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김병동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내일 2012-07-21 (수정 2012-07-22 오전 12:21:56)


과학인재 양성에 한림원 교수들이 함께 합니다




지난 5월 분당 중앙고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국내 고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분당 중앙고가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김병동 명예교수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당 미금에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감사이기도 한 그는 참 교육자로 추앙받는 인물. 식물유전체를 연구해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종자를 만들고 좋은 물질은 치료제로 만드는 연구로 세계 분자유전학계에 큰 획을 대학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며 강연과 멘토링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김 교수가 퇴임 후 새롭게 시작한 일이다. 분당 중앙고 노벨상 수상자 강연 유치도 그런 맥락에서 성사된 것.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영재 양성에 관심이 많은 김 교수이기에 과학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청소년들이 ‘꿈찾기’ 도움주고자 학교 방문 강연 시작
“노벨상 수상자인 그럽스 교수와는 오랜 친분이 있을 뿐만아니라 과학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곧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각별합니다. 노벨상 수상자임에도 그럽스 교수는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있거든요. 권위를 내려놓고 어린 학생들과 그들의 언어로 눈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도 마찬가지다. 주로 서울대 대학원생을 가르치던 그가 중·고등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이 자신을 통해 꿈을 갖고 진로를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분당 백현중학교 영재반에 초청강의를 갔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중학생 아이들이 노 교수의 강의를 재미있어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어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강의에 열중하면서 박수까지 보내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감동했답니다.”
청소년 시기는 진로를 찾고 이를 위해 매진해야 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전공을 선택하는데서 오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이것이 김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면서 전문화 세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한정적인 과학 지식만으로는 구체적인 진로를 그려나가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어요.”


한림원 성남지역 교류협의회 청소년강연 가장 활성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청소년 멘토링 강연이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분야의 발전상을 제시해주고 학생들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는 이러한 김 교수의 생각에 뜻을 같이하는 석학들이 많다. 실제로 과학영재양성사업은 한림원의 주요 프로젝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림원에서도 자체적으로 과학영재를 발굴 선발해 양성하고 있어요. 분야별 교수들과 학생들이 멘토와 멘티를 맺어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영재를 키워나가는 사업이죠. 저를 비롯한 한림원 교수들이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은 이러한 영재교육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의 자연과학계 석학들이 모인 한림원에는 지역분과 교류협의회가 있다. 그중에서 김 교수가 소속 된 성남지역교류회는 청소년 대상 강연이 가장 활성화된 조직이다. 이미 분당 중앙고에서 ‘석학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2011년부터 올해까지 30여명의 교수가 학생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과학중점고인 분당 중앙고와는 3년간 협약을 맺었고 한림원 소속 교수들이 릴레이로 3학기째 방문 강연을 진행해오고 있어요. 또 비정기적이지만 불곡고, 낙생고에서도 강연했구요. 교수들의 강연만으로 학생들이 심층적인 과학지식을 배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크게 자극받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런 학생들과는 편지를 주고받거나 과학논문 프로젝트 자문 등 개별적으로 멘토역할을 해 주기도 합니다.”


과학 분야 진로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 보여줄 터
큰 나무 그늘에는 많은 사람이 쉬어가야 한다고 김 교수는 생각한다.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 볼 여유도 없이 입시중심의 교육에 매몰되어 있는 지친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큰 그늘이 되어주고 싶다.
“한림원 회원 교수님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이에요. 이 분들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평생에 걸쳐 큰 업적을 이루신 분들입니다. 청소년기도 겪었고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겠죠. 공부에 힘들고 막연한 진로에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삶의 행로를 보여주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 시기 청소년 시기 누구를 만나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인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의 강연을 들은 많은 청소년들이  만난 많은 청소년들이 구체적인 꿈을 찾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꿈이 없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고 반대로 자신이 평생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만큼 행복한 일도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고 싶은 열정이 생기면 공부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강의는 얼마나 어려울까? 하지만 김 교수의 강의는 이러한 염려를 완전히 불식시킨다. 학생들 사이에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있는 강의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
“첫 강의를 할 때는 무척 긴장됐어요.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됐거든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포인트를 두고 쉬운면서도 재밌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강의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면서 성공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런 곳입니다
김 교수는 고추연구로 캡사이신 합성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주인공으로 노벨상에 근접해 있는 세계적인 석학 중의 한 사람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김 교수와 같이 우리나라의 자연과학계의 큰 거목들이 함께 하고 있는 곳이다. 교과부가 지정한 국가연구기관으로 국가의 과학기술 및 정책 자문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400여명의 과학자들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각 분야에서 과학적 업적을 인정받은 전·현직 교수들이다.
“공학, 의학, 이학, 농학 등 자연과학계 모든 분야의 교수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인 만큼 에너지대책, 광우병문제 등 국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연구 및 과학적인 해석을 도출해내는 일들을 수행하죠. 최근에는 한림원 회원들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한림원-국회과학기술위원회’를 발족했어요. 이는 과학과 관련된 국가 연구 프로젝트와 정책을 만드는데 정치와 행정 그리고 학계가 하나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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