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초등학교 아카펠라교실
화음과 리듬 맞추며 이해력 & 집중력 높여요
방과 후 학교에서 실시하는 합창 수업은 여러 사람과 함께 화음과 리듬을 맞추며 노래하는 수업인 만큼 구성원들 간에 이해와 배려하는 덕목이 필수적이다. 혼자만 잘해서는 곡이 완성되지 않으므로 인내심, 협동심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각자 다른 음을 찾아 소리 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도 덤으로 키울 수 있다. 대화초등학교(교장 정희정)의 아카펠라교실을 찾아 몸을 악기로 삼아 노래하는 친구들을 만나 보았다.
과학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기술 배우다
“여기 한 친구가 노래를 불러요.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어때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니 집중력이 높아지죠. 입에서는 군침이 돌고 기분도 좋아져요.”
강사 브라운제이(본명 김영훈) 씨가 칠판에 만화로 캐릭터를 그려가며 음악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를 편곡한 작곡가이며 박효신, 채연 등의 보컬트레이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에게 한 친구가 다가와요. 전혀 맞지 않는 음으로 노래를 부르네요. (강사가 시범을 보인다) 어때요?”
“으, 듣기 싫어요.”
“귀가 따가워요.”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수업을 듣다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대화초 아카펠라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100분 동안 진행된다. 30분은 보컬트레이닝, 20분은 비트박스를 가르치고 10분 동안 쉬었다가 아카펠라 곡 연습을 40분 동안 진행한다.
보컬트레이닝은 몸을 악기처럼 사용하면서 과학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기술을 배운다. 호흡부터 발음 발성을 배우며 자신의 소리 크기의 변화나 음정 변화를 컴퓨터를 통해 눈과 귀로 확인한다.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면서 노래를 배울 수 있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비트박스 시간에는 드럼소리 같은 리듬악기 소리를 목소리로 흉내 내는 방법을 배운다.
아카펠라 작품은 동요나 팝송, K-pop이라 불리는 가요를 초등학생들에게 맞게 편곡해 부른다. 학생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해서 인기가 높은 곡을 골라 아카펠라 형식으로 편곡하고 합창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오디션 게임을 통해 노래 실력을 뽐내는데, 무대공포증이 사라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키울 수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아카펠라
브라운제이 강사는 노래를 잘 부르는 기술에서 ‘많이 듣는 것’을 중요하게 꼽았다. 여러 번 깊이 세밀하게 들으며 노래 자체와 호흡, 발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과를 그릴 때도 명암과 색채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관찰하죠. 노래도 똑같아요. 여러 번 들으면 더 잘 알 수 있죠. 대부분 노래를 안 듣기 때문에 노래를 못합니다. 음치들의 공통점이에요.”
아카펠라 교실은 가수가 꿈인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막연히 꿈꾸던 가수라는 직업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컬 트레이닝 수업을 통해 더 현실감 있게 한 발짝 다가서게 되기 때문이다. 3학년 박서현 양은 아카펠라 수업을 하면서 자신이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녹음해서 들어보고 제 발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카펠라교실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함께 부른 노래를 결과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곡씩 아카펠라 작품 연습을 해서 결과물을 CD에 담는다. 함께 어울려 노래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남겨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뿌듯한 마음을 갖게 한다. 내 목소리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어떤 음색으로 녹음되는지 꼼꼼하게 체크해볼 수도 있다.
성취감과 자신감, 자존감도 쑥쑥
아카펠라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집이나 차 안에서 CD를 자주 듣는다. 친구들과 함께 불러 녹음한 노래를 부모님과 들으며 자랑스럽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브라운제이 강사는 “작품을 완성할 때 느끼는 성취감, 공연 등 발표를 하며 얻어지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발음 연습을 통해 언어력이 향상되고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으로 바뀌어 간다.
학부모 정주연 씨는 지난 3월부터 아들 이재경(6학년) 군을 아카펠라 교실에 보내고 있다. 정 씨는 아들이 몸을 악기 삼아 노래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쑥스러움도 많고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던 이 군은 아카펠라 수업을 하면서 부쩍 자신감 있게 바뀌었다. 여러 학년이 섞이고 여자 아이들이 많아 학기 초에는 마찰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는 법도 알게 됐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매달 수업의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6학년이 되니 말수가 적어져요. 노래를 해보라고 해도 잘 안하죠. CD를 보내줘서 직접 들을 수 있으니까 아이가 어떻게 배우고 노래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가수의 꿈도, 곡에 대한 이해도 좋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일주일에 단 한번이지만 자신들이 고른 노래를 신나게 맘껏 부를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아카펠라 수업을 하면서 혼자 듣기보다 같이 듣는 것이 더 좋아졌어요.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정말 상쾌해져요.” (4학년 박진주 양)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Tip 집에서 할 만한 응용 활동
1. 무조건 많이 들으세요
노래를 잘하는 이와 음치 박치의 차이점은 뭘까. 브라운제이 강사는 얼마나 듣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 가정과 늘 듣는 가정의 아이는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 수준 차이가 확연히 난다는 것이다. 듣는 것은 노래를 잘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다. 거기에 흥미 있는 수업을 곁들이면 실력은 놀랄 만큼 늘어난다. 음악을 싫어하거나 음감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자녀에게 노래를 들려주자. 집에서 차에서 노래를 접한 아이들은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아이로 변하게 된다.
2. 추천명곡
브라운제이 강사가 추천하는 아카펠라 곡은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주제곡 음반 중에서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Lion Sleeps Tonight)‘이다. 국내 가수 중에서는 ’스윗소로우‘의 음반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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