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 거야~.”
1교시가 시작되기 전 5학년 2반 교실에서 ?꼴찌를 위하여’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끝나자 김구현 교사(33)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금세 김 교사의 목소리에 빨려 들어갔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김 교사 주위로 다가갔다. 바로 옆에서 귀 기울여 듣는 아이, 거리낌 없이 그의 무릎에 걸터앉는 아이. 움직임은 있으나 시끄럽지 않았다.
* 김구현 교사(가운데 녹색 옷)가 반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교육은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ㄷ자형으로 배치한 책걸상은 김구현 교사를 향해 있다. 첫 시간은 국어시간. 김 교사가 시집에서 시 몇 편을 골라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시 제목을 맞추란다. 모르는 시를 듣고 아이들은 제각기 생각한 제목을 쓴다. 다음엔 교과서에 있는 시를 읽어준다. 절대로 시 제목을 맞추지 말라 한다. 자신이 생각한 제목을 붙이란다. 아이들은 골똘히 생각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생각의 다양성을 공유하도록 교과서를 재구성해 수업한다. 나와 친구 생각이 다른 것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수업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공식화된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은 늘 생각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학급자치회, 지식시장, 재판 등을 여는 요일을 정해 아이들이 마치 나라를 운영하는 듯한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또한 ?직업’과 ?기여’제를 만들어 아이들은 학급 내 일거리를 찾아 맡거나 학급에 도움 되는 일을 직접 선택한다. 아이들은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만족해하며 성취감을 경험한다.
그는 “처음엔 쉽지 않았다. 특히 학원을 많이 다닌 아이들은 정답을 말해주지 않으면 무척 답답해했다”며 “생각을 끄집어내는 수업을 하면서 자주 기회를 줬더니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가 재밌어졌어요!”=
김 교사의 수업방식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재광군은 “선생님 덕분에 공부가 재밌고 사는 재미도 난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김이란양과 김도영군은 “선생님은 스스로 잘할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봐준다”며 “자유로우면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들의 만족감은 학부모들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자체가 학부모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월 진행하는 학부모 모임에 이제 꽤 많은 학부모가 참석한다.
학부모 문정미(43)씨는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서 학교를 다닌다. 김구현 선생님의 교육방식을 경험하는 건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사가 동행하는 주말 체험학습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전 학년에 입소문이 났다. 또한 그는 교내 ?하모니’란 교사모임도 만들어 주변 교사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김구현 교사는 “지금 당장 성적을 올릴 수 없지만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은 수능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경쟁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민주시민이 되게 하고 싶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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