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랍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질서 재편’. G20 정상회의에서나 다루어질 만한 세계적이고 거시적인 주제로 고등학생들이 집중토론을 벌였다. 다름 아닌 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가 주최하는 청소년 영어 경제토론대회에서다.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재편 과정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간 균형발전을 위한 통화 및 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던 것. 낙생고등학교 김종현 군도 지난해 이 토론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견해를 당차게 피력한 바 있다. KDI 경제한마당, 한국경제신문의 TESAT, 매일경제 TEST 등 각종 경제관련 대회를 섭렵하면서 중학교 때부터 키워오던 경제학자의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김종현 군을 만나 보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이해하면서 거시경제에 관심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우리의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우리는 경험했다. 또 최근 그리스 발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주가를 출렁이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한 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제가 거시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에요. 제가 중학교 때 세계 금융위기가 왔는데 그 때 세계 경제가 이렇게 그물망처럼 얽혀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이 제겐 무척 심각하면서도 흥미로운 과제였답니다.”
김 군이 거시경제, 경제순환론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책을 읽을수록 경제학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고 경제학자가 되고 싶은 꿈도 갈수록 구체화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어려서부터 다른 어떤 것보다 특히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냥 막연하게 국제 무역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었어요. 그런데 중3때 인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상승하는 등 우리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았잖아요. 이런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면서 단순 무역보다는 거시경제를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생겼습니다.”
경제공부 위한 기회 만들기 위해 경시와 대회 참여
경제학에 대한 김 군이 열정은 성적도 올려놓았다. 3등급 대를 면치 못하던 수학을 1등급대로 올려놓은 것도 오직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경제학에서 수학의 영향은 절대적이었기 때문.
“항상 수학이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이 약해 몇 번이나 벽에 부짇히는 경험을 한 후로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정말 지독하게 수학만 집중한 결과 현재는 1등급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군은 경제학 관련 도서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각종 경제관련 활동을 하면서 경제학도로서의 기틀을 탄탄히 다져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와 기획재정부 공동 주최하는 ‘경제한마당’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복잡한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종합경제시험인 한국경제신문사 주최하는 TESAT 2급을 취득하기도 했다. 청소년 경제잡지 ‘아하경제’ 기자로 활동하며 살아있는 경제지식을 쌓는 계기로 삼았다.
“시험이나 경시에 응시한 것은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시험해보고 싶은 의도가 컸어요. 물론 좋은 상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대회 준비과정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시험이나 대회에서 결국 남는 것은 상장이라는 결과물보다는 치열하게 공부했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아리 활동하며 야탑역 등 지역상권 분석하기도
특히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제학과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영어경제토론대회에 참가한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토론대회는 참가자들이 각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김 군은 이탈리아의 입장에서 토론에 임했다. 당시 이탈리아 경제에 대해 연구했는데 최근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탈리아의 경제악화 상황을 그 때에도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 군의 설명.
“다른 나라의 경제를 공부하면서 더 크게 얻는 것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에 적용시켜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관련성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대비해야 할과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더군요.”
김 군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교내 경제 동아리 NSES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제 관련 시사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실물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지역별 상권을 돌아보기도 했다.
“멤버들과 우리 동네 야탑역 주변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어서 서울의 인사동 대학로 등도 다니면서 땅값과 이윤창출의 구조에 대해서도 분석해 봤어요.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니 그동안은 안보이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고 경제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가도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공정한 분배 정책 연구하는 경제학자 되고파
경제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우리의 경제상황은 어떻게 비춰질까? 내친 김에 질문을 던졌다. 우리 경제는 버블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김 군의 시각이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반대로 주가는 상승하는 상황이 그 증거죠. 수치상으로는 튼실해 보이는 경제지만 거의 모든 스펙트럼으로 보아도 우리 경제의 내실이 탄탄하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이는 마치 2000년대 초반 미국 경제가 호황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인해 거품이 커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세율이 더 높은 것을 알고 계시나요? 이처럼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가속화되는 양극화도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할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회적 이슈를 주로 다루는 그룹 라이즈 어게인스트의 ‘The prayer of Refugee’는 김 군에게 많은 영향을 끼진 노래다. ‘난민의 기도’라는 뜻으로 불공정 무역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의 창출을 넘어서 균등한 분배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세계화시대에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에 대한 공정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제금융기구들의 자발적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