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4일 짧고 굵은 해외여행
아줌마 셋 홍콩·마카오를 가다
아줌마 다섯이 모여 곗돈을 모았다. 마흔이 되는 해 스페인에 가자했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남고 셋은 떠나게 됐다. 10박11일 예정이었던 여행은 2박4일로 줄어들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즐거움은 그대로. 아이들 맡기고 아줌마 셋만 달랑, 가볍게 훌훌 떠난 홍콩·마카오 여행.
홍콩에 도착하다
한 명은 취소 수수료까지 물어가며 못 가게 됐던 터라 더 이상은 별 탈이 없기를. 출발하는 날까지 엄청 기도했다. 밤 12시를 훌쩍 넘겨 도착한 홍콩 쳅락콕 국제공항. 25명이 함께 하는 패키지여행이 시작 됐다. 현지 가이드는 호텔에 도착하는 30분간 귀에 쏙쏙 들어오게 홍콩의 모습을 설명했다.
홍콩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홍콩의 주권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면적은 서울의 약 1.8배, 연중 고온다습하다. 너무나 습한 도시라 홍콩여인들은 대부분 화장을 하지 못하는 대신 수분 덕에 피부는 정말 끝내준다. ‘홍콩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아들과 딸뿐’이라는 가이드의 설명대로 홍콩에는 공장이 없다. 모든 제품들을 수입해서 쓴다. 그러나 금융과 중개무역의 발달로 GDP 3만2천불의 선진국이다. 영국이 홍콩에 남긴 유산은 의료와 교육이라고.
오래전부터 맞벌이를 해온 홍콩인들, 덕분에 홍콩은 여자들의 천국이 됐다. 우리나라 귀신이 여자인데 반해 홍콩의 귀신인 강시는 남자다. 평생 집안일에 여자들 수발하느라 한이 맺혀서 강시가 됐다나 뭐라나.
“왜 패키지여행인 줄 아세요?”“단체여행이라서요.”“다른 분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패키지라고 합니다.” 가이드의 유쾌한 안내 덕으로 일행들은 여행 내내 정확한 시간에 해쳐 모였다.
첫째 날 홍콩
첫 목적지는 ‘리펄스베이’라 불리는 해변(?). 홍콩은 바닷가에는 모래사장이 없어 매년 뉴질랜드 모래를 수입해다가 깔아 놓는단다. 한국의 해변은 수영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반면 홍콩은 해수욕보다는 모래 위에서 책을 보거나 산책하는 문화다. 수영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어 관광한 곳은 아쿠아리움과 위락 시설이 들어서 있는 ‘오션파크’. 바다 조망을 감상하면서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인상적이었다.
‘웡타이신 사원’은 홍콩인들의 도교적인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향을 피우면서 진지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숫자가 적혀있는 나무막대기가 담긴 대나무통을 흔들면서 막대기 하나를 떨어트려 운세를 본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이 나오면 그 날은 대박이다.
세계 유력 정치인과 배우, 운동선수, 가수 등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마담 투소 밀랍 인형 박물관’을 둘러본 뒤 빅토리아 피크에서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했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인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 최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고급 저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부호들이 살고 있는 도시임과 동시에 닭장이라고 불리는 우울한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다. 좁은 땅,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집값은 상상 초월이다. 45도 급경사의 길을 오르내리는 전차, 피크 트램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지만 아직도 끄떡없단다. 그래도 워낙 경사가 급해 조마조마하면서 앉아 있었다.
여행객들이 홍콩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백만불짜리 야경을 보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그리 썩 좋은 날씨가 아니어서 감탄할 만큼의 야경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멀리 만다리나 오리엔탈 호텔이 보였다.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아련한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는 그 이름, 장국영이 마지막을 고했던 호텔이다. 오랜 팬으로서 마음이 짠했다.
둘째 날 마카오
이튿날은 마카오 관광 일정이었다. 이틀 동안 2개국을 둘러보는 셈이었다. 마카오는 45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됨과 동시에 특별행정지구로 지정됐다. 좁은 땅이지만 세계문화유산이 30여 곳에 달하는 도시다.
동서양의 건축 문화 양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성바울성당’은 화재로 정면만 남아있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모습이었다. ‘세나도 광장’은 포르투갈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아시아 속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린다. 광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카메라로 어디를 담든 그림이 되는 풍경이었다.
마카오를 키운 건 9할이 카지노다. 덕분에 동양의 라스베거스라 불린다. 워낙에 화려하고 멋들어진 건물들이 많아 눈이 황홀하다. 세계 최대 규모인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카지노는 축구장 3개 면적으로 엄청난 규모다. 고급 리조트, 마카오 최대 쇼핑몰, 카지노가 함께 들어서 있다. 베네시안 호텔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모습을 재현한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건물 내 인공하늘과 곤돌라를 띄운 운하가 인상적이었다.
꿈같은 이틀은 빨리도 지나갔다. 아줌마 셋은 정말 좋았지만 너무도 아쉬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홍콩·마카오 여행 tip
· 홍콩은 면세구역이라 수입품에 세금이 없어 쇼핑천국이다. 특히 7월·12월 세일기간에는 할인율이 높아 여행객들이 몰린다. 치안이 뛰어나 자유여행하기에 안전하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실내는 에어컨이 빵빵해서 춥다. 반드시 긴 팔 옷을 챙겨갈 것. 홍콩 입국시 담배 19개피 이상, 양주 1병 이상은 벌금이다.
· 가족과 함께라면 고급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마카오를 추천한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들은 시설 대비 요금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마카오의 명물 육포, 한국 세관 통과시 절대 반입 금지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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