학생들이 작성하는 플래너 ‘징검다리’는 단순한 계획장이 아니다.
징검다리는 ‘행복한교육실천모임’에서 학생들을 위해 개발한 자기주도학습 도구. 행복한교육실천모임의 회원으로 ‘징검다리’를 학생들에게 권하고 또 점검을 맡아하고 있는 신선희 교사는 “하루를 계획하고 실천, 점검하는 것은 물론 수업 시간까지 철저하게 점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징검다리의 특징”이라며 “시간관리, 생활태도, 수업내용, 하루의 성찰 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가게 된다”고 말했다.
상일여고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 모두는 의무적으로 4주간의 징검다리를 작성해야 한다. 4주 동안의 작성을 바탕으로 희망자는 꾸준히 징검다리를 사용하게 된다.
징검다리의 특징 중 하나인 교사와의 소통을 위한 ‘쪽지함’은 학생들이 징검다리를 꾸준히 작성하게 하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인드컨트롤이란 걸 알게 됐어요.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말을 자주 써 놓고 쪽지함에 스트레스나 우울한 일들을 적나라하게 그냥 썼어요. 선생님이 저의 힘든 점을 이해하고 격려해주시는 게 정말 좋아요. 물론 큰 힘이 되기도 하구요.”
징검다리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쪽지함’이라는 정경진(3 문과)양. 정양의 징검다리에는 수능날짜와 그의 꿈이 빼곡하게 적혀져 있다.
“선생님과의 소통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어요. 선생님과 1대1로 이야기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근데 쪽지함에서는 대화로 하기 힘든 말을 글로 쓰게 되고, 선생님 역시 글로 답변을 달아주시니 선생님이 써 주신 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언젠가부터 항상 손에 징검다리를 들고 다니게 됐다는 류지영(1년)양의 말이다.
정기적으로 교사와 점검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 학생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과정을 스스로 해 나가기도 한다.
징검다리 빼곡하게 써 놓은 스스로에게의 독려글이 인상적인 윤희정(2 이과)양은 “징검다리를 쓰는 것만으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매주 스스로 점검하며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웃는’ 스티커가 많은 주에는 ‘정말 열심히 잘 살았구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희정양은 “1년 동안 꾸준히 써 오며 생활습관도 많이 변했고 성적도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의 변화와 발전으로 얻게 되는 자신감은 징검다리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징검다리는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수업에 집중하는 습관 또한 몸에 베개 합니다. 지금의 작은 변화와 습관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큰 ‘희망’을 느낍니다.”
사랑이 묻어나는 신 교사의 말이다.
“학습, 진로, 생활 모두 멘토 형과 상담해요.”
-한영고 아우멘토
“기말고사도 준비해야 하고 모의고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어디에 더 비중을 둬야 할지 몰라 답답했어요. 선생님께 여쭤보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멘토 형이 큰 도움이 됐죠. 수시전형이나 정시전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해 주고, 제가 가고 싶어 하는 학과에 대한 정보와 준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줬어요. 학교에 친형 같은 든든한 형이 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또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멘토 형을 찾게 돼요.”
김동현(2 문과)군의 멘토 형 예찬이다.
한영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이 멘토가 되어 1, 2학년 학생들의 공부와 생활 상담을 해 주는 ‘아우멘토’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한영고에는 51명의 3학년 멘토가 있고, 1학년과 2학년 학생 전원이 멘티인 셈이다.
“멘토 학생들이 과목을 분담해 후배들을 직접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학과공부와 관련된 직접적인 설명부터 공부법, 학교생활, 진로 상담까지 다양한 질문에 도움을 주는 학습도우미 활동을 담당하는 거죠. 방과 후 1시간씩 시간을 정해 진행하고 있는데 멘토 학생들은 물론 많은 멘티 학생들이 그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제숙 아우멘토 담당교사의 설명이다.
처음엔 멘토 학생들이 시간적, 심리적 부담을 가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니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마음과 더불어 자부심까지 갖게 된 멘토들이다.
이들 멘토는 총 6개(기획, 캠페인, 컨설팅, 또래세미나, 호기심천국, 아우사랑) 팀으로 구분, 세부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가 아는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준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문제를 푸는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공부습관이나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줍니다. 또 문과성향이지만 이과를 선택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는 동생들에게 도움말을 해 주기도 하죠.”
‘교회오빠’ 이미지로 특히 여학생 멘티에게 인기가 높은 이태윤(3 수학담당)군이 멘토로서의 보람을 이야기한다.
“수학 시험지 한 장 모두를 한 자리에서 푼 적이 있어요. 30개 가까이 되는 문제였는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모른다니 달리 방법이 없었죠. 다 풀어서 설명해 주고 나니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후배들 사이 ‘수학의 신’으로 소문 나 특히 많은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는 박상현(3 수학담당)군이 웃으며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예전엔 허투루 듣던 후배들의 질문들. 이제 그들의 물음에 하나하나 답하게 됐다고 이들 멘토는 말한다.
태윤군은 “학습 뿐 아니라 인성이나 인생의 멘토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그리고 상현군은 “나를 믿고 신뢰하는 후배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동현군은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언제든 부담 없이 형들을 찾을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영고는 멘토와 멘티를 1대1로 결연 맺어 더욱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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