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수학교실(5)

“그렇게 가르치시면 안되는데...(1)”

지역내일 2012-06-23

 네발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언제 뗄 것인가?


  수학에는 ‘보조개념’ 이라는 것이 있다. 수학의 개념은 원래가 추상적인 것이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자 사용하는 것이 바로 ‘보조개념’이다. ‘보조개념’은 마치 네발 자전거의 ‘보조바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떼어버려야 한다.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저학년 때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다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렵다”, “싫다”라는 말을 하는 주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네발 자전거를 타다가 두바퀴 자전거를 타려고 하니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집에서 ‘엄마표 수학’을 진행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이 때 ‘보조개념’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아도 머리를 짜내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학생들의 눈에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학생들을 어떻게든 더 이해시켜 보려는 노력은 인정할만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방법은 학생들의 수학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원리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과 “보조개념을 통해 가르치는 것”을 혼동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다음의 예를 통해 그 차이점을 밝혀보도록 한다. 
                    

① 공식 위주로 가르칠 때
   “나눗셈은 나누는 수의 역수의 곱”이라는 것으로 가르친다. 처음부터 이렇게 가르치시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② 보조개념으로 가르칠 때
   6나누기 2를 처음 가르칠 때, 흔히 보조개념으로 피자를 많이 사용한다. “피자 6조각을 2명이 나누어 먹으면 한사람 당 3조각씩 먹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언뜻 보면 적당한 비유인 듯 하고 학생도 금방 고개를 끄덕거리니 수학이 쉽고 즐거워진다.
   그다음 3나누기 1/2을 가르치려고하니 비유가 좀 애매해진다. 1/2명이 먹는 상황은 말이 안된다. 머리를 좀 써서 “피자 3판을 절반으로 나누어 먹으니 총 6조각을 먹을 수 있지?”라고 아이에게 물어보지만 아무래도 일관성도 없고, 딱 떨어지는 설명이 아닌 것 같아 찜찜하다. 학생 입장에서도 6나누기 2는 쉬웠는데, 3나누기 1/2은 왠지 좀 더 어렵다.
  ▶ 수학의 “나눗셈”과 현실에서 “피자를 나누어 먹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벽돌 한 장이 숫자 1을 표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보조개념일 뿐이다.)

③ 원리 중심으로 가르칠 때
   6나누기 2는 “6에서 2를 몇 번 뺄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가르쳤다면 3나누기 1/2도 “3에서 1/2을 몇 번 뺄 수 있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이 된다. 이 원리는 어느 참고서를 보더라도 단원의 첫머리에 이미 나와있는 것이다. 원리와 개념은 언제나 일관되게 유효하다.  


  물론 어차피 처음의 단계를 지나면 학생들은 모두 “역수의 곱”으로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 차이가 없어보여도 단원마다 원리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결국 차이를 보이게 마련인데, 이 상황을 조금 더 발전시킨 예를 들어보겠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며 많이 묻는 내용 중의 하나가 “왜 0으로 나누면 안되나요?”이다. 수학에서는 0으로 어떤 수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 피자로 나눗셈을 배운 학생이라면 6나누기 0에 피자를 적용시켜서 피자 6조각을 아무도 먹지 않은 것이 되므로 6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은 수학의 나눗셈과 현실에서 피자를 나누어 먹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표 수학’ 선생님들이 이것이 왜 6이 아닌지를 설명하기 위해 또다른 보조개념을 사용하거나, 어려운 내용이니 나중에 배우자고 하는 것은 모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원리 중심으로 공부했다면 6나누기 0은 “6에서 0을 몇 번 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고, 0은 아무리 많이 빼도 결국 6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계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사실 이것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극한의 개념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원리와 개념은 언제나 일관되게 유효하다.


  음수의 개념을 빚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음수의 덧뺄셈은 돈을 얼마 꾸어주고 빚이 생기고 하는 보조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바로 다음날 음수의 곱셈과 나눗셈을 가르칠 때에는 빚으로 설명할 수 없다.(빚에 빚을 곱한다고 갑자기 받을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원리 중심으로 가르치지 않고 편한대로 설명하다가 설명이 곤란하면 수학적 약속이니 그냥 공식으로 외우라고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원리 중심으로 수학 공부를 한 다음, 그 배운 원리를 다양한 현실 속에 적용시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상황을 통해 (보조개념으로) 수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다.(2013 교육선진화방안 중 ‘스토리텔링’을 보조개념을 통해 수학을 쉽게 배우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스토리텔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수학적 원리가 얼마나 현실에 폭넓게 적용되는지를 쉽고 흥미있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수학은 수학이다. 부디 우리학생들이 알맞은 시기에 네발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시간에는 원리 중심의 수학교육에서 벗어나는 ‘엄마표 수학’의 또다른 오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올림피아드 일산캠퍼스 
이구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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