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내일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대안(代案)이 아닌 학교(學校)를 말한다”
대안학교 들여다보기1 - 간디학교(금산) - 사랑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동체
대안학교 교사, “치유형 대안학교 필요, 중학과정 절실해”
대전내일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대안(代案)이 아닌 학교(學校)를 말한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대전시 초·중·고 학생 학업중단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무조건 문제아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이들을 미래 인재자원으로 생각하고 대안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대안교육’ 논쟁이 뜨겁다.
대전내일신문과 대전시교육청은 교육기본권?대안교육의 명암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대안학교 들여다보기1 - 간디학교(금산)
제목: 사랑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동체
부제: 대안학교 교사, “치유형 대안학교 필요, 중학과정 절실해”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 3학년 학생들이 농사담당 이행근쌤과 함께 메주콩을 심고 있다. 쌤은 콩 심을 구멍을 파고, 학생들은 메주콩을 두 세알 넣고 흙을 덮었다. 가뭄이 심해 걱정이지만, 가을에 콩을 수확해 청국장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다.
간디학교는 사랑과 자발성 교육을 통해 행복한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등과정 황동규(18·3학년)군은 “제도권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밴드음악을 할 수 없어요. 학교에서 시키는 것을 하다보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원해 간디학교에 왔어요”라고 말했다. 황 군은 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지만 최종 꿈은 작곡가라고 한다. 주중엔 간디학교 수업을 받고 주말에는 대전으로 밴드수업을 간다. 힘들지만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위해 간디학교를 선택한 이유다.
“치유형 대안학교, 중학과정 절실해” =
금산간디학교 중·고등과정 교사들 대부분은 두 교과이상을 담당한다. 오아시스(43·닉네임) 교사도 국어와 미디어테라피 두 교과 수업을 맡고 있다. 그는 “대안학교에 오는 아이들 중 4/1은 치유가 필요하다. 자서전형식으로 자신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영상을 제작하면서 70~80% 정도는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다”며 “치유형 대안학교는 꼭 필요하며, 중학과정 필요성을 제일 많이 느낀다”고 강조했다.
금산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은 대안학교 내부의 문제, 부모와 아이의 문제 두 가지 측면에서 대안교육 문제를 설명했다.
대안학교 대부분이 비인가 학교라서 재정자립도가 낮다. 돈으로 모든 교육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체험학습과 아이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 해줄 수 없어서 교육과정 편성할 때 고민한다. 또, 교사의 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육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가 지적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이다.
양 교장은 부모의 이기적이고 맹목적인 교육관이 아이와 학교를 망친다고 말한다.
교육정책, 입시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내 자식만은 명문대에 가야한다’는 맹목적인 신념을 가진 부모에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 교장은 “부모가 합리적인 교육철학을 가져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해지고 나라가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금산간디학교 교육과정 =
금산간디학교는 대안적인 교육·문화를 실천하는 마을학교다.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과 학교 교육과정을 결합해 교육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신입생 선발 원칙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할 줄 알며, 공동체에 협조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철학 및 목표에 합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다.
간디학교는 6학기 교육과정으로 오전에는 지식교양 수업, 오후에는 특성화·자립감성 교과 운영을 한다. 특히 산청에서 금산으로 이전하며 체험학습 작업장을 통한 자기발견과 진로 찾기 교과를 강화했다.
중학 교육과정은 2학기 ‘자기주도학습’, 3~4학기 ‘지구촌 시민교육’, 5학기 ‘진로 찾기’ 등이 다. 6학기는 고등과정과 마찬가지로 졸업논문·작품 발표를 한다.
고등과정 1학년들은 지금 국토순례여행 중이고, 2학년들은 인턴십을 통한 진로 찾기와 겨울방학에 예정 된 해외문화체험 준비를 하고 있다. 3학년들은 농사일을 도우며 자신의 진로? 진학을 위한 졸업논문(작품) 준비로 바쁘다.
