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기부 공연한 아산 북수초등학교 가야금 동아리 ‘야금야금’
“실력은 물론, 따뜻한 마음도 야금야금 키워요”
아이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진지한 얼굴로 연주에 몰입했던 아이들이 하나둘 얼굴을 들었다. 서서히 긴장이 사라진 얼굴에는 곧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주를 끝내고 나니 가슴에 뭔가 꽉 차올랐어요.”
아산 북수초등학교 가야금 동아리 ‘야금야금’의 십 여 명 아이들은 지난달 16일 ‘사랑의 집 에덴’(둔포면)에서 가진 공연을 이렇게 기억한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지적 장애인들에게도, 동아리 아이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맞게 커나간다” =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천진함이 가득이었다. 끼리끼리 귓속말로 소곤거리다가,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 웃음꽃이다. 하지만 모여앉아 가야금 연주를 시작하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순간에 몰입하며 근사한 곡조를 연주한다. 연주를 끝낸 6학년 주민하 학생은 “처음엔 힘들었는데 배울수록 재밌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이다엘 학생은 “피아노는 조금 치다가 싫증이 났는데, 가야금은 할수록 빠져든다.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산 북수초등학교 가야금 동아리는 3년 전 처음 생겼다. 당시만 해도 방과후 동아리의 주 활동은 경연대회 참가였다. 변화가 생긴 것은 올해 초 ‘2012학년도 충청남도 융합형스마트학생동아리’ 공모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융합형스마트학생동아리’는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하기 위해 충남교육청이 고민한 자생적 학생동아리, 이후 ‘야금야금’을 동아리 이름으로 정해 지금까지 오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가야금이 좋아서, 우리 소리가 좋아서 함께 한다. 그렇기 때문에 4학년 때 시작하면 졸업 전까지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이어간다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실력도 월등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재능을 발견한 5학년 서정화 학생은 진로를 국악으로 정한 후 충남교육문화회관 영재원에 선발되었다. 국악중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이다엘 학생은 지난 7일 아산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제18회 충남학생음악콩쿠르에서 1등 특별상(교육장상)을 받았다. 중고생들을 앞선 실력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엄원자 강사는 “야금야금은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첫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며 “아이들이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실력 향상도 월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과후 동아리 활동으로 나눔을 만나다 =
학교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소질을 발견하고 진로를 찾은 아이들. 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임희경 교사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경험을 더해주고 싶었다. 큰 무대는 아닐 지라도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하면 어떨까, 이왕이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이 ‘사랑의 집 에덴’, 아이들은 그곳에서 교내 예술동아리 합창부, 사물놀이부와 함께 재능기부를 통해 첫 번째 공연을 하며 나눔의 의미를 몸으로 익혔다. 그리고 오는 25일 정애케어 요양원(둔포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또 한 번의 공연을 올린다.
공연은 첫 번째 공연보다 조금 더 다양하게 진행할 거라고. 가야금병창도 준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할 예정이다. 아이들도 지난 번 공연은 떨려서 제대로 연주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더 잘 하겠노라고 각오가 대단하다.
임희경 교사는 “가야금의 맑고 고요한 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늘 가까이 하고 싶다”며 자신도 아이들과 함께 가야금을 배우고 있노라고 미소 지었다. 아이들 역시 “내가 연주하는 가야금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습에 열심이다.
취미로 시작해 미래가 되고, 따뜻한 나눔이 되며 생활 깊숙이 들어온 가야금. ‘야금야금’의 연주는 여름 하늘을 청아하게 채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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