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원 박사의 심리상담 칼럼
“아유, 지겨워.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정말 그대로 된 선영이
쏘울최면심리연구원의 서해원 박사는 피심리상담자 뿐 아니라 주변인 특히 부모님의 역할이 심리문제 해결에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에 연구소를 찾아왔던 선영이(가명)는 중 3(현 고 1)의 앳된 모습의 학생이었다. 특히 쌍꺼풀이 지고 큰 눈이지만 눈매가 약간 아래로 쳐진 것이 더욱 착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을 만들었다. 선영이는 실지로도 여리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엄마가 선영이를 데리고 온 건 착한 정도를 넘어 잔뜩 주눅 들어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와 학교에서도 홀로 외톨이가 된 상황 때문이었다. 선영이와 심리상담을 진행해 보니 선영이를 주눅 들게 한 건 엄마의 영향이 제일 컸다. 특히 말로 인한 상처가 커 보였다. 선영이의 경쟁심을 부추기려고, 좀 더 강하게 키우려는 조급함이 말의 실수들을 일으키게 된 것. 특히 자꾸 실수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되어 엄마에게 미안함이 쌓여 가던 어느 날, 어떤 일 때문에 엄마가 화가 나서 뱉었던 “아유 지겨워. 네가 그렇지. 잘 하는 게 한 가지라도 있니?”라는 말이 결정타가 되었다.
엄마는 이렇게 회상했다. 옹알이를 갓 떼면서 인형이나 꽃하고도 얘기 할 줄 아는 선영이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천사 같은 아이였다고. 먹을 걸 밝힐 나이였건만 엄마, 아빠 것 유치원 가방속에 숨겨두었다가 내 놓던 예쁜 아이였다고. 그런데 어느 날 유치원에서 좀 억센 친구들에게 놀이기구나 장난감을 양보하는 걸 보고서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엄마는 이 정글 같은 사회에서 선영이가 받을 상처를 미리 걱정했던 듯하다. 엄마의 잔소리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맘 약하고, 눈물 많고, 착한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며, 보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이 사막 같은 사회를 적시는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다. 이런 능력은 다른 이를 앞서거나 눌러야 돋보이는 능력보다 훨씬 값지며, 노력해서 얻기도 쉽지 않으니 선천적으로 이런 아이들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21세기는 공감, 이해, 융합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각광 받는 시대이니 손해라고 생각 할 필요도 전혀 없다.
단지 선영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알아주는 엄마의 마음과 아이를 자라게 할 격려와 칭찬이었다. 지금 선영이는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고등학생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쓴이
서해원 박사
쏘울최면심리연구원 일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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