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 생물이다!
생물이라야 성적이 오른다!
얼마 전 학원으로 예쁜 여학생이 찾아왔다. “선생님!” 하고 부르는데 “어!”
중3말에서 고2초까지 내게 수학을 배웠던 학생이었다.
그 이후 미국으로 가서 지금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방학이라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거라고. 옛날 공부했던 얘기, 현재 사는 얘기 나누다가 다음에
또 보자하고 보냈다. 잠시 학원생활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고3때까지 같이 지낸 애들이 이듬해에 찾아와도 가족같이 반가운데 이렇게 몇 년 지나서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들을 볼 때면 ‘난 참 인복이 많다’라고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지금 학원에 있는 학생들은 누가 또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 줄까 생각해보게 된다.
쉬는 시간에 바지에다 큰일을 본 학생이 있었다. 그 애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얘기다. 엉덩이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녀석이 손으로 확인까지 하고 나서야 손에 묻은 그것을 책상주변에 쓱쓱 닦아놓고 나 몰라라 했지만 냄새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지라 금방 들통이 나버렸다. 본인도 챙피했던지라 자신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길래, 녀석이 창피할까봐 “그래 너 아니야 너 아니야 그냥 선생님과 같이 화장실가서 손만 씻고 들어와서 다시 공부하자” 달래서 수업을 했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 선생님들 사이에서 그 얘 별명이 있었으니...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바로 그 별명이다... 학원내의 모든 반은 레벨에 맞는 반명이 있지만 그 반만은 그냥 000네 반으로 통했었다. 그 학생은 그렇게 개구장이였던 반면에 수학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실제로 수학을 참 잘했었다. 나서기도 잘했고 번뜩번뜩 아이디어도 좋았다. 그렇게 초등시절을 보내고 올해부터 키가 부쩍 크더니만, 어느 날인가부터 볼 때마다 정중하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동안 크게 느낌이 없었지만 ‘얘도 이젠 중1이구나’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해왔던 덕분에 지금은 중3과정 총정리를 하고 있고 9월부터는 고등과정 수학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학생이라면 졸업하고 찾아와 주지 않을까? 어른 되서 찾아오면 그때 얘기해줄게 있다. “00야 그때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다 닦아서 아무도 네가 실수 했었는지 몰랐었다”고...
나는 선생님을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롭다. 내가 바라보는 강사상은 Teacher가 아닌 Instructor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학원초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선생님을 갈아치웠던(?) 때가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가운데 유달리 선생님이 자주 교체되던 반이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에게도 너무나 죄송스러웠는데 학원을 믿고 계속 보내주신 부모님들과 그 학생들이 지금도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내용으로 보답하고자 더 많이 학생의 수학실력 상태를 면밀히 파악했고 매번 시험 때마다 최선의 방법으로 지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한 학생을 예로 들면 당초 현행과정과 한 학기 선행과정으로 진행되는 반이었는데 물론 그 반의 학생들 모두 선행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는 있었지만 막상 현행과정 시험 때마다 기대치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었다. 학생 한 명 한명 수업태도, 습관, 공부량, 풀이과정, 의지 등등을 면밀히 살펴보다가 과감하게 현행과정만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반으로 다운그래이드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치러진 학교 시험... 예상대로 성적이 좋게 나왔고, 심지어는 선행을 병행했던 반 보다 현행과정의 성적이 더 좋게 나오는 친구들도 나오게 되었다. 역시 수업은 ‘생물’이었던 것이다. 그냥 교조적인 틀 속에 가둬 해당하는 커리큘럼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교수법과 수업과정을 선택해서 진심을 담아 수업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수학 수업이구나 하고 느끼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부모님들도 만족하고 있고 그 반 아이들이 모두 90점대 이상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한명도 선행을 해보자고 하지를 않는다. 학부모님들도 지금처럼 꾸준히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도 이반은 현행만 진행하는 반으로 반 평균 90이 넘는 엘리트반으로 남아있다. 학원초기에 불안했던 수업구조임에도 학원과 원장인 나를 믿고 기다려주신 학부모님들이 만들어낸 진정한 승리의 반인 것이다. 이 반 학생들도 어른이 되어서 찾아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학원생활 역시 이렇듯 사람들이 살면서 만들어가는 생물체인 것 같다. ‘더 많은 에피소드와 감동이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오늘도 다짐하면서 수업에 들어간다.
고릴라수학전문학원 이준호 원장
031-912-4206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