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5일 오후 2시 범박동주민센터 연습실. 20여 명의 주부들이 장구에 흥을 실어 양산도 가락을 연습 중이다. 음음음, 소리에 어깻짓으로 화답하며 오늘도 신명나는 한 판을 벌여볼 판.
이들은 누구일까. 범박동 풍물패로 소문이 자자한 ‘어울림소리(회장 조상도)’다.
어울림소리들은 올해 부천시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범박동 특유의 따끈한 정서로 사람 사는 세상을 즐겁게 연주하고 있다.
경험과 연륜과 유머 ‘으뜸’
“초등학교 3학년 음악책에 나오는 아리랑은 무슨 가락?”
강사 이은주 씨의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세마치 가락”을 외치며 시작된 ‘덩덩따쿵따’.
이 날 회원들은 채로 장구를 치고, 장구 없는 사람은 손 연습을 하며 새로운 곡을 배우는데 힘을 쏟았다.
이 팀은 30대부터 70대까지의 회원 33명으로 구성됐다. 5년 전 전통풍물을 배우려는 범박동 주민들이 뭉쳐서 지금까지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 멤버인 김종성 씨는 “서예와 논어 등에 관심이 많다가 풍물을 배우고부터 성격이 바뀌었다”며 “북과 장구, 꽹과리를 배우는 게 신나고 재밌어서 마음까지 활발해졌다”고 한다.
표희순 회원은 “얼굴 찌푸리는 일없이 땀을 흘리며 연습한다. 인생 경험이 많은 연륜 깊은 회원들과 풍물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교훈까지 얻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이은주 선생님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데 늘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배울 수 있어서 즐겁다”고 전했다.
동네 풍물패 자부심 ‘크다’
회원들의 능력은 남다르다. 특별한 특기가 있다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게 재주라서다.
열심히 연습한 풍물은 동네 사람들과 나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범박동 지신밟기와 길놀이 등 동네 행사에 이들이 없으면 허전하단다.
매 년 초 열리는 지신밟기 행사에는 범박동 1~ 5단지와 소방서, 경찰서 지구대, 경로당 등 골목골목을 방문한다.
이 강사는 “우리들의 복장은 특별해요. 집에 있는 한복 치마를 뜯어서 두루마기를 만들고, 새끼를 꽈서 치장하는 등 회원들이 직접 만듭니다.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그럴듯하다니까요. 또 거지, 각시, 도령 등 잡색역할도 각자가 연구해온다”고 말했다.
풍물패의 장구 소리가 들리면 마을사람들은 흥에 겨워 합류해 동네축제를 만들어간다.
공연 중심의 일방적인 행사가 아니라 마을사람도 동네 풍물패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동네에서 놀던 이들은 2010년 ‘제 5회 시민어울림 한마당’에서 판타지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동주민자치센터 우수동아리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우수동아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 전국대회 출전이 ‘꿈’
“충남 당진에서 자랄 때 풍물소리를 들었는데 40년 이상 잊고 살았다. 여기 와서 북, 장구, 꽹과리 소리를 다시 들으니 내 안에 있던 어릴 적 소리가 살아나더라.”
조상도 회장은 상쇄와 태평소 연주자로 활약하는 팀의 청일점이다.
그는 지난 달 매 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범박동 지신밟기’를 연습했던 일을 말했다. 2012 경기도 주민자치센터 우수동아리 경연대회에 부천 대표로 출전해 31개 팀과 경연을 펼쳤단다.
“부천시를 들었다 놨으니 이젠 경기도를 들었다 놔보자고 출전했는데 실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결과와는 무관하게 우리에게 연습 과정은 중요했다. 우리들의 놀이는 최상급이었다고 자부하니까”라고 조 회장은 말했다.
최진규 범박동장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실력을 향상시켜 진취적으로 활동하는 풍물단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어울림소리들은 앞으로 2013년 경기도 대회에서 1등하는 게 꿈이다. 그리고 전국대회에 나가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