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면 ‘잘 알지 못하는 내 이웃’들과 떠나는 야간산행은 생활 속 작은 여행이 되리라. 이웃과 별빛 밝은 여름밤의 기운을 나누고 싶어 양천구청에서 운영하는 ‘야간산행 프로그램’에 리포터가 직접 참여해 보았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꼬마부터 머리 희끗한 30년 지기 노신사 일행까지 80여명이 함께 참여한 한밤의 데이트에는 짧지만 긴 낭만이 함께 했다.
등산장비의 부담은? NO!
한여름의 불볕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어스름. 양천구청에서 주최하는 야간산행 출발지인 양천공원 음수대 옆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멋진 오카리나 연주에 이어 간단한 맨손 체조를 시작으로 함께한 야간산행.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에 리포터는 깜짝 놀랐다. 10월까지 매달 둘째 넷째 목요일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5km 코스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다수의 산행리더와 숲해설가 및 레크레이션 강사가 함께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번 야간산행에 참가한다는 주민 이상훈(43)씨는 ‘등산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바쁜 직장인들이 따로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데 퇴근 후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야간산행 덕분에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작년에는 매주 야간산행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지만 올해는 격주 운영이라 오히려 아쉽다고 전한다. 인터넷으로 하는 사전예약 원칙을 지켜야지 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예약 없이 왔다고 야박하게 참여를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양천공원 출발 시간만 맞출 수 있다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산행이라고는 하지만 신정산 둘레길을 포함한 완만한 산행코스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할 수 있으며, 복장도 땀흡수가 잘 되는 편안한 차림이면 오케이다. 하지만 야간에 어두운 산길을 이동하기 때문에 작은 손전등과 간단한 음료수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다. 우천시에는 취소된다.
학원 간 아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다녀올 수 있어요
대학생 딸과 남편의 손을 잡고 야간산행에 나온 심현옥(49)씨는 ‘둘째가 고2라서 가족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긴장하며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 동네 가까운 산에서 나머지 식구들과 데이트할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더운 날씨임에도 남편과 꼭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는 큰딸의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가까운 산에 2시간 정도 다녀오는 산행이기 때문에 아들 귀가 전까지 나머지 가족의 화목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란다.
20년 동안 목동에 거주했다는 이승자(67)씨는 ‘공무원인 딸과 함께 살면서 6살짜리 손주를 보고 있다. 딸이 직장에 가있는 낮시간 동안에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운동할 짬을 내기 힘든데 저녁에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고. 근처 공원의 녹지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산책코스로 좋은 곳은 많지만 밤길을 혼자 다니는 것은 염려스러운데 야간산행을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다는 이야기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산행에 나선 김철민(11), 김규환(9) 형제. 양천공원에서 신정산 입구까지 걷는 짧은 거리의 도로에서는 힘들다고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막상 산행길에서는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신이 나서 어린 에너지를 주체하지를 못한다. ‘산은 덥지도 않고 신기한 새소리도 많이 들려서 재미있다’며 둘레길에서의 발걸음이 가볍다. 양천공원에서 출발하여 갈산공원 팔각정과 계남공원 생태통로를 거쳐 양천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아이들에게도 무리가 없다.
양천은 밝은 태양과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
“신정산 부근은 조선시대에 소금보관창고(鹽倉)가 있었던 염창동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소금과 물자들이 모인 곳이었습니다. 목동은 왜 목동이라는 명칭을 얻었을까요? 옛날부터 나무가 많은 지역이어서 목동이라고 하였다는 설도 있고 목초가 무성하여 말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이용되었으므로 목동(牧洞)이라 하였던 것이 목동(木洞)으로 변하여 유래되었다고 해요.”
은은히 비춰오는 달빛 아래 나무들을 헤치며 이동하는 중간 중간 숲해설가인 류경자(44)씨의 지역사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5km 구간을 이동하면서 네다섯 번을 쉬는 짬짬이 지명에 대한 유래나 둘레길 조성의 배경 그리고 식물 군락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산행을 하니 힘들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무릎 두 번, 손뼉 두 번, 옆으로 옆으로 짝짝’ 웃음치료사 정미솔(47) 강사의 지도로 신정산을 내려오는 마지막 휴식시간에는 레크레이션을 겸한 간단한 체조로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잘 모르던 이웃들이 산행을 통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엎어지면 코앞이 집이지만 쉽게 나서기 힘든 야간산행인데 이웃과 함께하니 기쁨도 두 배.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나누는 마지막 마무리도 즐겁다.
***이웃과 함께하는 자연 체험 프로그램
- 계남공원 자연해설 프로그램(~12월 매주 토요일 14:00~16:00)
아름다운 신정산에서 자연해설가와 함께 숲속을 걸으며 나무·꽃·새를 만나 새로움을 발견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도시형 여행프로그램
- 안양천 자연체험 프로그램(~10월 매주 토요일 10:00~12:00. 단, 7월~8월 여름방학기간 매주 수요일 10:00~12:00 )
자연해설가와 함께 안양천을 걸으면서 식물·새·곤충·물고기 등 하천의 자연생태 관찰
- 달마을생태공원 숲속여행 프로그램(8~12월 매주 토요일 14:00~16:00)
자연해설가와 함께 달마을공원을 걸으며 산의 역사·문화·생태에 대한 해설과 체험을 통해 근교산의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친환경 프로그램
- 안양천 건강문화교실(~10월 매주 토요일 14:00~16:00)
주5일 수업을 맞이한 청소년들을 위하여 자연해설, 걷기운동, 자원봉사시간도 받는 일석삼조의 안양천 문화 건강교실
※ 문의 2620-3588 모든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는 자원봉사 2시간이 인정된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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