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내일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대안이 아닌 학교를 말한다"

대안학교 들여다보기2-공주 ‘꽃피는 학교’ - 자연 속에서 사랑받고 재능 꽃 피워

지역내일 2012-07-03 (수정 2012-07-03 오전 9:06:49)

대전내일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대안(代案)이 아닌 학교(學校)를 말한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대전시 초·중·고 학생 학업중단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무조건 문제아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이들을 미래 인재자원으로 생각하고 대안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대안교육’ 논쟁이 뜨겁다.
대전내일신문과 대전시교육청은 교육기본권?대안교육의 명암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1. 교육기본권을 말한다.
2. 대안학교 들여다보기1-간디학교(금산)
3. 대안학교 들여다보기2-꽃피는 학교(공주)
4. 다시, 교육이 희망이다.
5. 대안이 아닌 ''학교''가 필요하다

공주 ‘꽃피는 학교’ 복도에 들어서자 리코더 합주소리가 울려 퍼졌다. 4~5학년 학생들이 캐논변주곡, 왈츠 미뉴에트 동요 등 익숙한 연주 솜씨를 뽐낸다. 연주가 끝나면 틀린 부분에 대해 서로 토론한다. ‘얼’ 공부에 들어가기 전 리코더 연주로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키운다. 이론으로만 공부하지 않고 연주하면서 리듬, 박자, 화성을 배운다.


꽃피는 학교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교 마당에 모인 아이들이 교사들과 이야기 나누다 만세를 부르며 뛰어 올랐다. 아이들의 표정이 태양처럼 빛났다.

박해찬(5학년)군은 단소 배울 때가 재미있어 음악시간이 좋다. “일반학교에서는 잘 못하면 혼내요. 음악은 기분이 좋아야 잘할 수 있는데, 여기선 자유롭게 연주해요.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서 더 좋고요.”
아이들은 시간과 시간사이를 노래로 채운다. 수업에 들기·나기 할 때, 이동할 때, 수업 준비를 할 때도 동요를 부른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유연우(5학년)양은 “텃밭에서 농사지으며 배우는 공부가 좋고, 많이 놀 수 있어서 좋아요. 한 달에 한번 계룡산 금잔디고개까지 등산을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라며 웃었다.
점심식사 후에는 학교 마당과 산, 주변이 모두 놀이터다. 요즘에는 신종술레잡기 놀이인 ‘스파이’에 꽂혀 있다.
2시까지 얼굴이 벌게지도록 뛰어다닌 신영현(5학년)군은 “스파이 놀이는 스파이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시장 6팀이 각 2명씩 12명이 하는 술래잡기 놀이에요. 스파이를 잡으면 게임이 끝나요. 순서대로 잡을 수 있는데 아래 사람은 윗사람을 못 잡아요”하고 설명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학교마당에서 흙을 장난감삼아 놀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까지 놀이에 집중한다.
올해부터 꽃피는 학교는 학년통합 ‘그루’ 수업을 하고 있다. 그루는 아이들을 나무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유치원과 1학년만 단독수업을 한다. 2·3학년, 4·5학년은 통합수업을 한다.
6월21일 목요일 꽃피는 학교 4~5학년 하루 수업에 참여해봤다.
교실엔 커다란 TV도 컴퓨터도 없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필통에 같은 필기도구를 사용한다.




수업은 자유롭게, 폭넓고 깊은 공부 =
“역사수업 시간이 제일 좋아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고조선…. 지금 배우는 선사시대가 재밌어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여기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깊게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장현수(4학년)군은 일반학교에 다니다 지난해 3학년으로 편입했다. 장 군은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고, 얌전한 학생을 괴롭히는 게 싫어서 대안학교를 찾았다.
자유롭게 공부하는 수업시간이 좋다는 장 군은 요즘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몬’ 공부시간 들기 전에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 시(詩)를 낭송한다.
역사공부는 ‘주기 집중수업’으로 진행한다. 구석기 공부를 하면서 전날 공주 ‘석장리 박물관’을 다녀왔다. 역사수업은 네 그루로 나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이름을 붙이고 그루원들이 서로 협조하고 토론하며 진행한다.
교사가 주요내용을 칠판에 정리하면 아이들은 따라 적는다. 교과서는 없지만 교사가 필기해 주는 것에 참고자료를 덧붙이고, 구석기 유물그림을 그려 넣어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든다.
그 후 교사가 우리나라 구석기와 관련된 중국의 한서(漢書)를 읽어준다. 고조선의 시작부터 멸망까지 그 시대 문화 역사 주변국들의 상황까지도 폭넓고 깊이 있게 배운다.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묻고 답한다. “‘고조선의 8조법’과 세계 최초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은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꽃피는 학교 2~3학년 아이들이 천연염색 할 천을 개망초 끓인 물에 넣어 주무르고 있다. 개망초는 천연염색을 하기 위해 학교 주변에서 10가지씩 잘라 아이들이 준비한 것이다. 염색한 천은 풀빛 물이 들었다.

두 달 전 꽃피는 학교에 온 정영희 교사는 “식물 하나를 배우더라도 직접 보고 관찰하고 느끼고 그려보고 자료를 찾아본다. 이렇게 배우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교육이 이런 거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아이들과 소통을 못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교육이 ‘행복하다’는 것과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 =
꽃피는 학교에 대한 문화는 3년 정도 지나야 생기고, 5년이 지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묻고 답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도 안다. 어릴 적 예절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꽃피는 학교는 얼 공부를 통해 바른 인성을 키워 참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
꽃피는 학교 하루 흐름은 들기·나기를 반복한다. 학교로 들기, 아침열기, 평화놀이, 얼·몬·새 공부, 그사이 간식과 쉼이 있다.
얼(정신)·몬(몸)·새(관계)가 하나 되는 두루 온전한 사람을 기르는 것이 꽃피는 학교의 교육철학이다. 참다운 얼, 제대로 된 몬, 결 고운 새를 조화롭게 키워주기 위한 통전(統全)교육을 목표로 한다.
전애란 대표 교사는 “교사가 보고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며 “꽃피는 학교에 중등과정까지 다니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eppen-i@hanmail.net



꽃피는 학교 6월 21일(목요일) 하루흐름




꽃피는 학교 공부는 하루의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천천히 그리고 분명한 리듬을 따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고, 학기 중에는 빠지는 날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학기제로 운영하고 춘분 하지 추분 동지에 맞춰 축제를 연다.




