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펼쳐지는 먹거리들의 향연. 물씬 풍겨오는 따스한 사람들의 냄새. 전통시장의 정겨운 풍경하면 떠오르는 그림, 무엇일까? 장터 한가운데서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 들이키시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일 터. 춘천풍물시장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가게도 바로 박금순(79) 할머니의 ‘북산집’이다. 89년 약사동 풍물시장 시절에 처음 문을 연 북산집은 온의동 시대의 개막과 함께 현재의 자리로 그대로 옮겨왔다. 말 그대로 지난 23년 동안의 풍물시장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박 할머니의 대표 메뉴라 할 녹두전을 비롯해 촌떡, 장떡, 다양한 전과 안주들이 단골은 물론 장을 찾아온 손님들의 허기를 채워주며 풍물시장의 대표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단골손님 많으시죠?”란 질문에 장단 맞추듯 “허허, 춘천에서 술 먹을 줄 아는 사람은 다 오지.” 하시는 할머니의 구수한 한마디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춘천 북산면 출신인 김 할머니의 옛 고향마을은 과거 소양댐 건설과 함께 수몰된 곳이다. 샘밭(천전리)으로 시집 온 할머니는 이제껏 샘밭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이곳 풍물시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5시 55분 첫차를 타고 나오지. 얼굴 물이라도 바르려면 5시엔 일어나야해. 중앙로에 내려 버스 갈아타고 시장 도착하면 항상 내가 1등이야, 출근이.” 함께 장사하는 막내딸 차로 천천히 나와도 되지만 집에 있어봤자 따로 할 일도 없고, 평생을 그리 해 와서 아무렇지도 않단다. 도리어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금처럼 일을 이어갈 거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할머니. 손님 많은 장날이면 일손이 더 밀려 새벽 4시에도 나온다며 은근 자신의 활력 넘치는 건강을 자랑하기까지 하신다.
이젠 막내딸이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그래도 박금순 할머니의 그 정겨운 모습이 있기에 장터를 찾은 사람들이 꼬박꼬박 잊자않고 찾는 것일 터. 전 한 장 부쳐 팔아 이윤을 남길 생각보다는 맛나고 푸짐하게 즐기고 다시 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마냥 좋은 할머니. 추석과 설날을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문을 열어왔기에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북산집은 멈춤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나만큼만 해봐. 병도 없고 적당히 밥 잘 먹고 살 수 있어요.” 할머니가 전하는 한마디는 요즘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뼈있는 메시지가 될 듯하다. 20년 손맛과 녹두전 익는 그 풍경이 그리워 사람들은 오늘도 풍물시장을 찾는다.
문의 : 북산집(11동 74호) 243-9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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