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벽운사는 ‘학업성취도량’, ‘아가영가천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중심에 주지 지산스님이 있다. 신도, 비 신도를 가리지 않고 ‘오행학습법’으로 수험생 학부모와 가까이에서 고충을 함께 나누고 있어서다.
“깊은 산속 사찰에서 만나는 ‘참 나를 찾는 불교’가 아니라 생소할 수도 있겠지. 내겐 중생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생활불교가 맘에 더 와 닿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먼지 가득 뒤집어쓰고 지친모습으로 나를 찾는 이에게 그들이 누구든지 차별 없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네.” 지산 스님은 부처님의 미소로 말문을 이어간다.
늦깍이 출가, 질기고 질긴 인연을 생활 포교로 승화
서른을 넘긴 늦은 나이에 출가를 감행했던 지산스님. 속세에서는 명문대학, 국내 굴지의 매스컴과 재벌그룹에서 근무했고, 가정까지 꾸렸던 엘리트였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왔던 그는 유아영세와 견진까지 받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애시 당초 부처님과의 인연이 멀었던 삶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출가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얼까? “그저 일장춘몽과 같은 이야기일 뿐이네. 어느 순간 풍비박산 난 가정을 떠나 오랜 시간 전국을 헤매 다녔지. 83년쯤 강원도 인제 장수사에서 대진스님을 만나면서 출가를 결심했지”
부처님 앞에서 속세의 모든 인연을 끊기로 맹세하고 시작한 출가승으로의 삶은 그리 쉽지 않았다. 속세에서 맺어진 부모와 자식. 그 인연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수시로 지인을 통해 연락이 오고, 아픈 모친과 그 슬하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억눌린 외침 때문에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수행은 힘들기만 했다. 그 고통을 끊어내며 수행하기를 수년.
어느 날 은사 대진스님이 그를 불렀다. 오랫동안 그의 고통을 지켜봐 온 대진스님이 내밀 은 것은 ‘관음보살 상’과 ‘돈 백 만원’. “성불하는 것이 불교의 전부는 아니다. 속세를 많이 알고 사람들과의 공감능력을 살려 도심으로 나가라. 그리고 지치고 어려운 중생들에게 위로하고 지혜를 가르치며 부처님 법을 전하라.” 1993년 지산스님은 은사의 마음을 담고 중곡동에 포교당을 열었다.
“포교당을 연지 얼마 후 40대 중년부인이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찾아 왔소. 14살 먹은 아들이 집나간 지 3개월째라면서. 스님! ‘아이 좀 들어오게 해 주세요’ 말없이 목탁을 들고 관세음보살님을 향해 염불하다보니 내 눈에 이슬이 맺어지더군. 그렇게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새벽 5시쯤 어제 그 부인이 ‘스님, 어제 밤11시에 아들 들어 왔어요’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니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긴 거지. 이때부터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시작된 것이지.” 지산스님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겪어온 삶의 고충을 녹여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포교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눔의 실천, 불심을 담아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도심 포교는 기쁨과 고통을 나누면서 찾아오는 중생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부처님 법을 전파해야 되는 법. 지산스님은 40년 전 대학시절부터 관심 있게 공부해 온 동양고전이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오행학습법도 만들어 공부의 지름길도 제시하시고 명쾌한 상담으로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스님의 오행상담을 날선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미래를 알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지요. 운명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 말이지요. 그렇다고 중생이 하루가 급해 하소연 하는 것을 ‘전생의 업이니 참으세요.’ ‘기도정진 하세요.’ 원론적인 말은 포교가 아니지요. 난 치부의 수단으로 쓴 적이 없으니 곱게 봐주게나.” 각종 추명학은 수천 년 전해 내려오는 동양통계학으로 지산스님의 <오행학습법>은 7년 전부터 충분한 검증을 걸쳐 수험생 상담의 지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벽운사 신도 수는 1만 명에 가깝고, 대부분 수험생부모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오행학습법 관리를 받는 학생도 천여 명에 이른다. “오행법의 원리는 사주에 따른 선천적인 성품이다. 이것의 변화가 적성, 재능, 현재집중관리과목. 슬럼프 대처, 진로, 건강관리 등 현실적인 정보가 술술 풀린다 하지만 입시성공까지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음양오행은 매시간 매일 매달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선 많은 오행학습법이 생년월일 등을 매뉴얼화 되어 점을 보기도 하고 학습정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음양오행이란 끊임없이 변하고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때그때 바꾸어 주어야 할 학습법을 직접 상담 관리 받는 것이 현명하다.” 지산스님은 음양오행을 활용한 학습법이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충고한다. 아무리 오행지침서를 잘 따라 해도 근본적인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모래성 같기 때문이라는 것. 단지 오행법은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 주는 부가적인 방법으로 최고 성적향상폭도 20% 정도. 마음을 담은 기도와 함께 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한다.
벽운사에서는 수험생 기도를 위해 쌀 20kg씩을 받고 있지만, 모이는 대로 노원구청과 함께 소년 소녀가장, 결식아동, 불우 청소년, 조손 가정에 나누어 주고 있다. “불교 최고의 가르침은 보시, 나눔이다. 내게 ‘나눔’은 속세 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참회가 담겨 있다. 수험생의 공부를 기원하는 기도 값으로 받은 것인데, 음지에서 놓여있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소소한 나눔이 세상 아이들에게 특별한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홍명신리포터 hmsin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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