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의 움직임을 관찰하세요.

지역내일 2012-07-10
철이 든다는 것은 때를 안다는 것이다. 성장 속도에 맞는 영양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겨우내 눈과 추위에 얼었던 땅이 우리의 눈엔 단단하게 보일 뿐이지만 자연은 스스로 움직임을 준비한다. 땅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씨앗들은 껍질을 깨고 솟구친다. 그 여린 잎들은 민들레가 되고 쑥이 되고 들꽃이 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들꽃이 될 아이들 단풍나무가 될 아이들이 있는데 부모들은 교과서 같은 성공 스토리를 본떠 미리 로드맵을 만든다.
 
 ‘우리 애가 언제 철이 들런지···.’ 혀를 차는 어머니들의 대부분은 본인들이 철이 안든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철이 들 수 없는 기간이다. 이제 묘목에 불과한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암담해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먼저 일반적인 로드맵을 버리고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섬세하게 우리 아이의 솜씨, 말씨, 몸씨, 생각씨, 맵씨를 관찰해야한다. 이때 객관적인 위치의 주변의 이야기에도 귀기우려야 한다. 주의할 것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주고 부모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칭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기현이가 콩이 싫어 콩밥을 먹지 않는다면 우리 엄마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콩을 먹이려고 한다. 그 순간 김치와 된장을 좋아하는 기현이는 소외가 된다. 

 책읽기와 일기 쓰기를 잘 하는 동성이는 받아쓰기만 떠오르면 학교 가기가 싫다. 머리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꽉차있는데 엄마는 틀린 글자를 하나하나 고치라고 하신다. 그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되풀이 되는 질책에 지쳐간다. 가족들과 어울려 먹는 식탁에서 아이 반찬을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대견한 기현이에게 감격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얼마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무리일까? 동성이의 낭랑한 책읽기 목소리로 하루의 피곤을 푸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반전이 필요하다. 종이 한 장 차이의 반전이다.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봄 새싹에게 내리는 봄비 같은 존재로 그 진심이 아이들에게 가슴 뭉클하게 남을 것이다.


김경미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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