간디학교 고등과정을 졸업 수료 이수한 학생 중 약 50%가 대학 진학?유학을 선택했고, 남학생들은 군복무중이 많다. 취업(NGO, 공연단체)했거나 진로·진학을 계속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금산간디학교에 자녀 셋을 보낸 송지민(50·금산군)씨는 “도시 아스팔트 텔레비전 문화 속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고민하던 중에 간디학교 체험캠프를 통해 아이가 좋아해 선택했다. 대전에는 대안학교가 없어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푸른꿈고등학교’ 후원을 하다 간디학교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전 도마동에 살던 송 씨는 창의적인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 첫 아이 중학교 때 아예 금산으로 이사를 했다.
간디학교는 전국 다섯 곳이 있으며 산청간디고등학교(인가), 산청간디중학교(비인가), 제천간디학교(중고통합, 비인가), 중학과정과 고등과정이 함께 있는 금산간디학교(비인가)가 있다. 2009년 산청에 초등과정 간디어린이학교를 시작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인터뷰 - 금산간디학교 양희규 교장
제목: “배움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배움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습을 강요당해 그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이 가슴 아프다. 10대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 대안학교인 ‘간디 청소년 학교’를 설립한 금산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을 만났다.
“대안학교는 실험실이다” =
“학습부적응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학교는 정상적인 아이들을 부적응아로 양산하는 공장 같은 곳이 돼버렸다. 다양한 형태의 작은 대안학교를 만들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실험실로 생각해야 한다.”
학습부적응아를 만드는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양 교장은 학생들이 진짜 공부는 방과 후에 사교육에서 하고, 학교는 가야하니까 간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없고, 교사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학교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도덕적으로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 비판한다.
“공부만 생각한다면 학교가 필요 없다. 이런 학업중단자를 위한 단기 위탁형 대안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교육은 외국어고, 과학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그 시작점은 다르지만,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획일화되고 특성 없는 교육이 돼버렸다.
양 교장은 10대 아이들에게 대학입시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을 위한 성장과 배움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모든 가르침과 배움은 ‘자발성’을 가질 때만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간디교육의 철학이다.
양 교장은 “다양한 지능을 가진 아이들을 획일화시키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나쁜 선택”이라고 말한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대안학교기획 기고2
제목: 학교와 지역이 공동체로 결합해 성장할 수 있다
간디학교 간디교육연구소 태영철 소장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가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마을, 사회 등이 모두 필요하다. 들꽃 하나가 온전히 자라기 위해 해와 달, 물, 토양이 모두 필요하듯.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는 밥상머리에 마주할 시간도 빼앗겨버린 가족, 입시와 경쟁 체제 속에서 ‘겨우 다닐 뿐’인 학교, 신자유주의 체제로 몰려 아사(餓死) 직전인 마을공동체로 변해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한 아이가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기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대안교육은 이러한 입시와 경쟁체제 속에서 신음하고 몸부림치던 아이들을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 생겨났다. 공교육 시스템 하에서 붕괴되고 버려졌던 것들을 살려내고 치유하고 성장시키려는 것이 대안교육이다. 가족을 회복시키고 학교를 회복시키고 마을을 회복시키고 사회를 회복시키는 것이 바로 대안교육운동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 분야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부모들 역시 대안적 삶을 고심하고 나눔과 행복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이제는 마을이고 지역사회다. 우리 역사에서 교육은 지역의 상징이고 삶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역사회는 이익단체로 변해버렸고 공동체적 가치와 삶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대안교육은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마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의 삼각산재미난학교, 성미산학교,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 제천간디학교, 하남푸른숲학교 등은 학교와 지역이 공생하고 발전하는 모델을 제시해 준다. 성미산마을은 성미산학교라는 대안학교로 시작해서 지역이 하나의 교육공간이자 삶의 터로 기능하고 있다. 성미산카페, 공연장, 생협, 반찬가게, 유기농식당 등은 학교와 지역이 공동체적으로 결합한 마을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지역 학부모들이 성미산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오기 시작했고, 새로운 교육에 관심 있는 국내·외의 교육관계자들이 성미산학교와 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지역 문화와 경제가 살아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곳만 5개 이상이다.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전에서도 가능하다. 각 구마다 지역밀착형 대안학교를 유치하고 마을과 공생하는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다.
건강한 학교와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하며,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믿는다.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 마을이 필요함과 동시에 한 영혼이 자라면 온 세계가 성장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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