8:00 학교버스 타고 학교에 ‘들기’

8:30~9:30 아침인사 후 ‘힘껏 걷기’, ‘아침열기’

*힘껏 걷기: 학교에 도착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힘껏 걷기부터 시작한다. 힘차게 걷는 동안 날숨과 들숨을 바꾸며 몸을 깨우는 시간을 갖는다.
*아침열기: 다 함께 모여서 아침을 여는 시와 노래, 세상 학교 서로의 영혼에게 인사하기, 평화를 위한 기도와 노래, 공부할 마음의 준비 갖추기 등으로 아침을 연다.

9:30~9:55 ‘평화놀이(청소)’

*평화놀이: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 정리정돈하면서 하루 배움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와 평화로운 마음을 부르는 놀이시간이다.
이 때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돕다가 잠시 모여 하루를 여는 축복의 시와 노래를 부른다.

10:00~10:50 ‘얼’공부

반 별로 모여 각 반의 상황과 학년 발달시기에 필요한 활동을 한다.
4,5학년- 아침 노래, 아침 시, 명심보감 암송, 사랑의 인사 다짐 축복, 리코더연주 등 

10:50~11:10 간식과 쉼
생협에서 배달해온 유기농 채소(오이 토마토 등)나 빵을 간식으로 먹는다.

11:10~12:30 ‘몬’공부

각 학년에서 집중적으로 배워야 될 지식 교과내용을 공부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교사 학생간의 상호학습으로 주어진 과제를 집중과 확산을 통해 해결해간다.
4,5학년 수업- ‘겨레에 깃든 얼’ 우리나라의 역사 수업을 하고 있다.
꽃피는 학교 몬 공부는 하나의 주제를 3~4주간 집중적으로 알아가는 ‘주기 집중수업’이다.

12:30~14:00 점심식사와 놀이



아이들이 점심을 차리고 식사준비가 끝나면 함께 감사의 시를 낭송한 후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후 아이들은 자신이 먹은 접시와 수저 등을 깨끗이 설거지 한다.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2시까지 학교마당과 주변에서 자유롭게 논다.

14:00~15:30 ‘새’공부
오후 수업시간엔 각 학년에 따라 예체능과 그 밖의 과목을 공부한다.

15:30 ‘나기’

하루를 마치며 학교 나기를 한다. 다 함께 모여 하루 일들을 돌아보고, 교사와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간다.

꽃피는 학교 <체험학교 및 설명회>
2012년 10월 13일

학교 : 041-855-7761
대표교사 : 010-3351-2449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대안교육 기고3

“마음의 상처, 자연과 함께하면 치유 된다”


오아시스(금산간디학교 중학과정 교무)




<나는 이곳에 와서 처음 접한 게 무척 많다.
도시에 살 때는 버찌가 뭔지 몰랐다. 알았다 하더라도 어디 쪽팔려서 따먹었겠나.
친구 도움으로 처음 버찌를 따먹은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다음은 별똥별과 반딧불이!
도시에서는 별을 본적이 없었고, 이곳에서 본 별은 크고 반짝거렸다. 나 말고도 이곳 아이들 모두가 반해버렸으니까.
초여름 ‘간디문화제’때 영화를 본 후 10시쯤 기숙사로 가는데 겁 많은 나는 어둠이 무서웠다. 그런데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밤하늘의 별들, 간간히 떨어지는 별똥별, 반딧불이가 펼치는 아름다운 축제에 무서움도 잊은 채 기숙사로 올라갔다.>




간디 중학과정 2기를 졸업한 강수현양은 ‘반딧불이와 함께 한 추억’ 에세이에서 도시생활에서 접하지 못했던 자연에 대한 신기함과 놀라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하나 되는 아름다운 경험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사랑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세운 간디학교지만, 아이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아픔이 치유되지 않으면 사랑과 자발성은 생기지 않는다.
학교(간디중학교)에서 기숙사로 가는 언덕길은 지루하고 멀다. 아이들은 겨울과 여름에 더 힘들어 한다. 교사들의 차를 얻어 타려고 기회를 노린다. “쌤~ 태워줘요”라며 조르지만 모른 척 한다. 기숙사까지 걸으면서 깨닫고 얻는 게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꿈과 열정을 막고 있는 것이 어린 시절 겪은 상처 때문이란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의 물꼬를 터주기 위해 치유수업을 개설했다. 치유가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꿈과 열정을 강조하는 건 헛된 잔소리에 불과하다.
상처에 따라 치유 수준을 조절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자연환경은 우리 아이들을 치유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상처를 받아 간디학교에 온 아이들이 3학년 즈음이 되면 자유로운 학교시스템과, 자연을 통해 얻은 치유 효과 덕분에 마음이 많이 건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1등주의, 대학입시 등 경쟁을 강요당했던 아이들은 폭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때가 자신을 힘으로 나타내는 중학교시기이다. 그러나 이 시점이 되면 이미 늦는다. 어른들은 뒤늦은 후회를 한다. 그래서인지 편·입학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서너 통씩 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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