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원성1동 남부경로당. 어르신들이 모처럼 잔뜩 멋을 내고 마당에 모였다. 옷장에 고이 넣어두었던 멋들어진 양복에 넥타이, 혹은 색깔 고운 진분홍 한복을 갖춰 입은 모습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류영근 회장(69·원성동)은 그 모습을 놓칠 세라 한 분씩 의자에 앉으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날 류 회장이 찍은 것은 130여 어르신의 영정사진, 일명 효도사진이다.
껄끄러운, 하지만 필요한 =
류영근 회장 효도사진 봉사의 시작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을 직업으로 하던 류 회장은 종종 회갑연 등에 촬영을 나가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늘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고. “부모님이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돌아가신 것이 한이 됐지요. 그래서 지역 어르신들 사진 찍을 때면 독사진을 한 장씩 꼭 찍어서 선물로 드렸어요.” 후에 어르신들이 “쓸 만한 사진은 이것뿐”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물은 계속 됐다.
그러다 문득, 어르신들 돌아가신 후 제대로 된 영정사진이 없어 주민등록증 사진을 확대하거나 빛바랜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고 봉사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류영근 회장은 “처음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말했더니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더라”며 “그래서 이름을 효도사진으로 바꾸고 노인정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류 회장은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영정사진 찍으러 가자고 말하기 어렵지만 나는 할 수 있지 않느냐”며 “막상 멋있게 잘 나온 사진을 받으면 굉장히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영정사진이라는 말에 얼굴을 찌푸리던 어르신들도 점차, 지인들과 함께 하는 촬영에 우스갯소리도 하며 유쾌하게 참여하고 있다.
봉사를 하며 그가 촬영한 사진은 9000개가 넘는다. 특히 4대 천안시의원을 역임했던 류 회장은 의원 재직시절에도 직접 사진기를 들고 봉사활동에 나서 ‘효도사진 의원님’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벌써 21년. 40대 중년은 이제 반백의 노인이 되었다. 왕성했던 사회활동도 조금 느슨해졌다. 하지만 효도사진 봉사만큼은 힘이 닿는 한 계속 할 생각이다.
류영근 회장은 “이제 천안시내 노인정은 대부분 효도사진 촬영을 다한 것 같다”며 “앞으로 외곽 지역이나 충남 오지 등을 찾아가 효도사진을 촬영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류 회장은 “효도사진 봉사에 뜻을 같이 하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후원자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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